정선 예미MTB 마을과 화절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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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미터의 하늘길
정선 예미MTB 마을과 화절령을 다녀오다
편집팀은 폐광지역인 정선 신동읍 예미역 일원에 전국 최초로 MTB 마을을 조성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정선군으로 달려갔다. 그곳에 도착해서 주변 코스를 추천받은 곳이 바로 화절령이다. 하늘길이라고도 부르는 화절령 코스는 백운산과 두위봉의 사계절 아름다움을 간직한 전형적인 산악코스다. 멀리 굽이쳐 흐르는 강원도의 산을 옆에 끼고 달리다보면 자연과 내가 진정 하나 된 느낌을 갖게 된다.
editor 배경진 photo 이성규
예미MTB 숙소를 출발하여 차로 약 40분을 달려 만항재 쉼터에 도착했다. 태백과 정선, 영월이 만나는 함백산 자락에 위치한 만항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양생화 군락지다. 또한 자전거를 타는 이라면 한번쯤 와봤을 함백산 힐클라이밍 대회 코스 중 하나다.
우리는 여기서 서쪽으로 나있는 임도로 출발을 하여 하이원리조트와 타임캡슐공원을 지나 다시 예미MTB 마을에 도착할 예정이다. 약 40km의 먼 거리지만 해발 1,300m의 높은 고지대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지형이라 체력적인 부담은 덜한 편이다. 거기다 우리 취재진은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전기자전거를 타고 코스를 돌기로 하였다.
▲베이스 캠프로 삼은 예미MTB 마을의 전경과 만항재 근처에서 만난 풍력 발전기
만항재 출발
출발지인 만항재는 출발지가 넓고 평평한 도로라 부담이 없다. 하이원리조트를 지나 나오는 화절령까지 15.5km라는 푯말이 보였다. 만만한 거리가 아니지만 완충된 배터리 표시를 보고 있자니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솟았다.
평평한 임도를 얼마간 달리고 약간의 내리막을 만날 때쯤 왼편으로는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보였다. 잘 다져있던 노면이 약간 거칠어지며, 작은 돌들이 옆으로 굴러다녔다. 위험하지는 않지만 앞 사람을 바짝 따라가면 잔돌에 피해를 입을 거 같아 약간 거리를 두고 달렸다.
요즘 산악라이딩 스타일은 인공적인 파크 아니면 싱글 트레일이 추세라 여기 하늘길 같은 곳은 정말 오랜만에 와본다. 빠르고 험한 코스에 정신이 팔리다보면 주위 풍경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하지만 여기는 반대다. 멋진 풍광과 산세가 시선을 붙들고, 라이딩은 그저 흐름에 맡길 뿐이다. 산악자전거에 막 입문한 초보자가 아닌 이상 여기는 유유자적한 라이딩이 가능하다. 하늘길이라는 이름처럼 높은 고지대를 따라 하늘을 나는 것처럼 달리면 된다.
출발하고 약 7~8km만 달리면 하이원리조트의 골프장 옆을 지나게 된다. 길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표지판을 보면 알 수 있다. 길은 약 16km정도까지는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복된다. 아주 급경사는 아니므로 울창한 숲과 변화무쌍한 풍경을 감상하기에 적당하다.
만약 시간이 된다면 하이원리조트의 가장 높은 곳인 마운틴탑에 들릴 수도 있다. 화절령 부근에서 들어갈 수 있는데 온갖 야생화와 리조트의 멋진 전망을 둘러 볼 수 있다. 전망대에는 간단한 식사와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있으니 미리 코스와 시간 계획을 세워서 가보도록 하자.
▲총 41.7km, 소요시간 약 3시간 30분
만항재 → (5.3km)혜선사입구 → (8km)골프장 → (6.4km)화절령정자각쉼터 → (1.8km)화절령삼거리 → (1.3km)꽃꺼끼재삼거리 → (12.9km)엽기소나무인근 → (6km)신동읍사무소로터리
▲1,000m가 넘는 고지대가 계속 이어진다
석탄을 나르던 길
이번 코스의 백미는 하이원호텔 부근부터 화절령까지 약 5km에 이르는 운탄고도일 것이다. 하늘길이라고도 부르는 이 길은 예전 만항재에서 함백역까지 약 40km의 길을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1100미터가 넘는 고지를 능선으로 이어놓은 호젓한 산길을 달리는 맛은 와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모른다. 멀리 굽이쳐 흐르는 강원도의 산을 옆에 끼고 달리다보면 자연과 내가 진정 하나 된 느낌을 갖게 된다. 가도 가도 끝도 없이 이어진 산길과 탁 트인 풍광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우리가 간 날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라 겹겹이 펼쳐진 산이 시야에 선명하게 보였다. 하지만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안개 낀 산과 촉촉이 젖은 숲의 경치도 아주 멋있을 거라 장담한다.
13km를 지날 무렵 강원랜드에서 복원한 갱도를 만날 수 있었다. 예전 화절령 부근에 10여개의 군소 탄광이 생겼는데 채탄된 석탄은 트럭으로 인근 함백역까지 운송되었다고 한다. 바로 트럭이 다니던 길이 바로 운탄고도다. 강원랜드에서는 이 길을 다니는 많은 이들에게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하여 산림청의 협조를 얻어 갱의 일부를 복원하였다. 이 갱도 체험관은 길가에 바로 위치해 찾기 쉬우므로 꼭 들려보기를 권한다.
▲장장 5km나 넘게 이어지는 다운힐 코스
▲강원랜드에서 복원한 1177갱
▲화절령 강원도 영월군 중동면과 정선군 사북읍의 경계를 이루는 백운산 자락에 위치한 고개다. 예부터 이 고갯길은 봄철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온 산에 만발하여 이 길을 가는 나그네와 나무꾼들이 한아름 꺾어 갔다하여 꽃꺾이재, 화절치라고 불렀다. 지난 시절 이 길이 새카매지도록 석탄을 실어 나르던 때는 초등학교까지 있던 마을이었다. 운탄길 주변 탄광들이 문을 닫으며 이곳에 있던 마을도 사라지고 길 위의 트럭도 사라졌지만 화절령, 꽃꺾이재라는 이름만큼이나 아름답고 예쁜 길이 남아 새로이 트레킹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예미MTB마을
이번 코스로 하늘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예미MTB 마을 덕분이었다. 편집팀은 정선군이 폐광지역인 신동읍 예미역 일원에 전국 최초로 MTB 마을을 조성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갔다. 정선아리랑열차의 중간 거점역인 예미역 인근에 자리한 예미MTB 마을은 바이크여행자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 중 예미MTB 마을에 만들어진 바이크 호스텔은 이곳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호스텔에는 자전거 전용 보관소와 간단한 수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관광객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원룸, 패밀리룸 등 숙박시설이 마련되어있다. 예미MTB마을 호스텔은 신동읍 예미 5리와 6리 주민들로 구성된 예미MTB 마을 영농조합법인(대표 최병조)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다.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용수길 68 Tel. 033-378-7444 www.yemimtb.kr
▲운탄고도 1960년부터 1980년대까지 만항재에서 함백역까지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이 길을 만들었고 장대한 산중도로는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끈 숨은 동력이었다. 운탄고도는 ‘석탄을 나르던 옛길(運炭古道(운탄고도))’이라는 뜻도 있지만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는 옛길(雲坦古道(운탄고도))’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화절령에서 낙엽송을 지나 하이원호텔로 이어지는 구간에는 다양한 석탄 역사문화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옛 탄광문화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으며,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해발 1,100미터가 넘는 고지와 능선으로 이어지는 호젓한 산길로 수백여종의 양생화와 희귀 고산 식물이 함께 호흡하는 아름다운 힐링 명소다.
▲임도가 끝날 무렵 넓은 밭이 나온다. 엽기소나무 인근 삼거리
에피소드
화절령을 지나 두위봉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구간이었다. 장장 5km나 넘게 이어지는 다운힐 코스로 아드레날린을 샘솟게 만든다. 너무 위험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심심하지도 않은 딱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경사도의 내리막이 신나게 펼쳐졌다. 그 다음부터 약 10km 정도까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이어지는 길이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보니 숲길을 벗어나 넓은 밭이 있는 곳에 다다랐다. 푯말에는 엽기소나무가 있는 타임캡슐공원이 인근에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임도가 이어진 왼편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계곡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서야 우리가 잘못 왔음을 알았다. 밭이 있는 길을 따라가야만 타임캡슐공원을 지나 우리가 베이스로 삼은 예미MTB 마을에 다다를 수 있다. 우리는 반대편인 영월군 직동리로 떨어졌던 것이다. 우리는 큰길가로 나와 예미MTB 호스텔 대표님에게 연락하여 차를 타고 돌아올 수 있었다. 라이딩 거리는 약 40km. 배터리는 믿기 힘들겠지만 고작 한 칸이 닳았을 뿐이다. 효율적인 필자의 페달링 능력도 있었지만 1,300m에서 300m로 떨어지는 지형 덕이 컷을 것이다. 시간은 대략 3시간 정도가 걸렸다.
우리가 탄 바이오니콘 전기자전거는 알루미늄 프레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가벼운 무게감과 저중심 설계로 이번 투어에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내려가는 코스이기는 하지만 일반자전거였으면 아마 4~5시간은 족히 걸렸을 것이다. 좋은 날씨에 좋은 환경과 좋은 자전거가 만나니 라이딩에 만족감이 더했다. 비록 마지막에 길을 잘못 들긴 했어도 자그마한 에피소드 하나 얻은 셈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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