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향해 달려라, 문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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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더바이크
댓글 0건 조회 497회 작성일 18-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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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향해 달려라


문수산




 




요즘 가장 핫한 인물을 꼽으라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아닐까? 남녀노소 세대를 통틀어 이만큼 화제에 오르내리는 인물도 없을 것이다. 얼마 전 있었던 판문점에서의 남북정상회담으로 평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북한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가고 있다. 인물에 대한 관심부터 평양냉면 같은 먹거리, 그리고 가보고 싶은 관광지까지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당연히 우리 같은 라이더는 북한에 좋은 트레일이 있다면 달려보고 싶다. 북한에도 산악자전거 동호회가 있을까?




editor 배경진 photo 이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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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화해의 분위기에 발맞추어 불현듯 북녘땅이 보고 싶어졌다. 거기다 라이딩까지 할 수 있는 곳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았다. 과연 이런 곳이 있을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바로 문수산이 그곳이다.




한남정맥의 최 북서쪽에 위치한 문수산은 376m의 고즈넉한 품새를 지니고 있는 산이다. 정상에 오르면 산 아래에 염하강과 한강을 내려다 볼 수 있고, 강 건너에 북한의 개성과 송악산까지 손에 닿을 듯 마주하고 있어 남다른 의미까지 전해주는 곳이다. 문수산에는 조선시대 바다로 들어오는 외적을 막고 강화도를 방어하기 위해 산성을 쌓았다. 둘레 약 2.4km의 문수산성은 우리 민족이 외세 침략에 저항했던 흔적을 볼 수 있는 산교육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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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바에 멜바까지




문수산 트레일의 대한 정보가 부족하여 급하게 김포자전거 동호회에게 안내를 부탁하였다. 급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지만 “산길이 좀 험한데 괜찮겠어요?”라는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단순히 북한을 바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정작 길이 어떤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촬영 당일 만나기로 약속한 김포대학교 주차장에는 김포자전거 회원 5명이 나와 있었다. 회원 중에는 페북 친구인 김선양(닉네임 꼴뚜기) 씨도 있었다. 일전에 타잔파크 기사로 인연이 되어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다른 회원들의 말로는 문수산이야 말로 김선양 씨의 고향이자 일명 ‘나와바리’라고 입을 모았다.




든든한 지원군 5명과 함께 김포대학교 뒤로 보이는 문수산을 향하여 오르기 시작했다. 입구는 김포 청룡회관 바로 옆 시멘트 길부터 시작이었다. 오르는 길은 넓은 편이라 자전거를 타는 데에 문제가 없었지만 갈수록 경사가 급해지고 돌이 많아져 한두 명씩 내리기 시작했다. 다들 끌바를 하는 와중에 여유롭게 타고 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었으니, 바로 꼴뚜기 김선양 씨. 자기 집 앞마당처럼 드나드는 곳이라지만 체력과 테크닉이 없다면 타기 힘든 길이다. 멀리서 볼 때는 고즈넉하니 아담한 산이었지만 실제로 올라보니 돌무더기가 굴러다니는 ‘악’산에 가까웠다. 중간에 정자에서 한번 쉰 후로 남아문을 거쳐 정상까지는 거의 끌어야 했다.




남아문에서 능선을 따라 좌측으로 내려가도 되지만 우리는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되돌아 내려가기로 하였다. 남아문을 통과하여 능선의 성곽을 따라 오르자 오른편으로 멀리 한강과 파주가 내려다 보였다. 성곽 자체가 높이 솟은데다가 나무가 없어 전망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장대지가 있는 정상까지는 끌바는 커녕 멜바(자전거를 등에 메는 것)를 해야 하는지라 진땀 좀 흘려야 했다. 




다리가 후들거릴 무렵 겨우 도착한 곳은 병사를 지휘하던 장대지. 역시 주변 정세를 파악하던 지휘소답게 사방이 탁 트여있어 동서남북 시야가 뻥 뚫렸다. 필자는 도착하자마자 장대지 담장에 몸을 기대어 한강 이북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바로 코앞에 한강이 내려다보이고 바로 건너편으로 북한이 지척이었다. 가까워도 너무 가깝게 보였다. 드론으로 북한에 피자 배달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눈에도 벌거숭이산이 많이 보이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가옥과 멀리 개성으로 보이는 시가지도 일부 눈에 들어왔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이렇게 가까이서 내려다보는 북한의 모습이 왠지 뭉클하게 느껴졌다. ‘언제쯤 강 너머 산에서 다 같이 라이딩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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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산 18관문




이제 뜨거운 감정을 추스르고 차가운 이성으로 돌아올 시간이었다. 장대지에서 본격적인 다운힐을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췄다. 아까 올라온 남아문까지 다시 내려간 후 성곽 능선을 따라 직진을 해야 한다. 여기부터 남아문까지도 길이 험해 직진조와 우회조로 나눠 내려갔다. 직진조는 성곽 바로 옆 가파른 길을 내려가야 하는데, 길도 험하지만 바로 왼쪽이 성곽의 낭떠러지라 심리적인 부담감도 큰 구간이다. 코스에 익숙지 않은 필자는 우회조를 따라 빙 돌아갔는데 이쪽도 날카로운 바위가 많아 결코 만만한 길은 아니었다. 




업힐이 제1관문이라고 한다면 남아문까지가 제2관문이고 앞으로 몇 개의 관문이 더 남아있었다. 결코 속도를 많이 낼 수 없고, 고수가 아닌 이상 루트를 잘 파악해서 통과해야한다. 5월의 아름다운 신록과 예쁘게 핀 철쭉이 눈을 사로잡았지만 곳곳에 산재한 지뢰밭으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왼편으로 펼쳐진 강화와 김포의 절경은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후에나 눈에 들어왔다. 뚝뚝 떨어지는 낙차 큰 좁은 싱글 길, 울퉁불퉁한 성곽 위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면 긴장감이 풀리면서 아름다운 염하강(김포와 강화도 사이의 해협)을 감상할 수 있었다.




마지막 전망대를 지나 날카로운 바위 구간에 이르자 다들 몸을 사리며 자전거에서 내렸다. 걸어서 살펴보니 객기를 부릴만한 구간이 아니었다. 다들 끌고 내려가는 와중에 역시 이 동네에 터줏대감인 김선양 옹께서 몸소 내려가는 시범을 보였다. “와!”라는 단 말마디 비명이 나올 정도의 아슬아슬한 장면이지만 아주 부드러운 자세로 문수산 게임을 끝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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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라면 덤벼라




코스는 문수산 삼림욕장 주차장에서 끝이 났다. 김포대학교 주차장까지 돌아가는 데는 약 3km라 귀환에 대한 부담도 덜하다. 우리가 갔을 때는 평일이라 등산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공휴일에는 많다고 하니 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코스도 좋았지만 내려가는 와중에 등산객들의 응원을 받았다. 욕을 먹어도 시원찮을 산악라이딩에서 응원까지 받으니 어리둥절할 정도다. 하지만 문수산의 백미는 경치가 아닐까 싶다. 능선을 따라 내려오며 즐기는 탁 트인 풍광은 어느 곳에서도 찾기 힘든 장쾌함이 있다. 거기다 라이딩을 하며 보는 북한의 풍광은 조국에 대한 새로운 감회를 불러일으킨다. 




만약 익스트림한 코스와 함께 탁 트인 전망을 즐기고 싶다면 문수산을 적극 추천한다. 거기다 이곳 스테이지를 완벽히 클리어한다면 진정한 산악자전거 고수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스를 안내해준 김포자전거의 이동희(동사서독), 오재고(제이콥), 김유동(외눈박이), 김은진(람세스), 김선양(꼴뚜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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