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km 힐링 코스, 영월읍내 한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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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km 힐링 코스, 영월읍내 한바퀴
이번 여행은 강원도 영월이다. 전기자전거 여행이기 때문에 많은 거리를 달리는데 중점을 두기 보다는, 모터의 힘을 적절히 이용해 효과적으로 다닐 수 있는 곳들로 계획했다. 영월은 영월읍과 상동읍 그리고 7개의 면이 있다.
여기서 영월읍내만 돌아보는 총 30km 거리의 여정을 계획해 여유롭게 한바퀴를 돌아보았다.
▲울창한 소나무에 감탄이 절로 나는 청령포
▲청령포 매표소 근처에 있는 단종 벽화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의 휴식, 청령포
아침 일찍 출발해 영월스포츠파크 주차장 도착하니 오전 8시 반쯤 되었다. 오늘 코스는 이 곳 영월스포츠파크에서 시작해 청령포, 수변공원, 별마로천문대, 동강, 영월역을 거쳐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총 30km의 여정이다.
천문대를 먼저 올라갈까 고민하다 청령포를 건너갈 수 있는 배가 오전 9시부터 운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적하게 둘러보고 싶어 먼저 이곳으로 향했다.
청령포는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긴 어린 단종의 유배지이다.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섬과 같이 되어있어 한반도와 비슷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가깝지만 강이 있어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데, 명승지이기 때문에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매표소 근처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수시로 운행하는 작은 배를 탔다. 그리고 1분도 채 걸리지 않아 도착했다. 관람료는 3000원이다.
내리자마자 상쾌한 공기가 코를 찔렀다. 위를 올려다보니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고 울창한 소나무가 장관이었다. 현대인들에게는 휴식을 주는 아늑한 공간이지만, 한양을 그리며 이 사이를 거닐던 단종의 심정을 생각하니 괜시리 먹먹했다. 어쨌든 영월에 간다면 꼭 가봐야할 곳으로 추천한다. 첫 배를 타고 들어가 이 공간을 혼자 즐기다시피 했는데 ‘여기 정말 잘 왔다!’ 라는 생각뿐이었다.
▲수변공원에는 자전거길이 있어 좋다. 현재는 보수기간이다.
자전거 길로 누비는 영월강변저류지수변공원
여유를 충분히 즐긴 후 청령포에서 배를 타고 다시 건너왔다. 안장에 올라 바로 길 건너에 있는 영월강변저류지수변공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자전거길이 조성되어있어 수변공원 끝까지 막힘없이 달릴 수 있다. 식물들을 잘 가꾸어 놓은 곳으로 유명해 예쁜 풍경이 펼쳐질 거라 예상했으나, 아쉽게도 지금은 보수공사 기간이었다. 생각했던 초록 식물들과 꽃, 조형물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다음 목적지까지 길을 따라 한적하게 달릴 수 있어 좋았다. 올해 여름 이후에나 아름다운 길을 달려볼 수 있을 듯하다.
▲천문대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만난 봄
▲언제까지 오르막일까?
▲꼭 한번 해본다는 낭떠러지 샷
업힐 맛집, 사진 맛집 별마로천문대
수변공원에서 다시 로터리가 있는 읍내를 통과해야 별마로천문대로 갈 수 있다. 읍내에서는 차량에 주의하며 달려야했다. 영월중학교 부근부터는 오르막을 올라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별마로천문대까지 약 8km 구간의 꾸준한 언덕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때 전기자전거의 능력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쭉쭉 올라갈 수 있어 신이 났다. 중간에 급경사에서 모터의 힘으로도 움직이지 않는 고비가 세 번 정도 있었으나 어떻게든 힘으로 버텨냈다. 다 왔나 싶었는데 바닥에 천문대까지 4.5km 라는 표시가 나와 약간 진이 빠졌지만 그래도 완주할 수 있었다. 땀흘리지 않고 올라오게 해준 전기자전거가 새삼 기특하고 고마웠다.
사실 라이더들은 천문대 안을 구경한다기보다는, 건물 옆에 있는 봉래산 정상에 가보기 위해 이곳을 오르는 것이다. 802.5m의 높이의 봉래산 정상에 오르면 영월읍 전체가 눈에 들어온다. 신선놀음을 하는 것 같아 제각기 다양한 포즈로 인증사진을 찍고 내려간다. 열심히 언덕을 올라와 탁 트인 전경을 보니 스트레스가 한번에 날아갔다. 역시 이 맛에 라이딩을 하는 것이다.
동강 따라 달리다
천문대에서는 올라왔던 길로 내려가야하는 1차선이기 때문에 속도를 낮춰가는 것이 좋다. 마주오는 차량과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내려가다보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아까 올라오지 않았던 오른쪽 길이 우리가 갈 길이다. 이 길을 이용해 정상에서 내려왔다.
삼옥교를 지나 동강로를 쭉 따라가다보면 동강을 따라 라이딩 할 수 있다. 사실 이쪽 길을 택한 이유는 영월의 특산물인 곤드레를 먹어보기 위함이었다. 미리 검색해놓은 곤드레 정식을 파는 식당이 동강터널 근처에 있어 열심히 달렸다. ‘동강의 아침’이라는 곳인데 곤드레밥 정식이 만원이다. 여러 가지 나물 반찬과 더덕무침, 제육볶음까지 나와 만족스럽게 식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짜지 않고 담백한게 마음에 들었다.
배불리 먹고 난 후에는 카페인이 급격히 땡겼다. 아까 삼옥교를 지나기 전에 봐둔 ‘587 카페’라는 곳으로 되돌아가는 열정까지 발휘하게 되었다. 카페 2층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은 참 영월스러웠다. 그리고 북적거리지 않아서 좋았다. 밖에는 강 옆에 공원이 조성되어있어 자전거와 함께 누워서 쉴 수도 있었다.
▲영월의 자랑 곤드레밥
▲화려한 단청이 있는 영월역. 하얀 글씨는 CG 자막 같지만 조형물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 영월역
얼추 소화가 된 후에는 되돌아온 길을 다시 달렸다. 동강 터널 옆으로 난 구길을 이용해 영월읍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 좌측으로 영월역이 보였다. 조선의 건축 양식에 화려한 단청으로 마무리되어 있어 한 눈에 알아보았다. 옆에 화장실까지 아름답게 생겼다. 야경이 더 예쁘다고 하는데 천문대에서 별도 볼 겸 다음에는 밤까지 영월에 머물러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무와 흙을 이용해 만든 섶다리
동강둔치 섶다리로 마무리
영월역에서 조금 더 가면 동강대교가 나온다. 대교를 건너면 시작점인 영월스포츠파크가 나온다. 다 왔다 싶어 둔치로 시선을 돌렸는데, 어머나. 섶다리가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본디 영월읍에서 30km 정도 떨어진 주천읍에 있는 섶다리가 유명하나, 관광객들을 위해 이곳에도 설치한 것 같다.
둔치로 내려가 직접 다리 위를 거닐어보았다. 나무로 다릿발을 세우고 위에 흙을 덮어 만드는 다리라 폭신폭신했다. 자연에 있는 재료를 그대로 이용해도 제법 센 강물에 떠내려가지 않는다니 옛 선조들의 지혜가 느껴졌다.
생각지도 못한 섶다리까지 만나며 여행의 마무리를 제대로 장식했다. 오늘의 라이딩은 그저 달리는데 치중하기 보다는 주변을 좀 더 둘러볼 수 있는 여유로운 하루였다. 체력을 아낄 수 있어 여행을 다녀온 뒤에도 부담이 없어 좋았다.
글 류하 사진 이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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