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흑성산 산악자전거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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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그대로 꾸미지 않는 거친 코스
천안 흑성산 산악자전거 코스
봄이다. 라이딩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물이 오른 수양버들은 어느새 파릇파릇 새싹을 피우고 들녘에는 나물이 지천에 널려있다.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며 찾아간 곳은 천안의 흑성산이다. 원래의 계획은 강원도 오지 탐방이었지만 며칠 전 내린 폭설이 아직도 녹지않아 흑성산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번호에는 자연 그대로의 꾸미지 않은 흑성산의 속살을 들여다 본다.
흑성산 라이딩을 위해 도착한 곳은 흑성산 아래에 있는 용연저수지 주차장이다.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도착해 라이딩을 준비하고 있는 동호인들이 눈에 띈다. 날씨가 풀리면서 가는 곳마다 라이딩을 즐기는 동호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라이딩 준비를 서두른다.
흑성산은 높이 519m로 충남 천안시 목천읍에 있는 산이다. 차령산맥의 줄기로 북쪽으로는 태조봉이, 남쪽으로는 백운산과 취암산이 자리하고 있다.
정상에는 흑성산성과 방송 중계탑이 들어서 있으며, 주변에는 독립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극한의 오르막 2.4km
용연저수지 주차장을 출발하여 마을길을 지나 흑성산으로 향한다. 시작부터 제법 까칠한 오르막이 시작된다. 주변에는 전나무가 도열하듯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지만 그래도 업힐은 힘들다. 다행이라면 전기산악자전거이기에 위안이 된다. 대부분의 다운힐 라이더들은 용연저수지에서 차량을 이용해 정상까지 간 다음 다운힐을 즐기지만 전기산악자전거는 차량 셔틀을 하지않고 수월하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구불구불 이어진 임도길을 따라 오르면 전나무 숲은 사라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는 활엽수들로 식생대가 바뀐다. 간혹 MTB를 타고 업힐을 즐기는 라이더들도 만날 수 있다. 싱싱 지나가는 전기산악자전거를 보며 부러운 눈빛을 보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동력으로 흑성산을 오른다는 자신감 또한 엿보인다.
숨이 턱까지 찰 무렵, 약수터가 보인다. 이용이 가능해 보이지는 않아 그냥 지나친다. 아직도 정상까지는 한 참을 올라야 한다. 약수터를 지나면서 오르막은 한층 더 가파르게 솟아 있고, 정상이 가까워짐을 느낀다. 조그만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가면 흑성산성이고, 우측으로 가면 헬리포트가 있는 흑성산 정상이다. 흑성산 임도는 불과 몇 년 전에 흑성산힐클라임대회가 열릴 정도로 가파른 길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멀리 천안시의 전경이 펼쳐지고, 불어오는 봄바람이 시원하게 땀을 식혀준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목도 축이고 풍경을 감상한다. 흑성산 임도는 불과 몇 년 전에 흑성산힐클라임대회가 열릴 정도로 가파른 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까칠한 다운힐
땀이 식기전 다운힐을 시작한다. 정상에서 좌측 싱글코스로 접어 드는데 시작부터 가파른 경사에 여기저기에 돌들이 튀어 나와 있어 아찔하다. 흑성산 자체가 능선을 이루지 않고 뾰족하게 솟아있어 내리막 코스가 쉽지 않음을 가늠할 수 있다. 가파른 임도를 오른 만큼 내리막 코스도 만만치 않아 보여 마음을 가다듬고 출발한다.
코스에는 낙엽이 두텁게 쌓여있어 어디가 길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이다. 간혹 깊이 페인 골에 바퀴가 쑥 들어가기도 하고, 낙엽속에 숨겨진 돌이 불쑥 솟아 있어 놀라기도 한다. 마치 장님이 된 듯한 기분이 들 정도이다.
조금 더 내려가니 이번에는 급경사에 급코너링에 큰 바위들이 솟아 있어 안전하게 내려서 끌고간다. 촬영을 위해 자리를 잡고 기다리며 과연 반대표와 이번에 처음 참가하게 된 애견 미용사인 김선호씨는 쉽게 통과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두 일행은 너무나 쉽게 어려운 코스를 통과한다.
다운힐은 계속 이어진다. 여기저기 솟아있는 바위길도 지나간다. 큰 바위에는 파릇파릇한 이끼가 끼어있어 미끄러워 보인다. 어느 순간 눈 앞에 아찔할 정도의 경사도를 이루는 곳이 나타난다. 연신 브레이크에서 손을 때지 못하고 조심조심 내려간다. 자전거 안장 위에서 내려다 보면 경사도가 더 심해보여 자칫 실수라도 하면 데굴데굴 굴러 갈것 같아 가슴이 쪼그라들 정도이다. 흑성산 코스에는 이런 경사를 이루는 곳이 3~4 군데 있다.
▲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흑성산 싱글코스
▲ 2.4km의 업힐을 오르면 툭 트인 전망이 일품인 흑성산
코스 중간에는 언제 설치했는지 모를 기물들이 있는데, 방치되어 있어 자전거를 끌고 지나야 하는 곳도 있다. 설치된 기물에는 못이 튀어나와 있어 펑크도 조심해야 하지만 나무가 썩어있어 주의해서 지나야 한다. 코스 주변에는 쓰러진 나무도 많다. 썩어가는 나무에는 이끼가 자라고 그러한 풍경들이 새롭게 다가와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얼마쯤 내려가면 다시 골짜기를 지나 가파른 언덕이 이어진다. 싱글코스에서 오르막은 오히려 더 안전하다. 또한 전기산악자전거의 동력을 이용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내리막이 있으면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자갈과 낙엽으로 파묻힌 경사가 매우 심한 내리막이다. 주변에는 뽀족하게 튀어나온 바위들도 널려있어 보기만 해도 아찔할 정도이다. 겨우 브레이크의 제동력에 의지해 요리조리 바위를 피해 간신히 내려온다. 얼마쯤 가지않아 이제는 온통 큰 바위로 이루어진 길이 나온다. 자전거에서 내려 자전거를 끌고 지나간다. 이런 코스는 도저히 자신이 없다. 흑성산이라서인지 말 그대로 코스에 검은 바위가 군데군데 솟아 있어 중상급자가 재미있게 탈 수 있는 코스로 여겨진다.
거의 다 내려왔을까 싶은데 코스는 다시 골짜기로 스며들고 오르막이 시작된다. 반복되는 오르막과 긴 급격한 내리막이 이어지고 능선을 타고 내려간다. 코스 좌측으로는 가파른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어 핸들이 자꾸 오른쪽으로 향한다. 얼마쯤 내려 갔을까. 눈 앞에 울창한 나무사이로 출발지였던 저수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거의 다 내려왔다 싶은데 코스는 계속 이어진다.
조그만 계곡을 넘어서면 우람한 소나무 군락이 나타난다. 능선을 타고 소나무 군락과 묘지를 지나면 저수지가 눈 앞에 나타난다.
그러나 다 내려 왔다는 생각에 방심했는지 벌써 두번째 넘어지고 말았다. 사실은 마지막 저수지 끝 지점도 울퉁불퉁한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넘어지면서 정강이와 허벅지에 고통이 전해진다.
극한 임도길 업힐과 끝까지 방심할 수 없는 흑성산 라이딩은 좋은 추억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흑역사를 남기게 되었다.
글 사진 이성규 라이더 반승철(E-MTBKOREA 대표), 김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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