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TARK, 일본에서 열린 BMX 대회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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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4일
에디터 : 이동호 선수 |
사람들이 보통은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자세히 물어보면 사실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묘기자전거로 알려져 있는 BMX(Bicycle Motor [X]cross) 자전거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BMX 자전거의 종목은 크게 3가지로 레이싱(Racing), 파크(Park), 플랫랜드(Flatland)로 나눌 수 있다. 레이싱은 말 그대로 스피드 스케이팅과 같이 누가 빨리 결승점을 통과하느냐를 겨루는 경기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파크는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점프대를 이용해 공중동작을 선보이는 종목이다. 기물의 종류에 따라 Park, Vert, Street 등으로 나뉜다. 플랫랜드는 평평한 땅 위에서 피겨 스케이팅과 같이 회전을 하거나 한 바퀴로 중심을 잡으며 기술을 선보이는 종목이다.
필자는 세 가지 종목 중 플랫랜드 선수로 지난 10년간 활동해왔다. 그 동안 국내외로 여러 대회에 참가해왔는데, 이번 10월에 일본에서 국제적으로 큰 규모의 플랫랜드 대회가 열려 참가를 하였다.
대회를 소개하며 최근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BMX 자전거를 소개하고,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은 우리나라와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고 어떻게 다른지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대회 준비로 한창인 경기장 |
TV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
이번에 다녀온 대회는 일본 고베에서 열린 FLATARK라는 이름의 대회이다. 고베시의 지원으로 받아 BMX 월드챔피온인 Uchino Yohei의 운영으로 개최되었다. 이번 대회는 2013년에 시작되어 3회째를 맞는 대회로, 선수의 세계 순위 점수에 반영되는 월드서킷(World Circuit) 대회 중 하나이다. 월드서킷은 플랫랜드 국제대회 연합체로 세계 각지를 순회하며 1년 동안 대회를 개최한다. 연말에 각 대회의 결과에 포인트를 부여하고 합산하여 선수의 순위를 정하고 수상을 한다.
FLATARK는 그 중에서도 큰 규모의 대회로 많은 선수들이 대회참가를 위해 일본을 찾는다. 올 해는 더욱이 1등 상금 5천만원이라는 BMX 대회 중 최대 규모의 상금이 수여된다는 소식과 함께 선수들 사이에서는 큰 이슈가 되었다.
대회 참가접수 중, 일본인은 선착순 진행되고, 해외선수는 기간 내 접수로 진행되어 총 166명이 참가하였다. 국가별로 집계는 하지 않았지만 유럽, 남미, 북미, 오세아니아 등 세계 각지에서 대회 참가를
위해 일본을 찾았다. 꼭 입상을 위한 참가는 아니더라도 같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과의 축제를 함께하는 마음으로 가족 혹은 연인과 온 선수들도 있었다. BMX 자전거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세계에서 모인 선수들을 보며,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즐기는 것의 힘을 느꼈다.
166명의 참가 선수들의 접수가 진행되었다. |
선수들의 자전거 |
체코에서 온 선수들 |
야간에 조명을 이용해 연습 중인 선수들 |
BMX 선수가 광고에 활용되고 있는 자판기 |
참가 선수들 목록 |
필자는 대회참가로 일본을 방문한 것은 3번째인데,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자전거를 타는 문화가 일본사람들에게 깊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용하여, 국가적으로 자전거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래서 길거리에서 등록번호가 붙어있는 자전거를 흔히 볼 수 있다. 주차 공간도 길 곳곳에 마련되어 있고, 심지어 주차요금을 지불하고 사용을 한다. 이 정도를 보더라도 일본 사람들에게 자전거는 아주 중요한 교통수단 중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배경이 BMX 자전거 문화의 발달에도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대회장에 주변에는 우리나라 행사장처럼 여러 브랜드들의 홍보 부스가 들어와 있다. 이 부스들을 다녀보면 여러 업체들에서 BMX 플랫랜드 선수들을 지원하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으로 팜플렛이나 홍보영상을 제작하여 나누어 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주변에서는 대회의 운영자인 우치노 요헤이(Uchino Yohei)선수를 모델로 한 레드불 음료자판기를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라 기억에 깊이 남았다. 이렇게 선수들을 지원하고 홍보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에게 인식되어 효과를 볼 정도로 문화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 상황과 비교해봤을 때 실로 부러운 모습이었다.
플랫랜드는 BMX 중에서도 큰 인기를 얻는 종목이 아니지만, 많은 관중들 사이에서 경기가 진행되었다. |
시합을 대기 중인 어린 선수들 |
어린 선수들이 기초 기술들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을 볼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전세계 선수들이 함께 모여 공유하는 문화의 장이 되고 있다. |
이런 배경들이 바탕이 되어서인지 시합에는 어린아이들도 많이 참가를 한다.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아이가 기초 기술들이지만 능숙하게 펼치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일본에서는 선수들 혹은 관련 업체들이 수시로 강습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강습에는 남녀노소할 것 없이 참가하여 연습을 하고, 같은 문화를 공유하며 실력을 키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활동을 부모님들이 쓸데없는 짓이 아닌 건전한 스포츠의 하나로 인정하고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이 날 부모들이 대회에 참가한 아이들을 챙기고 응원해주는 모습을 보며, 단지 한 두명의 특출한 선수를 위해 대회를 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이 스포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공감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해외에 대회를 다니다 보면 실제로 참여하면서 느껴보지 않으면 분위기나 상황을 알 수가 없다. 단지 영상으로 보이는 단편적인 장면만 보고 상상만할 뿐이다. 그 동안 해외 대회에는 거의 혼자 참가를 했는데, 이번 대회에는 4명의 한국 선수가 참가를 하였다. 그리고 잘 타지 못하더도 큰 대회에 참여해 보는 경험은 또 다른 자산이 되어 성장하는데 큰 영양분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에 출전하는 한국선수가 늘어난 것은 이 분야의 성장에 아주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 잘 사용되고 있어서, 유/무료 주차공간이 잘 정비되어 있다. |
대회가 열린 고베의 야경 |
국내에서도 지자체나 기업의 지원으로 그 동안 많은 대회가 열려왔지만, 대부분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단발성으로 끝나고 마는 대회가 대부분이었다. 아니면 외국 선수가 입상을 다 휩쓸어 버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문제는 대회의 열고 규모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선수 육성을 통해 국내의 선수층을 두텁게하고 실력을 키우며, 스포츠의 한 분야로 확실히 자리를 잡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스포츠 자체의 성장은 외면한 채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만을 강조하고 포장해왔다.
물론 멋있고 따라하고 싶은 외적인 모습도 중요하다. 하지만 선수를 키우고 이 스포츠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없다면 성장과 발전은 가깝고도 먼 나라 얘기만 될 것이다.
요즘 남과 다름을 인정하고 나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BMX나 스케이트보드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꼭 이런 익스트림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비주류라 칭해지는 수많은 분야들의 성장을 통해 더 다양하고 재밌는 문화들이 자리잡기를 바란다.
이렇게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함께 만들어 나간다면 우리나라 또한 해외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 다양한 문화를 즐기고 수출할 수 있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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