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타보면 ‘흙 속의 진주’, 야마하 MT-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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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이드매거진
댓글 0건 조회 801회 작성일 17-09-1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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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07을 처음 시승했을 때는 벌써 3년 전이다. 당시 야마하는 MT 시리즈의 라인업을 완성해 가고 있었다. MT 시리즈는 ‘마스터 오브 토크’라는 명제로 기존의 도로용 네이키드 형태에 강력한 순간 토크 위주로 가볍게 도는 엔진, 그리고 짧은 라이딩에도 역동적인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는 유연한 섀시와 결합했다.

MT 시리즈의 라이딩 포지션은 스포츠 네이키드에 슈퍼모타드의 컨트롤을 가미할 수 있는 퓨전 형태로 연출됐다. 기존의 슈퍼모타드와 달리 넉넉한 배기량으로 고속 주행성도 만족하면서 동시에 저속에서의 날카로운 조향성과 조종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레저 바이크로서의 즐거움을 목표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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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퓨전 형태의 바이크는 유럽대륙에서 먼저 유행이 됐으나 야마하는 이를 나름대로 재해석해 시대를 앞서나간 콘셉트를 기획한 것이다. MT 시리즈는 큰 프로젝트로 일회성이 아니었다. 현재 MT-125의 저배기량부터 MT-10 SP 리터클래스에 이르는 다양한 카테고리를 섭렵하고 있으며 야마하만의 독특한 브랜드를 갖췄다.

‘다크 사이드 오브 재팬(The dark side of Japan)’이라는 MT 시리즈의 카피라이트는 그동안 일본제 바이크의 특징이 모범생다운, 순종적인 이미지의 모터사이클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한 마케팅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결과 소비자의 마음을 꿰뚫고 수년에 걸쳐 다양한 기종을 통해 사랑받고 있으며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됐다.

MT-07은 그중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미들급이다. 국내에서도 3년 전 론칭했다. MT-07이 등장했을 때에는 지금과 같은 쿼터클래스의 유행이 없었다. MT-03이 등장하면서 입문용 바이크의 타이틀을 가져갔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MT-09가 다소 부담스러운 이에게 MT-07은 좋은 대안이었다.

때문에 MT-07은 곧 입문용 바이크처럼 평가 절하됐다. 기자도 첫 출시 당시 시승을 해보고는 입문용으로 적격하지만 그 외의 재미가 있다는 평을 했었다. 하지만 국내 야마하 라인업 내에서의 입지는 결국 입문기로써 굳어져 갔다. 가느다랗고 작은 차체 사이즈, 상대적으로 낮은 시트고와 가벼운 무게, 적당한 파워와 가격표가 MT-07의 포지션을 그렇게 만들었다.

3년이 지나 다시 이 모델을 시승하는 이유는 하나다. 평범하게 생긴 이 바이크의 진면목을 다시 조명해보고자 한 것이다. 게다가 이번 시승차에는 추가로 배기 시스템과 서스펜션 튜닝이 들어갔다. 드레스업이 아닌 기본 성능을 한층 끌어내는 파츠라서 기대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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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사이드 라인은 최신 네이키드 바이크와 비슷하다. 연료탱크 사이즈가 작게 느껴지고, 계기부가 톱브릿지 위에 설치되어 전면 굴곡이 매우 적고 샤프한 인상이 크다. 헤드라이트는 매끄럽게 다듬어졌으나 상급 모델 09나 10에 비하면 순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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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 포지션은 일반적인 네이키드 바이크에 비해 낮고 좌우 폭이 좁다. 파이프 핸들이지만 시트에 올라 핸들을 잡아봤을 때 ‘앞으로 나란히’ 되는 자세가 나온다. 상체가 앞으로 살짝 기울어지는 정도의 네이키드 포지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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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시승 때도 마찬가지 생각을 했지만, MT-07은 이렇게 차분한 라이딩 포지션보다는 슈퍼모토 느낌으로 핸들이 양쪽으로 더 벌어진 와이드 타입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합리성을 자처하는 스탠다드 네이키드 바이크처럼 차분히 타기에는 너무 아까운 역량을 가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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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반은 핸들 포스트 위에 올라있어 운전자에게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 고개를 일부러 숙여 내려다보아만 보이는 위치다. 하지만 그 덕에 운전 중 전방 시야는 더 넓게 트여있다. 가리는 것이 거의 없다.

디지털 계기반에는 가운데 기어포지션이 표시되고, 속도계, 엔진회전계, 주유계 모두가 보기 좋게 배열됐다. 순간 연비나 평균 연비도 표시된다. 작고 가벼운 계기반이지만 꼭 필요한 정보만 잘 담았다. 핸들 주변부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디자인 또한 우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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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는 약간 독특하게 생겼다. 일단 800mm 초반이지만 앞쪽이 아주 좁다. 그리고 탱크에 부딪힐 때 쿠션역할을 해주도록 살짝 솟아있고, 뒤로 갈수록 순식간에 넓어진다. 그런데 재질은 매끄러워서 앞 뒤로 자세 움직이기가 좋다. 역동적인 라이딩을 할 때 앞 뒤 좌우로 움직이기가 수월하다. 양발을 모두 지면에 내리면 (신장 175cm 기준) 발바닥이 모두 닿는다. 차폭이 워낙 좁고 시트 설계 또한 이런 점을 다분히 고려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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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여전히 경쾌하다. 아크라포비치 배기 시스템을 장착해 배기음이 다소 커졌지만 이제야 2기통 느낌이 조금 나는 정도로, 절대 시끄럽지 않다. 스로틀을 퉁기듯 엔진을 돌려보니 V트윈 같은 맛깔나는 2기통 엔진 특유의 고동감이 듬뿍 묻어난다. 이것은 순정 상태의 배기시스템일 때에는 느껴보지 못한 것이어서 새로웠다. 

초반부터 토크가 부드럽게 나오는 엔진은 여전히 누구에게나 친화적이다. 1,000rpm 주변의 아이들링 상태에서 스로틀링없이 클러치만 슬슬 떼도 출발할 수 있다. 약 3,000rpm부터 본격적으로 토크가 나오는데, 놀라운 것은 가끔 기어 내리는 것을 깜빡한 채 2단 혹은 3단으로 출발하는 데에도 별다른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저속 토크가 부드럽고 끈끈했다는 점이다. 이런 점이야말로 도로용 바이크로서 잘 만들어진 엔진의 조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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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689cc 수랭 2기통이다. 최대 74.8마력을 내며 토크는 6.8kg이다. 아주 무난한 숫자이지만 스펙 시트에 비하면 실제 가속감은 황홀할 정도다. 아니, 폭력적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겠다. 만만한 미들급 바이크에 폭력적인 가속력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만, 경량 차체와 어울리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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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중량 182kg의 가벼운 몸무게로 단숨에 8,000rpm까지 치솟는 엔진을 풀 스로틀하면 ‘아, 이 얘기구나’ 싶을 것이다. 5,000~8,000rpm 사이에서 불끈거리는 토크가 앞바퀴를 자꾸 허공에 띄운다. 이틀 동안 시승하는 내내 출발 가속하면서 앞바퀴가 바닥에 온전히 붙어있던 적이 없을 정도다.

원래라면 이런 스타일의 라이딩을 좋아하지 않지만, MT-07은 그런 점마저 사랑하게 해준다. 모든 것이 컨트롤 내에 있다는 자신감이 들게 해주기 때문이다. 작은 차체와 가벼운 무게, 발이 바닥에 잘 닿는 설계 등이 모두 이런 자신감으로 연결됐다.

풀 가속하면 앞 서스펜션이 쭉 늘어났다가, 풀 브레이킹하면 다시 쭉 가라앉는다. 그리고 가볍게 방향을 바꿔 또 다시 풀 가속. 이런 라이딩을 계속하다보면 ‘내가 왜 이렇게 타고 있지?’싶을만큼 자신도 모르게 신이 나 있다. 

물론 교환 장비된 아크라포비치 배기시스템과 리어 올린즈 쇽 옵저버의 덕도 무시할 수 없겠다. 순정상태의 MT-07은 이렇게까지 아드레날린을 훔쳐가지 않았다. 풀 가속해도 어느 시점에서 토크가 가장 많이 나오고, 어디가 가장 재미있는 회전영역이고, 어느 순간에 뒷 타이어가 노면을 가장 강하게 짓누르는지 모든 과정을 이해하면서 달리는 느낌이다. 물론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이해한다는 표현이 맞겠다. 올라탄 지 10분, 20분, 30분... 바이크가 몸에 익어가면서 통제 가능한 100퍼센트 펀(FUN) 라이딩에 몰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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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시스템은 2포트 더블 디스크로 평범한 수준의 파츠다. 꽃잎 모양의 웨이브 디스크가 방열 기능을 올려주고, 거기에 어울리는 듯한 독특한 휠 디자인도 예쁘다. 서스펜션이 말랑하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사용할 때 앞/뒤로 움직이는 피칭모션이 큰 편이다. 거기에서 더욱 슈퍼모타드같다는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이 정도 파워를 제어하기에 제동력 자체는 충분한 수준이지만, 최신 스포츠 바이크처럼 강력하다는 말은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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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링은 저속, 고속할 것없이 일관된 반응이다. 노면 상태에 따라 프론트 접지감이 흐릿해지기는 하지만 나쁘지는 않다. 롱 코너에서 속도를 높이다 보면 앞 서스펜션이 조금 단단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든다. 풀 가속, 풀 제동, 빠른 방향 전환으로 이어지는 형태의 단거리 스프린터 세팅인 MT-07은 숏코너에서 이보다 더 가볍게 움직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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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시는 강철 강관을 쓴 트러스 구조다. 프레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엔진을 프레임의 일부로 쓰며 ‘단단하지만은 않은’ 구조를 이뤘다. 이런 덕에 언제든 원하는대로 잘 구부러지는 느낌이 든다. 탄성이 좋은 섀시이며 말캉거리는 서스펜션이 더욱 그렇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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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시속 120km 정도까지는 일상적으로 낼 수 있을 만큼의 파워이기 때문에 최고속도가 큰 의미는 없었지만, 시험해 볼 요량으로 속도를 내보니 4단 시속 160km으로 내달려도 rpm이 남는다. 온몸으로 주행풍을 견뎌야 하는 구조라 ‘이 속도를 계속 낼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엔진 파워는 남아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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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코스를 달리기 위해 해가 지도록 라이딩을 다녔다. 5,000rpm~8,000rpm 사이로 주로 달리면 연비는 약 17km/l 정도가 나왔고, 시외로 나가니 20km/l로 올라갔다. 보통 미들급 이상의 2기통 엔진이라면 다소 불쾌할 수도 있는 고회전에서도 부드럽게 느껴지는 고동감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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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라이더가 마음먹으면 한없이 차분히 달려도 문제 되지 않기 때문에 느긋하게 달리기도 나쁘지 않다. 시속 80km를 내기 위해서는 6단 톱기어로 3,000rpm을, 시속 100km로는 4,000rpm을 유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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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탱크 크기는 14리터로 작은 편이다. 하지만 효율이 높아 큰 걱정은 없었고 주유시기도 자주 찾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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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하면서 엔진의 완성도에 감탄하게 된 계기가 또 있는데, 6단 기어로 크루징하다가도 스로틀을 감으면 아주 직관적으로 반응하며 가속력을 뽑아낸다는 것이다. 물론 가속 위주의 기어비와 가벼운 무게가 이유이기는 하지만, 주로 쓰는 회전대가 아닌데도 스로틀 입력에 따른 반응이 솔직하고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는 점은 감탄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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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하는 이 훌륭한 엔진으로 어드벤처 투어링 바이크 트레이서700, 헤리티지 스포츠 바이크 XSR700을 줄줄이 내놓아 선전했다. ‘모터사이클’다운 높은 직관성을 기본으로 한지라, 어떤 포맷을 들이대도 ‘즐겁다’는 기본명제를 잘 지켜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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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가 훌륭한 덕에 괜찮은 평을 받았던 후속작에 이어 곧 엔듀로 어드벤처 콘셉트 모델 T7이 양산형으로써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올 예정이다. MT-07의 엔진을 제대로 즐겨봤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할 수밖에 없다. 상상만 해도 네이키드 베이스 이상으로 엔듀로 어드벤처 바이크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안타깝게도 국내 시장에서의 MT-07은 입문용 바이크 이미지가 강하다. 물론 입문용으로, 앞으로 더 강한 출력의 바이크를 타기 위해서 그렇게도 쓸 수야 있다. 하지만 단지 일상용도로 쓰기에는 엔진이 너무나 활기차고 개성 넘친다. 완성도도 훌륭하다. 섀시 전반에 걸쳐서는 놀이도구와 같은 레저 성격이 충만하다. 전체적으로는 ‘거쳐 가는 만만한 바이크’라는 선입견을 지우고 레저용 바이크의 정석으로 올려놔도 부족함이 없다.

언제나 품에 쏙 들어와 만만하면서도 짜릿한 두 바퀴 본연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바이크를 찾는다면 진지하게 다시 한 번 시승해보기를 권한다. 그런 계기를 주기 위해서 MT-07만의 활기차고 선명한 캐릭터가 더 잘 드러나는 멋진 디자인으로 페이스리프트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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