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없이 떠나는 야마하 N맥스의 무계획 투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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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이드매거진
댓글 0건 조회 450회 작성일 17-08-2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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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나고 가을이 왔다. 낮보다 밤이 길어지고, 햇살은 뜨겁다기보다는 따갑다. 모터사이클을 타는 즐거움 중 하나가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만끽하는 것이라면, 여름에서 가을로 옮아가는 이 시기의 투어링은 그냥 넘길 수 없는 백미 중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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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링에 적합한 많은 모터사이클이 선상에 올랐다. 배기량은 1,000cc 전후로 넉넉하고, 언제든 지칠 일이 없었다. 크고 푹신한 안장과 대형 윈드스크린, 그리고 몇 박 정도는 거뜬할 것 같은 투어링용 케이스로 뒤덮인 거대한 차체. 투어링 전문 모터사이클이 가진 스펙은 호화롭다 못해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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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라이딩의 묘미는 즉흥성이다. 문득 잠에서 깨서 창밖을 보고 ‘아, 투어링을 가야겠구나’하는 마음 정도라면 홀가분히 떠날 만한 모터사이클이 제격인데, 투어링 전문 바이크는 적잖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흥분감에 깨닫지 못할 수도 있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홀가분한 마음보다 스트레스가 더 커질 수 있다. 자유로움의 상징인 모터사이클에 오히려 구속받는 기분이다. 그러려고 모터사이클을 탄 것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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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경험이 많았던 기자는 생각을 달리해봤다. 지금 막 떠나고 싶을 때 헬멧 하나 들고 쓱 나갈 수 있는, 그런 바이크를 타고 싶었다. 차라리 스쿠터는 어떨까? 야마하가 최근 등장시킨 T맥스나 X맥스의 후광에 가려 빛을 못 보고 있는 막내 스쿠터 N맥스가 떠올랐다. 작년 첫 시승 때 경험으로는 단단한 차체와 광폭타이어, 기대 이상의 높은 파워로 만족감이 컸던 모델. 사이즈도 보통의 소형 스쿠터답기에 그 정도라면 홀가분히 떠날 수 있는 부담 없는 스쿠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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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아침, 급히 섭외한 검정색 N맥스 앞에 섰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125cc 클래스 스쿠터가 그렇듯 트렁크에서 헬멧을 꺼내고 바로 출발해도 될 것 같은 가벼운 마음이 든다. 다만 오늘 투어링은 수백키로 미터를 달릴 수도 있기에 작은 시트백 하나를 시트 위에 설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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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한 풀페이스 헬멧 대신 개방감이 좋은 오픈페이스 헬멧을 썼다. 오랜만에 느끼는 시원한 바람이 헬멧 아래로 솔솔 들어왔다. 정말 가을이 왔나 싶다. 서울 도심에서 N맥스는 최적의 이동수단이었다. 작은 차체와 가벼운 무게로 교통체증과 별 상관없이 물 흐르듯 주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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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에서 출력은 차고 넘칠 정도다. 블루코어라는 이름의 새로운 엔진이 탑재된 N맥스는 알루미늄 단조 피스톤, DiASil 실린더, 그리고 가변 밸브 타이밍 시스템 등 고도의 기술이 녹아들어 있다. 출발 가속이 매우 경쾌하고, 시속 80km까지 아주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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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렷한 글씨로 표시되는 동그란 디지털 계기반을 보고 있으면 눈이 시원한 기분이다. 아무래도 바늘로 표시되는 아날로그 방식보다 훨씬 보기가 좋다. 타코미터(엔진회전계)는 없고 속도계만 크게 표시되는데, 기어를 조작하거나 별다른 조작이 필요 없는 스쿠터이다보니 빠르게 상승하는 숫자를 흘깃 흘깃 훔쳐보는 재미가 있다. 그만큼 주행에 여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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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는 간단히 차량보다 앞질러 달릴 수 있다. 그런데 반전은 그 이상의 속도에서다. 도심을 슬슬 벗어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 주변 자동차를 위해서 바깥 차선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흐름에 방해가 될까 싶어서다. 그런데 스로틀을 끝까지 감아보니 시속 100km가 순식간이었다. ‘어라?’싶은 생각에 그 상태로 스로틀을 유지해보니 계기반에는 ‘115’라는 숫자가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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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닦인 긴 도로에서 달리니 한계속도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비교적 통행이 빠른 지방 국도에서의 차량 흐름도 충분히 따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엔진을 혹사시키지 않기 위해서 시속 100km 근처로 달리기는 했지만, 숨겨둔 N맥스의 최고출력은 놀라웠다. 심지어 최고속도까지 나는 데 시간이 기대 이상으로 짧았다. 정확히 측정해보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125cc 스쿠터와는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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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에서의 안정감도 보통의 소형 스쿠터와는 사뭇 달랐다. N맥스는 앞 서스펜션에 대형 바이크와 같은 텔레스코픽 포크, 뒤는 더블 쇽옵저버가 장착됐다. 베이스는 N맥스 155(동남아 시장의 주력 배기량)이기 때문에 뼈대인 튜블러 프레임의 강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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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125cc 소형 스쿠터로 최고속도를 유지하면서 달리면 잔진동은 물론 요철을 밟게 되면 가슴이 철렁하는 경우가 많은데, N맥스는 그런 면에서 확실히 안정감이 탁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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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속하는 과정도 만족스러웠다. N맥스는 앞/뒤 휠 모두 230mm 디스크 브레이크를 설치해서 일관된 조작성을 가졌다. 특히 앞 브레이크는 초기 제동력이 강력해서 급한 순간에 급제동하기 좋았고 심적으로도 큰 안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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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것은 ABS 기본 탑재다. 125cc 클래스 소형 스쿠터가 ABS를 기본 장비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일각에서는 ‘125cc 스쿠터에는 ABS가 필요없다’고 주장하지만, ABS는 애초에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안전장치이기 때문에, 엔진 파워에 따라 필요성을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설령 시속 30km밖에 나지 않는 스쿠터라고 해도 ABS 덕에 위험을 면할 기회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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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중에 종종 ABS를 테스트하기 위해 앞/뒤 모두 타이어가 잠길 때까지 제동해봤는데, 테스트를 위해 강제로 브레이크를 사용할 때는 오히려 개입이 적극적이지 않고, 내리막이나 오르막 등 어느 한쪽 바퀴에 접지력이 떨어진 시점에서는 자연스럽게 개입해주는 것이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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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풍경을 가진 시골 도로를 달리는 것은 모터사이클 투어링의 묘미. 이렇게 지도 한 장 들지 않고 무작정 표지판에 의지해 달리는 것은 어느 순간에도 바이크 운용에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길이 뚝 잘리면 돌리면 되는 것이고, 비포장로가 나오면 적당히 지나가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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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포지션은 더도 덜도 없이 적당했다. 시승자는 키 175cm다. 발판은 두 방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하나는 평평하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쭉 뻗어 무릎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대신 좌우 폭이 좁아서 발이 큰 사람은 불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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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로는 연료탱크 주입구가 위치해 있다. 시트 아래 있는 일반적인 형태보다는 간편하다. 그대로 앉은 채 주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저용 스쿠터답게 돔 형태로 솟은 형태는 형제 모델인 X맥스나 T맥스와 비슷하다. 발뒤꿈치로 차체를 홀딩하기가 좋고 디자인적으로도 매끈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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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를 따라 달리다 보니 비포장로로 바뀌고 점차 바큇자국도 없는 오솔길로 바뀌었다. 초행길인데다 빌린 시승차로 험로를 달리기는 부담스러웠다. 아마도 어드벤처 바이크같이 덩치가 큰 바이크였으면 그랬을 것이다. 다리도 잘 닿고, 무게도 가벼운 N맥스는 사실 그런 부담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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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한 가지 믿는 구석이 있었다. 130mm의 광폭타이어가 바로 그것이다. 앞 타이어는 110mm인데 역시나 믿음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흙모래가 뒤섞인 수풀 길을 헤치고 나가는데 묘한 모험심이 자극됐다. 과거에 야마하 BW&(39;S라는 오프로더 콘셉트의 스쿠터가 있었는데, 그런 느낌과도 비슷했다. 

작은 차체가 아주 만만한 데다 타이어가 커서 어디 빠질 일도 없었고 균형 잡기가 편했다. 구덩이에 빠지더라도 얼른 내려서 스로틀을 감으며 적당히 밀면 될 일이었다. 세련된 도심형 스쿠터의 반전매력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중간에 길이 아예 사라지고 바닥이 전혀 보이지 않을정도로 무성한 수풀까지 들어갔으나 그대로 직진했다. 그리고 반대편으로 나왔을 때는 N맥스에 대한 신뢰가 엄청나게 높아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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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포장도로로 달리기 시작하자 타이어에 묻은 흙이 떨어져 나가면서 속도가 났다. 그대로 스로틀을 감기만 해도 속도는 100km/h까지 금방 나온다. ‘이거 생긴 것과 다르게 터프하네. 물건인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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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이트는 LED로 저전력 고효율을 추구했다. 멀리서 보면 의외로 큰 바이크처럼 보이는 데다 디자인적으로도 소형처럼 안보이기 때문에 만족도는 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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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었다. 일단 수납공간 어디에도 휴대폰 충전 가능한 소켓이 없었다. 당연히 있을 줄 알고 연결 케이블을 가져왔는데 낭패였다. 장거리 갈 때 특히 필수였던 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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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패싱 버튼이 있으면 했다. 아무래도 대형 바이크에 비하면 차체가 작고 소음도 적어 대향 차량이 인지하지 못할 경우 하이빔을 쏴주고 싶었는데, 패싱버튼이 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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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공간은 생각 외로 넉넉했다. 헬멧을 뒤집어서 넣어야 한다는 점은 거슬렸지만 아무튼 수납이 된다. 그렇게 하고도 공간이 꽤 남았다. 핸들 왼쪽 아래 한 군데의 글로브 박스는 그리 넓지는 않았고, 덮개가 없어 임시로 작은 소지품 정도를 넣을 수 있었다. 여기에 USB 충전잭이 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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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스크린은 무척 짧아서 경쾌해 보이는 매력이 있다. 네이키드 바이크의 개방감과도 비슷해서 기자는 아주 맘에 들었다. 하지만 멀리 떠나보니 조금만 더 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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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자니 더욱 그랬다. 이 부분은 옵션 파츠로 해결해야 할 듯 하다. 하지만 도심 주행 시 경쾌함은 짧은 쪽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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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떠나고 싶은 순간이 오면 가장 마음 편한 것은 역시 스쿠터다. 기존 같으면 적어도 250cc 이상 스쿠터를 추천했겠지만, 과거와 달리 125cc 또한 출력이 매우 여유롭고 N맥스와 같은 수랭 엔진의 경우 신뢰도가 무척 높고 성능이 일관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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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렇다 할 준비 없이 무계획으로 떠나는 투어링인지라 부담 없는 작은 차체나 가벼운 무게 등이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N맥스와 함께한 투어링의 가장 큰 즐거움은 심적인 압박감 제로, 즉시 떠나기만 하면 된다는 가뿐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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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한 연비도 무척 좋았다. 계기반에는 실시간 연료효율을 나타내는 그래프 등 연료효율에 대한 자신감이 돋보였는데, 200km 이상 달린 이번 여행에서는 평균 38km/L를 자랑했다. 국도 이동 간에는 거의 최고속도로 주행했음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 연료탱크는 단 6.6리터였지만 출발할 때 가득 주유한 이후 한 번도 추가 급유 없이 달렸다. 높은 출력 대비 효율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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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을 통해서 최신 기술이 담긴 125cc 스쿠터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N맥스는 기본적으로 훌륭한 도심형 커뮤터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홀가분한 여행의 파트너가 되기도 하고 처음 가보는 험로에서는 듬직한 트레일 바이크가 되기도 했다. 욕심을 조금 버리니 새로운 즐거움이 찾아왔다. N맥스는 가능성이 무한한 스쿠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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