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데이비슨 포티에잇은 평범한 사람을 특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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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터사이클을 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자유로움’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할리데이비슨은 미국에서 생겨난 크루저 모터사이클 전문 제조사다. 우리가 즐겨 먹는 재료와 음식도 요리사의 레시피에 따라 다양한 음식으로 재탄생되듯, 할리데비이슨이 만드는 크루저 또한 다양한 지향점에 따라 세분화되어 있다.
할리데이비슨의 크루저 모터사이클은 철제 프레임과 대형 V트윈 엔진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전부 다르다. 도심의 복잡한 도로 환경에서 타기 좋은 스트리트(STREET), 스포츠 라이딩을 추구한 스포스터(SPORTSTER), 올드스쿨 할리데이비슨 본연의 감칠맛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다이나(DYNA), 하드테일에서 유래되었지만 현재까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과 단단한 이미지의 할리를 대표하는 소프테일(SOFTAIL), 그리고 드넓은 대륙을 횡단할 수 있도록 안락함에 초점을 둔 투어링(TOURING) 패밀리가 있고, 그 외에도 고성능 튜닝 혹은 다채로운 커스터마이징이 가미된 S 시리즈와 특별함의 CVO가 있다.
그중에서 스포스터 패밀리 중 하나인 포티에잇은 가장 트렌디한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 중 하나다. 가장 패션 감각이 넘치고 젊은이가 선호하는 멋진 디자인으로 이미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도 많은 이에게 사랑받아 히트친 빅 바이크 중 하나다.
그런 포티에잇은 2017년형으로 업데이트되면서 차체가 더욱 낮아지고 길어졌다. 그리고 와이어 스포크 휠 대신 캐스트 알루미늄 휠을 장착해 완벽한 클래식 스타일에서 다소 세련된 이미지로 변모했다.
포티에잇을 처음 대면하면 가장 먼저 오는 감정은 ‘멋지다’ 이다. 누구나 가슴속에 그려봤을 법한 모터사이클 특유의 투박함은 물론, 간결한 라인과 치장없이 필요한 것만 갖춘 굵직한 라인이 가슴 설레게 하는 것이다.
굵직한 팻 타이어, 길고 낮은 차체와 툭 튀어나온 백미러 라인도 숨겨놓은 패셔너블함. 그 중심에는 무엇보다 아주 작고 귀여운 사이즈의 연료탱크가 있다. 8리터가 채 되지 않는 작은 수용량을 가진 연료탱크는 땅콩을 닮았다 해 피넛 탱크라 불린다.
이 바이크의 이름 ‘포티에잇’은 1948년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에 처음 적용된 피넛탱크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 그런 유산적 의미가 연료탱크 양 옆의 할리데이비슨 뱃지를 달리 보이게 한다.
작고 간결한 디자인의 연료탱크가 상대적으로 다른 부품을 크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헤드라이트 또한 작은 편이고, 덕분에 프론트 포크나 타이어는 더욱 굵직해 보인다. 프론트 포크나 앞 타이어는 수치상으로도 큰 것이 사실이다. 앞 포크 구경은 49mm로 웬만한 오버리터 대형 바이크보다도 크다.
간결한 옆 라인을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핸들 바 아래로 장착된 사이드 미러다. 드랙바 스타일의 핸들바와 그 아래 달린 사이드 미러는 작은 연료탱크 덕에 끝까지 핸들을 돌려도 전혀 간섭이 없다. 의외로 달리면서 사이드미러를 확인해보면 후방시야가 나쁘지 않다. 브이트윈 엔진에 떨려 초점이 흐려지는 것 외에는.
머플러도 멋지게 바뀌었다. 레이저 컷으로 잘려나간 히트 쉴드가 번쩍이는 크롬재질로 뒤덮여 있다. 로드스터에 장착된 것과 같다. 실제 방열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지만 사실은 보기에 멋지다는 점이 더 와닿는다.
얼마 전 시승했던 로드스터와 마찬가지로 핸들부가 무척 깔끔히 정돈된 점이 반갑다. 작고 동그란 원형 계기반 안에는 아날로그 속도계가 표시되고 나머지 정보는 아주 작은 디지털 LCD창에 표현된다. 여기에는 현재 기어가 몇 단인지 표시되고, 엔진 회전수(RPM)나 트립미터(구간 거리계) 등을 열람할 수도 있다. 메뉴간 이동은 핸들 왼쪽 스위치로 할 수 있다. 작지만 조작도 간단하고, 운전자가 필요한 정보는 대부분 볼 수 있으며 복잡한 기능이 없어서 오히려 좋았다.
스위치류는 아주 고급스럽다. 부드럽고도 누르는 감촉이 훌륭하다. 양쪽 방향지시등이 별개로 구분되어 있고 한 번 더 누르면 멈추는 단순한 방식이다. 일반 모터사이클의 푸시 캔슬 방식과 다르지만 직관적이라서 별도로 적응기도 필요없다. &(39;밀워키 USA&(39;표식이 되어 있는 핸들바는 두툼하고 그립감이 아주 좋다. 운전자에게 가까워서 정차 중 잡고 있기도 편하다.
자, 이제 엔진을 깨워볼까? 할리데이비슨의 엔진은 느껴보지 않으면 매력을 모른다. 기계적으로는 완벽하지 않을지 몰라도, 고유의 살아있는 듯한 느낌만은 여전히 최고다. 셀프스타터를 눌러 1,200cc 에볼루션 엔진에 불을 붙여본다. 쿵쾅쿵쾅. 다리 사이로 부들거리는 전율이 느껴진다.
1단 기어를 넣으면 철커덩!하며 쇠붙이끼리 부딪치는 느낌이 확연히 든다. 언뜻 처음 할리데비이슨을 타는 사람은 ‘이거 고장인가?’ 싶을 정도로 투박한데, 기계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원래 그렇다. 1단은 출발로만 사용하고 2단부터 본격적으로 스로틀을 활짝 열어봤다.
계기반에 RPM이 표시되도록 했더니 은근히 달리는 재미가 있다. 3,000rpm 전후로 나오는 뭉툭한 토크가 자꾸만 스로틀을 활짝 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투타타타’하며 뒷타이어가 바닥을 박차는 느낌이 난다. 슬쩍 수그린 허리와 어깨, 바람을 가르며 스로틀을 드럼스틱 마냥 쥐고 오므렸다 폈다 하면서 가속하면 묘하게 거만해진다. 스스로가 ‘일일 불량배’같아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포티에잇은 평범한 사람을 특별하게 만든다.
브레이크를 쥐어보면 레버가 널찍하고 질감이 좋아 소위 ‘쥐는 맛’이 난다. 제동 성능 자체는 뛰어나지 않다. 앞 브레이크는 디스크로터 300mm 구경으로 작지 않지만 속도를 줄이는 과정은 날카롭지 못하다. 아무리 패션 바이크같은 멋진 외모이기는 해도 ‘스포스터’인데 이래도 되나 싶다.
시트고는 단 710mm. 매우 낮다. 누구나 앉아볼 수 있다. 문제는 핸들바와 풋레스트 모두 꽤 앞쪽에 있어 라이딩 포지션은 앞서 말했듯 ‘거만’해진다. 양 다리를 벌리고 앞으로 길게 뻗으며 엉덩이는 꼬리뼈 중심으로 가죽 시트에 파묻힌다. 체중이 거의 시트에 집중되어 오랜 시간 타면 꼬리뼈가 좀 아프다. 단거리 주행 위주의 목적이라면 좋지만 아주 먼 거리를 가기는 꺼려진다. 멋도 좋지만 타기에 너무 불편하다면 할리데이비슨 매장의 전문가 도움을 받아 자기 몸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을 추천한다.
5단 기어로 크루징하면 시간을 잊게 된다. 약 80km/h 정도로 달리면 무척 즐겁다. 앞 타이어가 큰 덕에 직진안정성이 좋고 앞 시야도 탁 트여서 개방감이 좋기 때문이다. 고회전으로 돌리면서 구불구불한 산길 와인딩 코스를 달려보기도 했는데, 확실히 두꺼운 앞 타이어의 영향으로 예리한 코너링과는 거리가 멀고, 안정적으로 부드럽게 타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포티에잇은 아무 데나 세워놓아도 그림이 되는 멋진 바이크임은 분명하다. 스타일과 콘셉트가 분명하고 할리데이비슨뿐 아니라 모든 모터사이클을 통틀어서도 ‘유니크’하다. 바꿔 말하면, 본격적으로 달리기 위해 만든 바이크는 아니란 뜻이다. 주 활동영역이 도심과 근교 라이딩이라면 가볍게 추천할 수 있다.
가끔은 30분에서 1시간 이내의 거리를 도심에서 멋지게 타고, 또 가끔은 가로수길로 타고 나가 시선을 즐기기도 하며, 순수한 라이딩에 목이 마르다면 편도 100km 이내의 일일 라이딩도 즐겁게 소화할 수 있는, 가장 젊고 트렌디한 할리데비이슨이 바로 포티에잇이다.
시승을 마치고 시동을 끄자 틱, 틱 소리를 내며 달궈진 엔진을 식혀간다. 카페 한 켠에 세워놓고 얼음 띄워진 아메리카노를 벌컥 들이키자 내 가슴도 함께 냉각되는 듯하다. 1948년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온 듯한 포티에잇. 도심 속 바삐 오고가는 사람 사이에 ‘철마’같은 아우라를 뽐내고 있는 이 바이크를 지그시 바라보니 ‘갖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작은 차체에 큰 V트윈 엔진을 단 포티에잇은 웬만해서 질리지 않는 바이크다.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할리데이비슨이며, 매력적인 거친 심장은 다른 할리와 마찬가지의 고유한 유산이다. 계절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어도 포티에잇은 유행과 별개로 존재가치가 충분하다.
작고 멋진 피넛 탱크에 자주 급유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은 &(39;멋&(39; 하나만으로 웃으며 감싸안을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자만이 포티에잇을 가질 자격이 된다. 중요한 하나를 위해 다른 것쯤은 쿨하게 포기할 수 있는 소신있는 당신에게 추천한다.
글
임성진 사진 장낙규 jin)ridemag.co.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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