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에 보답하는 성능과 실력, 스즈키 뉴 하야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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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이드매거진
댓글 0건 조회 589회 작성일 21-04-2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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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한참 잠들어있어야 할 시간에 눈이 떠졌다. 시계를 확인하고 잠시 투덜거린 뒤 다시 잠들었지만, 이유는 짐작할 수 있었다. ‘설렘’일 것이다. 바로 오늘, 새로운 하야부사를 처음 만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6일과 17일, 양일에 걸쳐 강원도 인제 스피티움 일대에서 스즈키 하야부사 미디어 시승회가 개최됐다. 국내 모터사이클 미디어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선 공도 시승과 트랙 시승이 함께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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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스피디움에 도착해 피트 문을 열고 들어서니 도열한 하야부사가 우리를 맞이한다. 흰색과 검정색, 대비되는 두 컬러의 하야부사 중 어느 것이 더 매력적인지를 꼽기엔 아직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 하나를 고를 수가 없다. 그저 둘 다 좋아보이기만 하는 건 모터사이클에 관심을 가질 무렵부터 가졌던 하야부사에 대한 로망 때문이 아닐까. 300km/h의 벽을 깨뜨린, 최고속의 모터사이클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드림바이크로 점찍어본 경험이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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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제일 먼저 공도 시승에 나섰다. 내일 있을 트랙 시승도 중요하지만, 대다수의 라이더들은 트랙보다는 공도에서 투어용으로 하야부사를 즐기고 있는 만큼 공도에서의 시승에 가장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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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일반적인 시승기라면 구형과 신형의 비교를 통해 ‘실력이 나아졌다’던가, ‘움직임이 달라졌다’라고 표현하는데, 하야부사는 구형과 비교를 하기엔 시간의 차이가 너무나 벌어졌다. 비교할 구형도 없거니와 개인적으로도 구형을 경험해본 건 수년전 지인이 소유한 것을 잠시 타본 정도에 불과해 기억을 떠올리기도 쉽지 않다. 아쉽지만 이번 시승기에는 기존 모델의 내용 없이 신형에 대해서만 설명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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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개발진들의 이야기를 통해 유추하자면, 하야부사 특유의 감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보다 다루기 쉽게, 보다 편하게 다룰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이번 신형의 특징이라고 한다. 배기량은 이전과 동일하지만 엔진 내부 부품의 개선을 통해 응답성을 개선하는 등의 변화가 이뤄졌고, 새로운 프레임과 서스펜션, 브레이크 등 향상된 성능의 장비를 채용했으며, 첨단 기능을 대거 투입해 보다 안전한 주행을 돕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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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모드는 A, B, C로 나뉘며 A가 가장 강한 출력과 예민한 스로틀 반응에 전자장비가 최소한으로 개입하고, 반대로 C모드는 가장 낮은 출력에 스로틀 반응이 부드러우며 전자장비는 최대한으로 개입한다.

공도 시승 전 먼저 단체촬영이 진행되어 저속으로 이동하는 동안에 C모드를 활용했다. 엔진의 출력은 가장 약하게 조절하고, 트랙션 컨트롤과 앞바퀴 들림 방지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개입하는 단계로, 쉽게 말하자면 ‘레인’ 모드 정도로 보면 되겠다. 웅크린 자세로 계속해서 포즈를 취하며 차량 뒤를 일정 속도로 달려야 하는 상황에서 너무 예민한 반응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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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마치고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길을 나섰다. 1차 목적지는 한계령.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순 없지 않은가. 44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보니 묘하게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부드럽게 스로틀을 열어도 뭔가 꽉 막힌 듯 답답하게 나가지 않는 하야부사. 아까 설정한 주행모드가 떠올라 B로 바꾸니 그제서야 시원하게 출력이 쏟아져나온다. 하야부사의 기본 성능 자체가 높으니 A모드만큼은 아니어도 조금은 섬세하게, 부드럽게 다뤄주는 것이 필요할 정도의 파워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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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늘어선 울창한 나무들이 본격적인 한계령길에 들어섰음을 깨닫게 한다. 와인딩의 시작이다. 인제에서 한계령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비교적 완만한 코너들이 늘어서있어 한결 수월하지만 그렇다고 긴장을 놓아선 안 된다. 브레이크를 걸어주며 시선 처리만 잘해주면 좌로 우로 차체가 원하는대로 슥슥 누워 코너를 자연스럽게 돌아나간다. 차량의 무게에 비해 움직임이 경쾌한 것은 기본적인 설계 외에도 이번 신형의 다이어트 역시 한몫했을 것이다. 연속해서 좌우 코너가 이어지는 구간에서도 마치 리듬을 타듯 자연스레 좌우로 빠르게 머리를 돌려나가니 와인딩이 무섭지 않다. 날카롭게 움직이는 슈퍼스포츠라면 몸이 바짝 긴장했겠지만, 하야부사의 움직임은 그것과 다르다. 날카로움은 덜해도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역시 하야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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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론 맑아보여도 이 날 비 예보가 내려져 있었다.

한계령에서 기대했던 건 멋진 설악과 병풍처럼 늘어선 바위산의 풍경이었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풍경을 떠올릴 겨를도 없이 매섭게 불어오는 바람과 마주쳤다. 여기에 빗방울까지 툭툭 떨어지니 별수 있나. 발걸음을 돌려 이날의 시승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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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부사는 트랙에서도 즐겁게 탈 수 있는 모델이다.

둘째 날은 아침부터 바삐 움직여야 했다. 하야부사의 트랙 시승이 준비돼있기 때문. 안전을 위한 교육과 설명을 잠깐 듣고 나니 어느새 시승 시간이 다가왔다. 부랴부랴 슈트로 갈아입고 트랙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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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코리아 강정일 대표도 이날 하야부사 트랙 시승을 함께했다.

트랙 시승엔 특별한 사람이 함께했다. 스즈키 코리아 강정일 대표가 그 주인공. 과거 모토크로스 선수이자 한국 모터사이클 최장거리 점프 기록 보유자인 그가 칠순이 넘은 나이임에도 함께 하야부사에 올라 트랙을 달리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니 존경심이 들었다. 그런 그도 가볍고 편하게 주행하는 모습을 보니 하야부사의 밸런스는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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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은 금물이지만 신형 하야부사의 실력은 욕심을 내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기록을 겨루는 경기가 아니니 무리할 필요는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욕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조금 더 빨리 달릴 수 있지 않을까?’라거나 ‘조금 더 브레이킹 포인트를 늦게 가져가볼까’하는 욕심 말이다. 그럴 수 있는 건 하야부사가 트랙에서도 아쉽지 않을 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코너에서도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초중급자들과 함께 트랙 데이를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코너링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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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하다 싶을 정도의 스로틀 반응이 부담스럽다면 B모드로 낮추는 편이 낫다.

주행모드를 쭉 B모드를 놓고 달리다가 A모드로 바꾸면 엔진의 반응이 훨씬 날카로워진다. A모드에선 하야부사 엔진의 최대 성능을 발휘하는 동시에 트랙션 컨트롤이나 앞바퀴 들림 방지 기능의 개입은 최소한(오프가 아니다)으로 줄어든다. 하야부사의 진면모를 경험할 수 있는 건 좋지만, 떨어지는 체력에 섬세한 스로틀 조작도 어려워져 실수가 걱정됐다. 자연스레 B모드로 되돌아간다. 여유가 있었다면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최적의 상태를 찾아 사용자 모드로 지정해놓고 탔겠지만, 그럴 만큼 시간이 충분하진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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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 상 최고속의 80%까지는 확인했다. 그 이상을 확인하려면 활주로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직선에서의 가속은 말해 뭐할까. 마지막 코너를 80km/h 정도로 빠져나와 풀 스로틀로 1번 코너 200m 전까지 가속해보니 B 모드에선 약 220km/h, A 모드에선 약 240km/h 정도에 도달할 수 있었다. 힘은 충분히 남으니 정말 넓고 긴 직선주로에서는 최고속도인 299km/h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력도, 코스의 거리도 많이 부족하다.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한 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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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렘보 스타일레마 캘리퍼와 대구경 디스크, 연동 브레이크 및 코너링 ABS 등 제동성능과 기능면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트랙 주행에서는 엔진 성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브레이크다. 하야부사는 전면에 브렘보의 최신인 스타일레마 캘리퍼를 좌우로 장착하고 320mm 대구경 디스크를 더해 높은 제동력을 확보했고, 여기에 전후 연동 브레이크로 힘을 덜 들이고도 안정적이고 높은 제동력을 끌어낼 수 있다. 레버 조작에 따라 균일하게 제동력이 나타나니 원하는 만큼 속도를 줄이는 것이 수월하다. 코너링 중에도 라인 변경을 위해 살짝 브레이크를 걸게 되기도 하는데, IMU 기반의 코너링 ABS 덕분에 로드레이스 선수 못지않은 라인을 그리며 코너를 돌아나갈 수 있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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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러치 레버는 출발할 때와 멈춰설 때 정도만 사용하게 되고, 나머지는 퀵시프트가 있어 잡을 일이 별로 없다.

코너를 돌아나갔으면 빠른 가속이다. 상하 모두로 변속이 가능한 퀵 시프트 역시 단계 조절이 가능하다. 변속시 간극을 좀 더 여유있게 가져갈 수도 있지만, 트랙인 만큼 간극은 최소화하고 빠른 변속으로 계기판의 바늘을 빠르게 밀어올린다. 다운 시프트 역시 마찬가지로 짧고 빠른 변속으로 엔진 브레이크를 걸어 제동에 도움을 준다. 조금 거칠고 빠른 조작이 이뤄져도 슬리퍼 클러치 덕분에 뒷바퀴가 튀지 않아 안정적인 자세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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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타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할당된 시간이 모두 끝나버렸다. 헬멧을 벗고 의자에 몸을 던지니 그제서야 긴장으로 인한 통증과 피로가 몰려온다. 하지만 괴롭고 기분나쁜 피로가 아닌, 즐거운 피로감이다. 오히려 피로는 뒤로하고 조금 더 타고 싶은 아쉬움만이 가득 남았다. 이제서야 하야부사에 왜 그렇게 마니아가 많은지, 이번 신형 출시에 쏟아진 수많은 관심들에 대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번 신형을 백지상태부터 개발했지만, 1세대와 2세대 모델의 완성도가 워낙 뛰어나 기본 틀을 바꿀 수 없었다는 점이다.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라이벌은 ‘자기 자신’이라고 하는데, 이번 신형 하야부사라면 충분히 자기 자신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한다. 타기 쉽고, 다루기 쉬운, 그러면서도 강력한 특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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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매가 날아올랐다. 매는 가장 높은 곳을 날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새로운 하야부사의 귀환에 박수를 보낸다. 성능, 실력, 가치 그 모든 것들은 박수 받아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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