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외에도 선택의 이유는 많다, 에릭 치프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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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다보니 내 집 마련을 위해 교외로 눈을 돌리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도심에 비해 낮은 집값은 장점이지만, 출퇴근에 소모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단점도 있다. 여기에 도시보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해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교통정체까지 더해지면 이만저만한 고역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선 모터사이클이 좋은 대안인데, 일반적인 매뉴얼 모터사이클은 스쿠터에 비해 편하지 않을뿐더러 짐을 실을 공간이 많지 않고, 125cc 스쿠터는 장거리 이동 시 출력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면 300cc급 스쿠터는 어떨까? 출력이 넉넉해 뻥 뚫린 도로에서는 규정속도를 넘나들며 크루징 하기에도 문제없고, 별도의 패니어 케이스를 장착하지 않아도 헬멧 2개 정도는 실을 수 있는 넉넉한 수납공간이 시트 아래 배치되어 있으며, 장거리 이동을 고려해 시트와 포지션 등을 편안하게 구성했다. 연비도 30km/L 이상 나오기 때문에 경제적이어서 자동차를 대체하기에 이만한 탈 것이 없다.
유로 4 환경규제가 적용될 때까지 300cc급 스쿠터 시장은 대부분 대만 브랜드 제품들이 리드해왔다. 특히 길고 낮은 차체로 편하게 탈 수 있는 모델들이 주류를 이뤘으나, 유로 5로 환경규제가 강화됐음에도 대응이 늦어 이쪽 시장에 공백이 생긴 상황. 여기에 중국 브랜드인 에릭이 치프 318 모델로 도전장을 던졌다. 중국 브랜드라는 편견을 이겨내고 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을까?
중국 브랜드인 에릭은 ‘제장 진랑 파워’라는 엔진 전문 공급업체 소속의 완성차 브랜드로, 종쉔. 지리, 리판 등 중국 내 모터사이클 브랜드는 물론이고 폴라리스, 노턴 등 글로벌 브랜드에도 엔진을 납품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모기업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완성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치프 318은 에릭 브랜드의 첫 번째 제품으로, 이름의 318은 중국에서 가장 긴 사천과 티베트를 잇는 318번 국도에서 따온 것인데, 이 318번 국도 6,000km를 달리는 주행테스트를 무사히 치러내며 이름에 담은 것이다.
엔진 기술력만 믿고 덤볐다고 보기엔 디자인도 만만치 않다. 각을 살린 날카로운 외관에 브랜드를 숨기지 않는 과감한 데칼을 더한 개성 넘치는 디자인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전면부는 LED 헤드라이트에 주간주행등으로 날카로운 눈매를 만들어 공격적인 스타일을 만들었으며, 차량 측면을 따라 이어지는 직선들은 대형 테일라이트 주변에서 날카롭게 마무리된다.
넓고 높은 핸들바와 넉넉한 시트가 조화를 이뤄 편안한 포지션을 제공하며, 운전자석 뒤쪽으로는 허리 받침이 더해져 장시간 주행에도 부담을 덜어준다. 윈드스크린은 숏 타입이 기본 장착되는 최근 추세와 달리 높이가 중간 정도 되기 때문에 평균 키 정도면 방풍 성능에 불만 갖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동승자를 위한 그랩 바와 접이식 스텝까지 갖추고 있어 2인 탑승에도 모두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겠다.
편의장비도 넉넉하다. 우선 유럽 스포츠카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스마트키가 제공된다. 배터리 방전을 대비해 시동 레버의 커버를 열면 스마트키 내부에 숨은 열쇠를 꽂아 레버를 작동시킬 수 있게 배려한 점도 좋다. 수납공간은 시트 하단과 핸들 아래쪽에 2개의 글러브 박스가 마련되어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인 만큼 글러브 박스 어느 한 곳에는 충전용 포트가 마련됐다면 더 좋았겠지만 여기 말고 시트 하단에 있다. 시트 하단 수납공간은 헬멧 2개를 수납할 수 있을 정도의 넉넉한 공간을 갖추고 있으며, 댐퍼 끝에 레일을 더한 아이디어로 시트를 더 넓게 열 수 있어 화물 적재가 용이하다. 기본 제공되는 공구는 부직포 재질의 파우치에 담겨있는데 싸구려 비닐 파우치보다 훨씬 만족도가 높다. 긴 풋 레스트 안쪽으로 엔진 폐열을 이용하는 히터가 배치돼있어 하체를 덮는 방식의 레그 워머와 조합하면 겨울철 주행의 부담을 크게 덜어줄 것이다.
차량을 살펴봤으니 이제는 시승에 나설 차례. 수치 면에 있어선 기존 300cc급 모터사이클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도여서 어느 정도의 주행감각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나서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중국 브랜드의 실력이 이 정도까지 성장했나?’였다. 저속에서꽤 높은 경사로를 오르는데도 엔진 회전도 상당히 매끄럽고 힘이 부족하거나 하는 일 없이 수월하게 경사를 올랐다. 도로로 나서 본격적으로 스로틀을 감자 느낌은 확신으로 변했다. 교통흐름이 많지 않은 도로에서 가속 성능을 테스트했는데, 뻗어가는 감각이 중국 브랜드보다 한 수 위로 평가하던 대만제 못지않기 때문. 탑재된 275cc 수랭 단기통 엔진은 최고출력 23.8마력/8,000rpm, 최대토크 2.5kg&(8231;m/5,000rpm으로 수치상으로는 다른 300cc급 제품보다 성능이 낮지만, 최대토크 발생 구간이 빨라 체감하는 가속은 훨씬 더 빠른 느낌이다.
물론 예전부터 유명 브랜드의 OEM 제품을 생산하던 회사였다면 그동안 쌓인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잘 만들었겠거니 생각하겠지만, 에릭이라는 브랜드는 고작 2015년 설립되어 10년도 되지 않았고, 모기업인 제장 진랑 파워 역시 1998년 사업을 시작해 이제 겨우 20년을 넘긴 정도다. 그동안 타 브랜드에 엔진만 공급해온 업체에서 만든 첫 번째 완성차가 이 정도 수준이라니, 그동안 일본 브랜드 다음으로 대만, 중국 순으로 기술력 순위를 매겼다면, 이제는 대만과 중국 브랜드를 동일 선상에 놓고 봐도 될 정도로 우수한 주행감각을 보여준다. 핸들을 통해 전해지는 엔진 진동도 크지 않아 주행 스트레스도 적다.
대형 스쿠터인 만큼 주행에서의 안정감도 충실하다. 서스펜션은 앞 정방향 텔레스코픽 포크, 뒤 듀얼 쇼크 업소버 조합인데, 두툼한 쿠션의 시트와 더해져 노면의 진동이나 충격을 잘 걸러주는 편이다. 브레이크는 앞 더블 디스크, 뒤 싱글 디스크로 덩치에 어울리는 충분한 제동력을 확보했으며, 보쉬의 2채널 ABS를 더해 젖은 노면에서도 안정적으로 제동할 수 있게 도와준다. 시승 중 갑작스레 끼어든 차량 때문에 경적을 울릴일이 있었는데, 2단으로 울리는 경적은 소리가 제법 커 주변 차량의 주의를 환기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
계기판은 아날로그와 LCD를 조합한 방식으로, 익숙한 구성이 보기 편하다. 물론 최근엔 TFT 풀 컬러 스크린으로 조금씩 변화해가는 추세지만, 제품 가격 인상의 요인이 되는 만큼 이런 타협이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니다. 윈드스크린 역시 전동식이 아닌 점도 가격을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지만, 수동으로, 혹은 볼트를 풀어 높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남는다.
낮은 인건비 등으로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이지만, 자체적으로 개발, 생산하는 제품들은 품질이 떨어져 ‘중국산=낮은 품질과 성능’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에릭 치프 318을 통해 중국 브랜드도 품질이나 기술 면에 있어 상당한 성장을 이루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전동화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 늦은 도달이긴 하지만, 그래도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온 실력은 놀라울 정도다.
그래도 중국산이라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가까운 시승차 보유 대리점을 방문해 직접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에릭 318의 예상을 뛰어넘는 우수한 성능으로 중국산에 대한 편견을 깨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599만 원(스페셜 컬러 609만 원)이라는 낮은 가격으로 경쟁력까지 갖췄으니, 충분한 A/S망 확보로 구입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인다면 시장 안착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듯하다.
글
송지산 기자 song196)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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