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MAHA MT-07
페이지 정보
본문
MT 시리즈가 등장한 건 사실 꽤 오래된 일이다. 국내에 ‘경량 스트리트 바이크’ 콘셉트로 MT-09가 등장한 뒤 잊혀졌던 MT 시리즈의 개성을 다시 발견하게 됐다. 이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은 경량화 된 차체에 있다. 그 어느 스트리트 바이크보다도 가볍게 움직이고 운전자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쾌감을 맛보게 하는 것이 숙제였다.
MT-09는 새롭게 개발한 병렬 3기통 크로스 플레인 엔진으로 파워에 대한 의문을 확실히 해소했다. 가볍고 높은 차체가 경쾌한 운동성을 충분히 보장한데다 마치 핫 소스처럼 화끈하고 테니스공처럼 톡톡 튀는 매력을 가진 엔진이 잘 어우러졌다. 완성도에 대해서는 평이 갈렸지만 MT시리즈가 가져야 할 색깔을 분명히 가진 건 확실하다.
그에 비해 MT-07은 어떤가. MT-07은 사실 MT-09가 등장할 때부터 화젯거리였다. 병렬 2기통 엔진을 사용할 것이라는 사실도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었으며 MT-09에 비해 부드러운 엔진 특성과 다루기 쉬운 섀시 성격을 가지리란 것도 예상하고 있었다. MT-09가 예상보다 날카롭고 예민한 구석을 가졌기 때문인데,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병렬 2기통 엔진을 사용한 점이나 라이딩 포지션 등을 보면 쉽게 성격을 가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MT-07이 베일을 벗으면서 대부분의 예상이 현실화 되었다. 전반적으로 MT-09의 모난 부분을 부드럽게 깎아 내어 한결 타기 쉬운 일반적인 바이크로 다듬었다. 반전은 더욱 날카롭게 다듬어진 디자인 성향에 있었다. 얼핏 봐서는 MT-09보다 더욱 스포츠성이 강할 것 같은 이미지를 풍긴다. 분리형 시트나 날카로운 테일 섹션, 낮은 포지션에 위치한 헤드라이트 등이 그랬다.
전반적으로 예리한 나이프 이미지가 강한 스타일에 주눅들 수 있지만, 시트에 앉는 순간 반전이 찾아온다. 최근 스트리트파이터 경향의 스포티한 포지션보다도 한층 편안한 스탠다드 네이키드 바이크의 포지션이다. 상체가 완전히 일어서지는 않지만 탱크를 감싸 안는 자연스러운 하체 포지션이나 발을 놓는 스텝 위치, 그 상태로 팔을 뻗어 허리를 살짝 수그려주면 핸들을 자연스레 쥘 수 있다. MT-09에 비하면 훨씬 일반적인 바이크 포지션에 가깝다.
MT-07은 병렬 2기통 수랭 엔진을 썼다. 크로스플레인 크랭크샤프트 기술을 적용한 증거로 엔진 케이스에도 CP2라는 이니셜이 박혀있다. 시동음은 경쾌하다기보다 낮고 묵직하게 울린다. 2기통 특유의 맥박을 느낄 수 있지만 도드라지지는 않는다. V형 2기통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부드럽게 ‘동동’거리는 느낌이다.
계기반은 슬쩍 오른쪽으로 쏠려 멋 부렸던 MT-09와 달리 정확히 센터에 위치해 있다. 타코미터와 속도계 모두 디지털로 표현되며 구성이 단순해 알아보기 편리하다. 1단 기어부터 부드럽게 가속되는 점은 역시 병렬 2기통다운 특성이다. ‘스르륵’ 출발하는 감각이다. 회전수를 높이기 전에 2단, 3단으로 기어를 바꾸며 가속하다 보면 놀라는 사실이 있다. 가벼운 무게와 맞물려 가속감이 무척 경쾌하며 스로틀과의 직결감도 훌륭하다는 점이다. 회전수는 약 3,000rpm부터 7,000rpm까지 일상영역에서 충분히 토크풀하다. 그 이상으로 스로틀을 열면 10,000rpm까지도 솟긴 하지만 일부러 회전수를 올릴 필요 없을 만큼 중속 영역에서 가속력이 강하다.
큼직하기 표시된 기어 포지션 램프도 맘에 든다. 계기반은 초박형이지만 가장 중요한 정보 순으로 눈에 잘 띄게 배치해 놨다. 6단 기어에서 시속 80~100킬로미터로 유유히 순항하는 여유도 부려볼 수 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럽고 정숙한 엔진이 놀랍다. 기대 이상의 ‘조용한 반란’이다. MT-09가 줬던 매콤함은 부족하지만 부드러운 한편 묵직한 토크를 언제든지 내 주는 MT-07의 엔진은 10점 만점에 가깝다.
차체는 건조중량 기준 약 160킬로그램 대로 무척 가볍다. 부드러운 엔진임에도 원하는 순간에 툭툭 튀어나가는 토크감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최고의 튜닝은 경량화’라는 이론이 잘 맞아떨어진다. 스로틀은 매우 가볍게 반응하고 브레이크 특성은 스트리트 바이크 다운 부드러운 세팅이다. 리어 브레이크는 작동 범위가 상당히 넓다. 어지간한 감속은 리어 브레이크만으로 처리할 수 있을 정도다. 프론트 브레이크는 프론트 서스펜션 작동 폭이 약간 긴 만큼 즉각적이라 보긴 어렵다. 포크가 가라앉는 시간이 슬쩍 느껴지는 정도다.
섀시는 튜블러 스틸을 사용해 엔진 마운트로 강성을 확보한 타입이다. 출력대비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보지만 메인 프레임에 비하면 서스펜션 성능이 조금 못 받혀주는 기분이다. 리어 서스펜션은 작동 폭이 짧은데다 충격 흡수가 원활치 못하다. 풀 가속시 트랙션을 확보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의 트랙션은 탁월하지 못하다. 불량 노면 구간에서는 통통 튀는 기분을 견디는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훌륭한 엔진 특성을 서스펜션은 조금 못 받쳐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엔진은 정말 좋다. 가벼운 차체와 궁합이 좋은 면을 제외하고서라도 상당한 실력을 갖췄다. 무엇보다 다루기가 무척 수월하고도 파워가 넘친다. 파워는 주로 중간 회전대(3,000rpm~7,000rpm)에서 나온다. 그 이상으로 돌리면 쭉쭉 뻗어나가긴 하지만 진동이 거세지고 필링이 부드럽다고 보긴 어렵다. 어느 기어 단수에서나 약 3,000rpm 부터는 힘있게 가속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약간 걱정되는 건 이렇게 가벼운 차체특성을 잘 활용한 경우 체중이 적잖이 나가거나 텐덤 라이딩을 할 때는 즐거움이 반감된다는 점이다. 시승기자의 체중은 약 60킬로그램 초반대로 가벼운 편이다.
MT-07의 전면부 인상은 매우 평범하지만 후면은 얘기가 다르다. 좁고 날렵하게 빠진 디자인 덕에 180mm사이즈 타이어가 더욱 우람해 보인다. 테일램프 또한 감각적으로 설치된 빌트인 타입으로 디자이너의 센스가 느껴진다. 정립식 포크를 가졌지만 자칫 ‘쇠파이프’인상을 받을 수 있는 금속 재질을 블랙 컬러 플라스틱 파츠로 슬쩍 가린 것도 나쁘지 않은 조치다. 각종 레버나 스텝, 스위치와 시그널 램프 등 파츠 디테일 마감은 평이한 수준이다.
스티어링 특성은 예민하지 않다. 앞/뒤가 섀시와 함께 움직이는 기분이다. 차체와 일체감이 좋으며 프론트만 파고들거나 리어가 따로 노는 등의 불확실한 거동은 거의 없다. 심지어 스텝이 노면에 닿는 풀 뱅크에서 스로틀을 전개해도 트랙션을 꾸준히 유지한다. 타이어는 스포츠 투어링 타이어인 미쉐린 파일럿 로드3로, 알다시피 드라이 접지력에 목숨 건 타입의 모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랙션에 안심감이 넘치는 것은 병렬 2기통의 장점에다 크로스 플레인 기술이 빛을 발하는 덕이라고 보여진다. 이는 MT-09와 YZF-R1도 비슷한 특성을 가졌다.
ABS도 믿음직스럽게 작동한다. 프론트 브레이크는 어지간해서 작동하는 모습을 발견하기 어려울만큼 한계가 높다. 리어 브레이크는 시내에서 급히 사용할 때 종종 ABS를 작동할 수 있지만 이미 타이어 그립을 잃었다고 성급하게 끼어들진 않는다. 실제로 리어 브레이크를 강하게 작동해 트랙션을 없애려고 노력하면 띄엄띄엄 개입해 풀 브레이킹을 ‘돕는’ 이미지다. ABS가 설치된 차량치고는 ‘끼익’하는 스키드음을 꽤 자주 들을 수 있다.
반대편으로 빠르게 차체를 넘기는 복합 코너링 상황에서도 상당히 날카롭게 움직인다. 특징은 위화감이 전혀 없이 움직임을 언제나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더 깊게 혹은 얕게 기울일 수 있고 뱅크 중에도 가속과 감속을 부담없이 조율할 수 있다. 이런 점 덕분에 라이딩에 더욱 적극적으로 빠져들게 된다. 운동성 측면에서 아주 바람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프론트는 약간 피칭이 있지만 리어는 거의 온로드 스포츠 바이크 수준으로 단단하다. 프론트는 풀 브레이킹 시 노즈다이브(프론트 서스펜션이 가라앉으며 앞이 노면으로 파고듬)를 꽤 느낄 수 있지만 리어는 비교적 잘 버텨준다. 브레이킹시 리어 브레이크를 자주 쓰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최고속도는 충분히 나온다. 시속 180킬로미터까지는 큰 저항없이 달릴 수 있다. 주행풍의 영향은 상당하지만 상체를 슬쩍 숙이면 견딜만 하다. 가장 즐기기 좋은 속도는 출발 가속부터 시속 140킬로미터 정도까지다. MT-07을 가장 경쾌하게 가속하고 이리저리 다룰 수 있는 속도역이다. 가벼운 차체로 인해 돌발 상황에서도 간단히 감속하고 방향을 바꾸기 쉽다. 재차 연구해도 MT-07의 가장 성공적인 키워드는 ‘경량’이다.
시승 중 모터사이클에 계산 외의 스트레스를 주는 퍼포먼스, 이를테면 윌리나 스토피즈, 번 아웃 등을 즐기진 않았지만 그런 연출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역시 가벼운 차체 무게가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MT-09가 강력한 파워를 활용해 차체를 쥐락펴락한다면 MT-07은 가볍고 유연한 차체로 컨트롤성을 확보한 케이스다.
MT-07의 소비자 가격은 약 1,000만원을 살짝 넘는 정도로 파격적이다. 성능 대비, 상품성 대비 합리적이다. 포용력도 매우 높아서, 대배기량 바이크에 입문하려는 사람이나 가벼운 네이키드 바이크를 기다려 온 사람, 그리고 연비를 감안하면서도 다용도로 바이크 라이프를 즐기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모두 잘 어울린다. 반대로 베테랑이 타도 그다지 아쉬울 것이 없는 모델이다. 자극적이 못하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긴 하지만 그것만 빼면 여러모로 기계적 완성도가 높다. 가격 대비 가치를 따지자면 더욱 그렇다.
MT시리즈의 콘셉트는 가볍고 파워풀한 퍼포먼스 스트리트 바이크다. MT-07은 날카롭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갖추고도 엔진 특성이나 섀시의 유연함은 스탠다드 네이키드 바이크처럼 순박하다. 그럼에도 엔진 파워는 충분하며 가지고 놀기도 좋다. 성능 끝까지 몰아붙이지만 않으면 나쁘지 않은 연비도 얻을 수 있다. 여러모로 매력이 넘치는 바이크다.
요즘같이 개성이 강한 시대에 ‘모두가 좋아할만한’ 모터사이클을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만들면 반드시 자극을 원하는 누군가는 지루하다고 느끼기 마련이다. MT-07은 그런 면에서 누구나 좋아할 만큼 범용적이면서도 ‘자극을 즐기는 누군가’에게는 토크풀한 엔진과 가벼운 차체의 조합으로 상당한 만족감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밸런스 면에서는 상급 모델 MT-09보다도 낫다.
야마하가 오래 만들어왔던 병렬 4기통 엔진 네이키드 바이크 대신 개발한 신형 MT시리즈가 제대로 시장에 먹혀들고 있다. 다행인건 파격적인 디자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기계적 설계 또한 다분히 계획적이고 치밀하다는 거다. 기대치 않게 새로운 MT 시리즈가 야마하의 새로운 부흥을 맞이할 수도 있겠다.
글 임성진 기자 사진 김종우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라이드매거진(www.ridemag.co.kr)은 자동차, 모터사이클, 자전거 등 다양한 탈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전문매체입니다. 각 탈것들의 전문적인 시승기부터 국내외 관련뉴스, 행사소식, 기획기사, 인터뷰, 칼럼,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문화 이야기까지 다양한 볼거리들을 제공합니다.
글
임성진 기자 jin)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라이드매거진은 자동차, 모터사이클, 자전거 등 다양한 탈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전문매체입니다. 각 탈것들의 전문적인 시승기부터 국내외 관련뉴스, 행사소식, 기획기사, 인터뷰, 칼럼,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문화 이야기까지 다양한 볼거리들을 제공합니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전글HONDA F6C 14.09.29
- 다음글[롱텀02] 스즈키 V-STROM 1000ABS, 도심을 달리는 즐거움 14.08.0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