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02] 스즈키 V-STROM 1000ABS, 도심을 달리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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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이드매거진
댓글 0건 조회 599회 작성일 14-08-0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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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가 V-STROM에 사활을 걸었다는 이야기는 시승기에도 몇 번 했지만 그것이 고성능을 추구했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고성능으로 말할 것 같으면 두카티나 KTM 등 150마력을 넘나드는 어드벤처 바이크가 있는데다 그렇다고 V-STROM이 뛰어나게 스티어링이 민첩하다거나 가볍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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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은 대중교통 대신 모터사이클을 이용하기로 했다.

V-STROM이 추구하는 바는 절대 ‘고성능’이 아니다. 어디서나 써먹을 수 있는 범용성이다. 또 부담없이 오를 수 있는 캐쥬얼 바이크로의 의미다. 엔진은 오버 리터 급이지만 요즈음 강남과 시청, 광화문 도심을 주파하는 출퇴근길에서는 마치 스쿠터처럼 탈 수 있다.

과장이 심하다고 들리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저회전에서 슬쩍 툴툴 거리기는 하지만 2,000rpm만 돌면 마치 단기통 엔진처럼 펀치감이 좋다. 그리 민감하지 않은 저회전영역대에서 순간적으로 스로틀을 확 감아제끼는 것도 재밌다. 트랙션이 확실한데다 고회전엔진 마냥 신경질적이지 않기 때문에 예측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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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기어를 변속하면서 도심을 주파하는 재미는 얼마 전부터 느끼기 시작했다. 시승차 나갔던 외곽 도로나 와인딩 코스에서 느낄 수 없었던 즐거움이다. 출퇴근에 오버리터급 바이크를 사용한다는 건 사실 결단력이 필요했다. 무엇보다도 출퇴근 시간의 최대 혼잡 지역을 통과한다는 사실이 상상만으로 괴롭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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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링 케이스를 전부 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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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키드 바이크 정도로 폭이 줄었다

일단은 사이드 케이스부터 떼어 냈다. 출퇴근용 짐이 많지 않을뿐더러 차폭을 최소화 하는 편이 도심주행에서는 부담적기 때문이다. 탑 케이스는 며칠간 헬멧을 넣는 용도로 달고 다니다가 지금은 아예 분리해버렸다. 우연히 탑 케이스를 떼고 퇴근한 적이 있었는데 주행감이 상당히 달랐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높은 무게중심이 운동성에 미치는 영향이 적잖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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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출발하면 가장 먼저 반기는 도로는 강남대로다. 양재역부터 신사역까지 이어지는 교통체증은 말 그대로 서울 내 전쟁터와 같다. 모든 운전자들을 전투적으로 변모시킨다. 하지만 V-STROM은 존재감이 남달라 쉽사리 덤벼들지는 않는 모양새다. 덩치도 덩치지만 높은 승차 포지션에 어지간한 SUV 운전자와 눈이 마주치니 ‘못 봐서 끼어들었다’는 얄궂은 변명은 통하지 않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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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차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어 위아래로 모터사이클을 살펴본다. 개중에는 ‘이 독특하게 생긴 오토바이는 뭐지’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시끄러워 죽겠는데 앞에서 알짱거리나’하는 생각으로 흘겨보는 걸 수도 있다. 난 바퀴 네 개 달린 자동차 운전자보다 훨씬 기민하게 다음 신호까지 달릴 수 있으니 아무래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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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핸들은 폭이 넓은 편이다. 편안한 포지션을 제공함은 물론 오프로드 주행시 적극적으로 큰 차체를 컨트롤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시내 주행에서 넓은 핸들이 좋을 까닭은 없다. 하지만 다행인 건 승용차의 백미러 높이보다 슬쩍 위에 있어서 간섭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SUV 차량 사이를 지날 땐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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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기어는 보통 3단으로 주행한다. 그 상태에서도 토크가 늘상 충분하기 때문이다. 신호 대기시 슬슬 차량 사이를 빠져나가야 할 때는 2단이면 충분하다. 1단 기어는 출발할 때 말고는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회전수는 약 3,000rpm 전후로 주행하는 것이 딱 즐겁다. 가끔 도로가 뻥 뚫린 타이밍이 나올 땐 나도 모르게 6,000rpm 근처까지 풀 스로틀하기도 하지만 바닥을 ‘투투툭’치며 돌진하는 듯한 느낌이 맘에 들어 그 이상 회전수를 올리기 전에 다음 기어를 선택하게 된다. 왠지 크루저가 아닌데도 여유있게 낮은 rpm으로 달리는 것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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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TROM으로 시내 주행을 하면서 유독 늘어난 스킬이 있다면 리어 브레이크 컨트롤이다. 급정거할 상황이 아니고서는 프론트 브레이크를 거의 쓰지 않고 도심 25킬로미터를 이동할 정도니 리어 브레이크 사용 빈도가 획기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탑승하면 무게 중심이 핸들바가 아니라 고스란히 시트에 옮겨가기 때문에 편안하게 의자에 앉은 듯한 기분으로 리어브레이크를 조물락거릴 수 있다.

리어 브레이크는 아무래도 강력한 프론트 브레이크에 비해 노즈다운(급한 브레이킹시 앞이 노면에 내리꽂듯 쏠리는 현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여유가 생긴다. 급하면 프론트 브레이크를 슬쩍 써줘도 충분히 급제동이 가능하다. 서킷에서나 쓰는 슈퍼바이크용 래디얼마운트 캘리퍼를 사용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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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높지 않을 때 차량 사이를 빠져나가거나 복잡한 곳에서 좌회전 우회전을 할 때에는 무엇보다도 무게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자연스레 오프로드 라이딩 테크닉인 린 아웃(선회시 모터사이클보다 바깥쪽으로 몸을 빼서 무게 균형을 유지) 자세를 취하게 된다. V-STROM이 가진 라이딩 포지션이라면 모든 상황에서 린 아웃을 사용해도 될 정도로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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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탱크는 20리터 가득 넣을 수 있지만 놀란 사실은 완전히 탱크가 비었을 때와 가득 채웠을 때 차체 움직임이 다르지 않다는 거다. 가솔린이 20리터면 상당히 무거운 무게다. 얼른 생각하기에 1리터 콜라 페트를 20개 양 손에 들고 있다고 상상해보면 쉽다. 게다가 연료탱크는 모터사이클 정 중앙보다 위쪽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서 아무래도 저속 선회시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V-STROM은 전/후 변화가 거의 없다. 그저 기분 탓이라고 하기에는 주유할 때마다 매번 느끼는 현상이라 감탄하게 된다. 이래서 계획적인 설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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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 스크린은 순정상태로도 충분하지만 투어링 스크린이 부착되어 있다. 사실 큰 차이는 없지만 어깨 양쪽으로 들어오는 주행풍을 조금 더 차단해 주는 역할을 한다. 시내에서는 최하 단계로 낮추고 다니는 것이 좋다. 더욱이 요즘같이 푹푹 찌는 여름 날씨에는 잠시 달릴 때 주행풍을 맞는 편이 체온 유지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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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찌는 여름날, 시내에서 최대한 체온을 유지하려면 풀젯 헬멧이 더 요긴하다

요즘 같은 여름에 시내 주행시 가장 큰 적은 엔진 열이다. 더욱이 대배기량 V트윈 엔진은 후방 실린더가 정확히 양 무릎 사이에 있어서 열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흔히 두카티 모델이 시내주행시 비슷한 고통을 겪는다. V-STROM은 1리터가 넘는 배기량을 감안하면 열이 많은 편은 아니다. 정차시 유독 오른쪽 종아리로 열풍이 슬슬 배어나오는 것만 빼면 뜨겁다고 느낄 상황까지 간적이 없다. 매일 편도 1시간 가까이 도심 주행으로 시간을 보내는 악조건에 비하면 나쁜 결과는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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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 길에 수시로 작동한 ABS. 제 할 일을 하느라 더러워졌다.

ABS는 언제나 든든하다. 얼마 전 주행 중 비를 만난 적이 있는데 평정심을 잃지 않고 맨홀 바닥 위에서도 정확히 제동할 수 있던 이유는 여지없이 ABS 덕분이었다. ABS가 없어도 설 수는 있겠지만 좀 더 신경써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어디서 돌발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도심 주행에서는 더욱 신경 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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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빨리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에 풀 스로틀 할 때가 있다. 그 때마다 TCS 램프가 간헐적으로 점등되기도 한다. 노면 접지력이 충분하지 않은 데에도 운전자인 내가 급가속을 주문하기 때문이다. 

총 2레벨로 작동하는 TCS는 도심 주행에서 최대치로 해놓는 편이 편하다. 어지간한 상황에서 컴퓨터가 개입해 슬립을 방지해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차체를 깊게 눕혀 돌아가는 상황에서 스로틀을 강하게 작동하면 컴퓨터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어디까지나 ‘돕는’정도의 차원으로 생각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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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레 느끼지만 서울에는 거칠게 운전하는 택시가 참 많았다. 언제든지 중앙선을 넘어올 수 있으니 항상 피할 준비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출퇴근 길은 언제나 막힌다. 간혹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날은 마음먹고 네모난 상자 안에서 최대한 즐겁게 시간을 보낼 계획을 짜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졸음이 올 수도 있고 무엇보다 지루하고 따분하다. 반면 V-STROM을 타고 출퇴근하는 날은 마음이 한결 가볍다. 일단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 자체가 스포츠 행위다. 정차해 있는 자동차 사이에서도 여유를 부리며 흐름을 앞서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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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링 케이스는 도심 주행에서 크게 필요없다. 부피만 커질뿐이다.

그렇다 해도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이 함께 사용해야 하는 도로에서 독고다이식으로 난폭하게 라이딩하는 습관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자동차 운전자 시각에서는 가뜩이나 정체 상황이 짜증나는데 그런 모습이 좋게 보일리 없다. 타고 있는 개체만 다를 뿐 원하는 목적지까지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다. 따지고 보면 모두 같은 마음으로 운전하고 있을 뿐이다. 최소한의 배려심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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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퇴근길 한강에 들려 보는 여유도 부릴 수 있다. 꽤 괜찮은 일상의 활력소가 된다.

어드벤처 바이크 카테고리에서도 ‘역동성’이나 ‘강인한 파워’를 강조하는 타 모델과 달리 유독 운전자와의 밸런스나 문턱이 낮은 접근성, 다루기 쉬운 조종성을 강조하는 V-STROM. 시내 주행을 한 달여간 반복하고 나니 그 의미를 알 것도 같다. 언뜻 보면 큰 덩치에 주눅들 법도 하지만 위압감을 최소화 한 사이즈나 낮은 rpm에 집중된 토크만 봐도 그렇다.

V-STROM은 ‘미지의 세계로의 탐험’만을 추구한 비현실적인 모터사이클이 아니다. 가방 하나 떼고 붙이는 것만으로 사용성이 크게 달라지기도 하며, 때에 따라서는 스쿠터처럼 거리에서 간편히 운용할 수 있는 이동수단도 된다. 꼭 필요한 전자장비만 갖추고 있어 고장 여지도 적고, 시내 주행 기준 연료 효율도 리터당 15킬로미터 정도를 꾸준히 유지해 만족스럽다. 이 즐거움을 혼자 느끼기는 아쉽다. 거리에서 좀 더 다재다능한 V-STROM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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