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 맥심600i ABS, 대만 현지에서 맛본 차기 맥심스쿠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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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모터사이클 제조업체인 SYM의 주력 상품은 스쿠터다. 가장 많은 수요가 있는 내수 시장에서 스쿠터의 의미란 생활 밀착형 이동수단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1인 1 자동차를 당연한 것처럼 여기듯이 대만에서는 1인 1 스쿠터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소형 스쿠터에만 전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250cc 이상 대형 스쿠터나 매뉴얼 모터사이클 등 스포츠, 레저에 중점을 둔 기종도 집중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엔진을 장착한 모터사이클이야말로 SYM의 현재 기술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400cc 버전으로 첫 선 보인 맥심400i가 바로 좋은 예다. MAX+SYM 이라는 작명에서도 알 수 있듯 맥심시리즈가 새로운 SYM의 기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예고였다. 400cc급 단기통 엔진을 장착한 맥심400i는 유럽 전략형 차종으로 개발됐으며 고속에서도 높은 승차감을 유지하며 달릴 수 있는 상품성 높은 스쿠터였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시승회를 통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바 있으며 각 매체에서도 SYM의 약진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 후속타로 등장한 맥심600i ABS는 아직 국내에는 발매되지 않은 기종이다. 라이드매거진에서 대만 SYM 본사를 방문하며 짧은 시간이나마 비공개된 맥심600i ABS를 시승해 본 느낌을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많은 독자들이 이전 모델인 400cc 버전에 이어 600cc급 단기통 엔진을 얹은 새로운 대형 스쿠터가 어떤 느낌을 선사할지 궁금해 하리라 생각한다.
기자가 처음 맥심600i ABS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의구심을 품었던 부분은 다름 아니라 600cc급 단기통 엔진을 채용했다는 사실이었다. 단기통 엔진은 배기량이 커질수록 아무래도 진동이 심해지고 급기야 승차감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이론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SYM이 부드러운 필링을 가진 병렬 2기통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담당자로부터 직접 들었을 때 더욱 의문이 깊어진 것도 사실이다.
SYM 본사 R&D센터 뒷 켠에 마련된 맥심600i ABS는 총 3대였다. 본사 방문에 참여한 기자들이 간단하게 시승해 볼 수 있도록 특별히 준비한 차량이었다. 본론부터 이야기하자면, 600cc 가까운 배기량의 단기통 엔진에 대한 진동 등에 대한 대책은 확실히 완비되어 있었다.
따라서 엔진 회전감이나 승차감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일 따위는 없었다. 단기통 특유의 맥동이나 펀치감은 고스란히 남아있지만 저회전부터 부드럽게 돌면서 고속영역까지 속도를 올려가는 느낌은 체감상 맥심 400보다도 더 부드럽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기자의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시동을 걸어둔 뒤 공회전 상태에서의 진동도 꽤 억제했음을 알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스로틀을 감으며 출발하기만 하면 부드럽게 엔진이 도는 듯한 느낌 외에 불쾌한 진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넉넉한 배기량을 기본으로 낮은 회전수로도 묵직하게 가속하는 느낌은 맥심400i에서 느끼기 어려운 부분이다.
대부분 600cc급 맥시 스쿠터가 즐겨 사용하는 병렬 2기통 엔진의 경우, 고속영역에서는 시원스럽게 뻗어나가는 가속력이 매력이지만 반대로 저속영역에서는 다소 무딘 스로틀 응답성으로 빅 스쿠터의 무거운 차체를 밀어내기에 다소 답답할 때가 있다. 저/중속에서의 순간 토크가 뛰어난 단기통을 선택한 맥심600i ABS만의 특징이 잘 살아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궁금했던 엔진에 대한 느낌을 확인하고 나니 스쿠터가 한층 달라보였다. 사실 외관상 몇 가지를 제외하고 맥심 400i와 대부분 같은 파츠를 공유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차체 색상과 잘 어울리는 백미러와 기계미가 넘치는 큼직한 머플러다. 그리고 시트에도 맥심 고유 로고를 스티치로 꾸미는 등 차별화시켰다.
마치 자동차 계기반같은 대형 아날로그 계기반은 여전하다. 가운데 디지털 액정창으로 적산 거리, 시계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수납공간은 동급 최고로 꼽힐 만큼 방대하다. 핸들 아래 수납부에 들어가는 소지품만 해도 글러브 박스라 하기 미안할 정도로 넉넉하다. USB 연결구와 12볼트 충전용 소켓도 준비되어 있어 다양한 형태의 전자장비를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
두 개의 유압 댐퍼로 열리는 시트 아래 러기지 박스에는 풀페이스 헬멧이 2개나 수납될 정도다. 댐퍼가 부드럽게 작동해 묵직한 무게의 시트를 잡아주는 데에서 오는 안심감이 크다. 큼직한 동승자용 등받침대(백레스트)도 편안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기본 파츠다. 토크가 넉넉한 덕에 두 명이 타도 파워 부족을 느끼기 어려운 것이 강점이다.
언덕에서 주차하기 용이하도록 주차용 브레이크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도 좋은 점이다. 매뉴얼 모터사이클처럼 경사로에 주차하기 위해 기어를 넣어둘 수 없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이미 거리에서 달리고 있는 맥심400i에서 충분히 성능이 입증된 래디얼마운트 더블디스크다.
무거운 차체를 파워풀하게 달리게 할 수 있는 엔진을 마음껏 사용하기 위해서는 믿음직한 제동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리어 브레이크도 대형 디스크 로터를 사용해 강력한 제동력을 발휘하며, 필요에 따라 ABS가 개입해 안전한 제동을 도와준다.
전면부 헤드라이트에는 강렬한 인상의 LED 데일라이트가 항시 점등된다. 멀리서도 맥심600i ABS만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테일램프 또한 피시인성이 뛰어난 고광량 LED 램프로 무장했다. 맥심400i와 마찬가지로 좌/우로 나뉜 방향지시등 일체형 테일램프가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짧은 시간 동안 시승할 수 있었던 R&D 센터 뒤 테스트로드는 때마침 비에 살짝 젖은 상태였다. 노면 상태도 무척 거칠고 아스팔트 조각이 적지 않아 오히려 실제 도로 상황과 흡사한 점이 테스트하기에 좋았다. 스로틀을 끝까지 열면 묵직한 차체가 무섭게 가속해 나간다.
하지만 제어하기 어려울 정도로 날카롭지는 않다. 스로틀을 놓으면 엔진브레이크가 강하게 걸림과 동시에 묵직한 차체 덕에 금세 속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브레이크는 감각이 스쿠터라고 하기에 꽤 예민해서 적은 악력으로도 쉽게 풀 브레이킹할 수 있다. ABS가 개입하는 시점은 여유가 있어 정차 직전 거친 노면위에서 잠시 작동할 뿐 과도하게 개입하는 성격이 아니다.
코너링 특성은 무척 부드럽다. 무게중심이 높다보니 일순간 차체를 눕히기도 어렵진 않지만 그렇다고 차체가 휘청거린다거나 날카롭게 방향이 바뀌는 특성이 아니다. 중립적인 스티어링 특성을 기본으로 부드럽게 코너에 진입해 서서히 가속해 나가는 것이 잘 어울린다.
단기통 엔진 특성상 트랙션 느낌을 파악하기 쉬워 생각이상 높은 속도로 코너에 진입해 불안하더라도 충분히 차체를 눕힌 후 슬쩍 스로틀을 여는 것만으로 트랙션이 걸리며 무리 없이 위기를 탈출할 수 있다. 다소 스로틀을 거칠게 조작하더라도 접지력이 충분한 타이어와 묵직한 무게의 차체 덕에 차체가 과민 반응하는 일이 없어 안심감이 높다.
윈드스크린은 적당한 높이로 방풍성이 나쁘지 않다. 요추 받침대에 엉덩이를 밀착한 채로 양 다리를 쭉 뻗어 발판에 놓으면 정말 안락한 자세로 평화로운 라이딩을 만끽할 수 있다. 넉넉한 파워와 믿을 수 있는 제동력을 양손에 쥔 듯한 지배감이 상당히 기분 좋다.
차체는 상당히 큰 크기이지만 신장이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대로 멋지게 느껴진다. 전반적인 디자인 완성도가 높기 때문인데, 다양한 체구의 운전자가 운전해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시승 기자단의 신장은 약 175cm에서 185cm까지 다양했지만 라이딩 포지션에 대해 불편을 토로하는 사람은 없었다.
맥심600i ABS는 지금껏 SYM이 개발한 모터사이클 중 가장 큰 엔진을 얹은 대형 스쿠터다. 특히 맥심400i가 얻은 호평에 이어 칭찬할 부분이 많이 있지만 소비자들의 냉철한 평가는 어떨지 확언할 수는 없다. 확실한 것은 단기통 600cc급 엔진의 완성도가 기대 이상으로 높다는 것이다. SYM의 차기 엔진인 병렬 2기통 엔진으로 넘어가는 과도기급 엔진으로 대충 짚고 넘어가기에 아까운 완성도다. 시내 주행은 물론 장거리 투어링에도 전혀 부족함 없어 보이는 정숙성과 매끄러운 엔진필링이 돋보이는 기대작이다.
마지막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만 합당한 가격과 기본 수준 이상의 차후 서비스가 보장된다면 맥심600i ABS야 말로 SYM의 새로운 기함으로 손색없는 제품이 될 만하다. 국내에 맥심600i ABS가 상륙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SYM의 기술이 집약된 결과를 직접 맛볼 수 있게 될 것이다. 확신하건대 이 제품하나로 대만 스쿠터 개발 기술력의 깊이를 단번에 알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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