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MAHA BO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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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저 모터사이클은 말 그대로 도로를 유유자적 달리며 여행하는 용도로 만들어졌다. 보통 크루저 모델에 방풍 장치나 편의장치를 추가함으로써 투어러로 변모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크루저는 모터사이클의 기본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커스텀 파츠를 이용해 취향에 어울리게 꾸미거나 프레임을 자르거나 용접해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혹은 독특한 스타일로 개조하기도 한다.
이렇듯 크루저를 커스텀하는 형태를 크게 나누자면 바버 스타일과 차퍼 스타일로 구분할 수 있다. 바버 스타일은 세계 2차 대전 당시 미국 모터사이클 정비공이던 참전 용사가 전쟁 후 고향에 돌아와 새로운 개조 스타일을 도입하면서 시작된다고 알려졌다. 현재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미국제 모터사이클과 유럽제 모터사이클은 확연히 다른 특성을 가졌다.
특유의 가볍고 기민한 특성을 가진 유럽제 모터사이클을 경험했던 그는 무겁고 둔한 미제 모터사이클에 앞 휀더를 떼고, 뒤 휀더는 짤막하게 유지했으며 전체적으로 무거운 무게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부품 외에는 전부 떼어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개조 방식은 차퍼 스타일에 비하면 소극적인 커스텀 스타일이었다. 차퍼 커스텀은 모터사이클의 뼈대가 되는 프레임마저 자르고 용접하거나 크롬을 입히는 등 화려하고 대범한 개조 방식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반면 바버는 누구나 차고만 있으면 간단하게 원하는 스타일로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했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운동성도 높이는 데 효과가 높아 짧은 시간에 금방 인기를 얻었다.
야마하 볼트는 바버 스타일 크루저를 지향했다. 기본적인 크루저 형태의 모터사이클에서 화려한 장식 대신 간결하고 담백한 파츠로 몸집을 최소화하고 무게도 줄인 스타일이다. 스트리트 크루저다운 심플한 블랙 모노톤 컬러와 무광 페인팅을 잘 버무려 원초적인 멋이 살아있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낮고 긴 실루엣이다. 차체는 크루저치고 그리 크지 않지만 기본적인 롱 앤 로우(Long & Low) 스타일을 갖추고 있다. 페인팅은 모두 광택이 나는 블랙 컬러로 수수하게 꾸며져 있고 엔진과 머플러는 무광 블랙 컬러로 중후한 무게감을 가졌다. 전반적으로 기교가 없고 심플한 느낌이 크다.
엔진은 빅 트윈 엔진의 무게감이 그대로 살아있다. 공랭 엔진의 두툼한 냉각핀은 커팅 된 느낌의 세련된 디자인을 갖추고 있고 에어크리너 박스가 오른쪽으로 툭 튀어나와 있다. 에어크리너 박스 커버 또한 무광 모노 톤으로 통일해 컬러가 튀지 않도록 다듬었다. 전 후 방향 지시등과 램프류는 모두 클리어 타입인데 뒤 테일 램프만 LED다. 전반적으로 마치 수묵화를 보듯 정갈한 느낌이 화려한 아메리칸 크루저와 상반된다.
시트에 앉으면 크루저다운 낮은 시트고가 여유롭다. 키 175센티미터 기준 남성이 앉았을 때 무척 여유롭게 발을 지면에 내릴 수 있다. 무릎이 상당히 굽혀지는 덕에 200킬로그램 중반 대에 달하는 무거운 무게를 지탱하기에도 한결 부담이 적다. 스텝에 발을 올리면 큰 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릎을 90도 이하로 굽히게 되는 좁은 포지션이 된다.
핸들은 스트리트 타입답게 낮게 위치해 있어 자세가 멋지다. 상체를 다소 수그려야 핸들을 여유 있게 잡을 수 있다. 정차 시에는 수그린 포지션이 불편할 수 있지만 속력을 내보면 주행풍에 저항하기에 이쪽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된다.
브레이크 레버와 클러치 레버 모두 간격 조절이 불가한 점이 아쉽다. 손이 작은 사람이라면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다. 애프터 마켓으로 간단히 교체 가능한 부분이니 흠잡기는 어렵다. 클러치 연결감은 나쁘지 않다. 1단부터 여유 있게 토크가 발생되지만 감속비가 큰 탓에 속도를 내려면 곧바로 2단을 넣어야 부드럽게 가속할 수 있다.
꾸준히 기어를 넣으며 가속해 보면 한결같이 부드럽고 플랫(Flat)한 토크 특성에 ‘부드럽다’는 느낌을 쉽게 받을 수 있다. rpm을 표시하는 타코미터가 없어 엔진 회전수를 알기는 어렵지만 꽤 높은 회전수까지 부드럽게 가속할 수 있다. 이 계통 크루저치고 레브 리미트(엔진 회전 제한)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높은 회전역까지 스로틀을 쭉 감아 돌려도 꾸준한 토크로 밀어붙이는 것이 흥미롭다.
톱 기어는 5단이다. 마지막 기어답게 오버 드라이브(항속 주행)가 가능한데, 한 가지 팁이 있다면 일지감치 5단까지 넣고 엉덩이를 두드리는 듯한 고동감을 만끽하며 달리는 맛이 일품이다. 볼트만이 가진 매력이라기 보단 빅 트윈 크루저의 매력이라 판단할 수 있겠지만, 부드럽게 다듬어진 일제 크루저 특유의 매력이 돋보인다.
테스트 삼아 왕복 200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를 국도로 주행했는데 장시간 운행에도 고동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아무리 기분 좋은 고동감도 오랜 시간 반복되면 불쾌하기 마련이지만 볼트의 엔진은 워낙 부드럽게 다듬어져 타는 내내 여유롭고 안락하다.
불협화음 없이 도는 엔진 뿐 아니라 제동력에 대한 신뢰도 높다. 앞 뒤 모두 ABS(잠김 방지 브레이크)가 기본 장비되어 있는데, 아무 때나 조바심 내어 개입하지 않고 정말 한계치에 다다랐을 때 슬쩍 도와주는 느낌이다.
특히 리어 브레이크 제동력이 상당히 훌륭한데 어지간한 상황에서도 프론트 브레이크를 쓸 일이 없을 정도로 신뢰도가 높았다. 급 감속 시 앞 뒤 브레이크를 동시에 작동하면 제동력은 배가된다. 차체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데 반해 원하는 만큼 감속하기 수월한 편으로 제동력에 관한한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코너링 성능도 나쁘지 않다. 차체가 낮아 좌우 스텝이 쉽게 닿는 불편함이 있지만 기분 좋게 와인딩을 누비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마치 스포츠 바이크에 가까울 정도로 운전자와 차체의 일체감이 높아 정확하게 눕히고 일으키기 좋다. 물론 휠베이스(축간거리)가 길고 말랑한 서스펜션 탓에 신속하게 기울이기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여유 있게 코너링 라인을 그리며 속도를 유지하기는 충분한 성능이다. 무게를 감지하기 힘든 가벼운 핸들링 특성은 역시 야마하인가 싶다.
얇은 차체를 무기로 민첩하게 도로를 누비다가 한적한 국도가 나오면 유유낙낙 경치를 살피며 달리는 맛은 타 장르가 따라올 수 없다. 시승당시 겨울바람이 매서웠지만 잠시나마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어 힐링되는 기분이 참 좋았다. 바람으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할 아무런 장비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무리하게 속력을 내 바람과 싸우느니 제한 속도를 지키며 여유를 즐기는 것이 더욱 가치 있게 볼트를 즐기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볼트는 야마하가 공식 수입하는 다양한 튜닝 및 드레스업 파츠가 함께 한다. 위에서 짚어봤던 방풍성에 대한 대비도 되어있다. 투어러 형태의 넓은 윈드 스크린이나 멋스러운 비키니 카울을 추가 장착할 수 있다. 개성도 살리고 실용성도 높이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그 외에도 가죽질감의 사이드 백, 동승자에게 편안한 라이딩 경험을 제공할 백 레스트, 좀 더 느긋한 포지션을 위한 높은 핸들 바 등 다양한 옵션이 구비되어 있어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다.
모터사이클 라이딩의 동반자로 볼트를 선택한 사람이라면 순정 상태 그대로 타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렵다. 그만큼 꾸미는 즐거움이 상당한 바이크다. 하지만 그런 즐거움이야말로 볼트의 기본적인 기계적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볼트가 가진 공랭 942cc V 트윈엔진은 원래 야마하 아메리칸 크루저인 드래그스타 950의 것이다. 사실 볼트는 드래그스타의 바버 커스텀이라 봐도 무관하다. 기계적인 신뢰도는 오랜 시간 드래그스타가 검증해 온 가치와 동일하다. 게다가 필요한 것만 간략하게 남겨 둔 덕에 운동성은 더욱 향상됐고 덩달아 스트리트 스타일을 챙겼다.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쥬얼 바이크로 거듭난 것이다.
신뢰 높은 스트리트 크루저인 볼트는 다재다능한 바이크다. 굳이 욕심을 내자면 정품 옵션 파츠 외에도 법규 내에서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할 수 있다. 페인팅 컬러만 바꿔도 느낌이 색다를 것이다. 다양한 파츠로 라이딩 포지션을 바꾸면서 주행 스타일도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그러한 자유야 말로 볼트와 같은 바버스타일 바이크가 진정 추구하는 바다.
볼트는 검증된 엔진을 무기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스트리트 크루저를 지향했다. 누구나 엔진을 켜는 순간 볼트가 가진 모든 구성품들이 하나처럼 치밀하게 움직이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미국제 크루저와는 또 다른 정교한 맛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한 완성도를 누리면서 운전자는 도로를 달리고 기계를 정교하게 조종하는 라이딩의 즐거움 그 자체만을 즐길 수 있다.
기계가 주인공이 아니라 운전하는 당사자가 진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스타일리쉬 크루저, 볼트는 언제 어디서든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신뢰 높은 스트리트 바이크다. 또한 볼트야말로 한국에 잘 어울리는 구성의 흔치 않은 크루저임을 말하고 싶다.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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