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카티 스트리트파이터 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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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이드매거진
댓글 0건 조회 1,156회 작성일 13-09-2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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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두카티 모터사이클을 마주한 대부분 사람들의 첫 반응은 비슷하다. “예쁘다, 한 대 갖고 싶다.”, “비싸 보인다, 과연 얼마 정도 할까?” 이처럼 두카티가 가진 첫인상은 하이퀄리티, 아름다운 디자인이 전부라고 할 만큼 보이는 것들이 대중들에게는 크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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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카티는 과거부터 많은 레이스 챔피언을 지내면서 모터사이클 만드는 실력을 쌓아온 자타공인 레이서 혈통이다. 관능적인 디자인에 포장됐을 뿐 사실은 실력파라는 얘기다. 이는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월드 슈퍼바이크 챔피언쉽(WSBK) 포디움을 석권해 온 기록들이 그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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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카티 만큼 단번에 컬러를 떠올릴 만큼 특색이 강한 모터사이클 브랜드도 없다. 두카티하면 빨간색을 떠올리고 빨간색하면 두카티가 떠오를 정도로 많은 모터사이클리스트에게 각인되어 왔다. 적어도 모터사이클 메이커 중에서는 컬러 아이덴티티와 이미지 메이킹이 가장 확실한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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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카티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위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면, 그들이 만들어 온 모터사이클의 성격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꾸준히 2기통 레이아웃을 고집해 그들만의 영역에서 오랜 노하우를 쌓아온 엔진의 존재감이 그 전부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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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다운 거친 필링, 정제되지 않은 야성미, 거의 모든 회전역에서 두툼하게 뿜어져 나오는 아날로그 감각의 토크, 한계점 없이 빠르게 치솟는 엔진의 회전필링. 두카티 모터사이클을 타본 사람들이 주로 이야기하는 소감이다. 애초에 슈퍼바이크 레이스를 시작으로 다듬어져 온 실력이기에 ‘고객의 취향’따위에 맞추어 개발됐을 리 만무하지만, 한 마디로 ‘가공되지 않은 듯한 순수한 파워’를 두카티 모터사이클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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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러한 거친 필링을 만끽하기에는 많은 수고가 따른다. 파워풀한 라이딩 자체에 집중해야 하는 정신력, 극단적인 전경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체력, 만약의 사고에 대비한 가죽 슈트와 무거운 라이딩 부츠. 일단 라이딩을 시작하면 모두 잊히는 수고이지만, 한번 두카티 모터사이클에 오르려면 많은 신체적, 정신적인 준비는 물론 마음가짐도 다잡아야 하는 부담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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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두카티에는 몬스터라는 부담 없는 스트리트용 모터사이클이 있다. 고동감 좋은 전통의 공냉 엔진을 사용했으며 달리기 실력도 끝내준다. 하지만 슈퍼바이크 엔진의 그것과는 다른 맛이다. 아니, 두카티 슈퍼바이크가 가진 폭발적인 필링을 모두 느끼기에는 부족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두카티가 준비한 카드는 슈퍼바이크의 엔진과 섀시, 디멘션을 그대로 가져온 슈퍼 네이키드 바이크, 스트리트파이터 1100. 그리고 뒤 이어 개발된 스트리트파이터 84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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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파이터 848은 이름 그대로 거리의 파이터‘와 같은 난폭한 이미지를 가졌다. 지극히 반항적이며 매섭고 날카로운 디자인으로 포장돼 있다. 올라앉으면 마치 250cc 정도의 모터사이클 사이즈 속에 엔진이며 프레임이며 각종 파츠를 꾹꾹 눌러 담은 듯한 모양새다. 하지만 걸터앉은 시트 아래로 100마력을 웃도는 강력한 엔진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에 긴장감을 놓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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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및 엔진 폭이 무척 슬림한 덕에 무릎 사이로 탱크를 죄기 편하다. 스텝은 네이키드바이크라고 보기에 어려울 정도로 높아, 와이드 핸들바를 손에 쥐고 라이딩 포지션을 취해보면 스트리트 바이크라고 하기엔 적극적인 스포츠 포지션이 자연스레 연출된다. 게다가 헤드라이트가 무척 낮게 위치해 있어 전방 시야로는 계기반과 백미러가 슬쩍 보일 뿐 거리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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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휠은 한 쪽 면만 스윙암이 잡아주는 싱글-사이드 스윙암 구조로 되어 있다. 이 역시 필요에 의해 레이스 메커니즘에서 가져오긴 했지만 일반인들이 타는 스트리트 바이크에서의 의미는 아름다운 조형미로 해석하는 편이 쉽다. 그 옆으로 빠져 나온 2기통 엔진의 배기 파이프가 아름답게 꼬여 2열로 마무리 되어 있다. 음색은 꽤 건조하고 2기통 특유의 리듬감은 살아있지만 공랭 엔진과 같은 리드미컬한 느낌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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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에서 클러치를 붙여보면 약 3,000rpm부터 제 힘을 발휘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수냉 2기통다운 촘촘하게 뛰는 엔진 감각으로 속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그대로 꾸준히 기어를 올려 가속해보면 생각 외로 플랫(Flat)한 토크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치 2차 곡선 그래프를 그리듯 10,000rpm까지 순식간에 치고 올라간다. 순간을 놓칠세라 빠르게 기어를 변속하면 프론트 접지력이 희미해지며 맹렬하게 가속을 이어간다. 라이더를 보호해 주는 페어링이 전혀 없기 때문에 무거운 풍압이 상체를 짓누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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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어에서도 허약한 기색을 일체 보이지 않는 엔진은 사람이 맨 몸으로 견디기 힘들 정도의 속도까지 맹렬히 돈다. 놀라운 것은 고속영역에서도 차체 안정감이 무척 뛰어나다는 점인데, 더욱 기분 좋은 건 서스펜션을 비롯해 차체에서 받아주는 크고 작은 충격들이 라이더에게도 고스란히 인지된다는 점이다. 즉, 접지력을 꽤 섬세한 수준까지 느끼면서 달릴 수 있지만 불쾌할 만큼 큰 충격들은 걸러준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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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 밸런스에 대한 후한 평가는 브레이킹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프론트 브레이크는 서스펜션 작동범위 내에서 가능한 한 하드하게 설정된 타입인데, 그에 비해 리어 브레이크는 작동 감각이 다소 무르다. 고속주행 도중 전/후 브레이크를 모두 강하게 작동했을 때 차체의 피칭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테스트 장소는 노면이 그다지 고르지 못하고 구간마다 모래알이 깔려 있는 등 악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감 없이 풀 브레이킹 할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 각각의 파츠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하나의 부품처럼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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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링 감각은 조금 의외다. 출력 특성과 서스펜션 움직임 등이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예민하지 않은 특성이라 긴장감을 놓고 있었는데, 코너링 면에서는 차체를 기울이는 날카로운 린 동작부터 정신을 바짝 들게 한다. 가벼운 차체중량을 무기로 좌, 우로 풀썩 주저앉는 감각이 무척 예리하다. 뉴트럴 감각보다는 조금 오버스티어 성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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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티어링만 깊게 돌아가는 위화감 가득한 느낌과 전혀 다르다. 차체 전반에 걸쳐 순간적으로 깊게 방향을 바꿔준다. 탈출 시에는 스로틀을 조금만 개방해도 트랙션 감각이 무척 명확해 안심하고 가속력을 컨트롤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코너링 스피드는 저속보다 중속 이상이 더 잘 어울리는 세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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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파이터 848을 더욱 짜릿하게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은 시승하는 내내 옵션 장착 가능한 DQS(퀵 쉬프터)를 기본 제공했다면 패키징이 더욱 도드라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컸다. 순정 배기 시스템도 아쉽다. 성능이나 디자인 등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느껴지긴 하지만 옵션으로 준비된 전용 배기 시스템을 사용하면 더욱 폭발적인 펀치감을 만끽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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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는 이미 순정 자체로 충분한 접지력을 발휘하므로 교환의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다만 웨트 그립(젖은 노면 접지력)은 DTC(트랙션 컨트롤)에 어느 정도 기대는 편이 좋겠다. DTC는 언제든 핸들부의 조작버튼을 통해 감도를 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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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파이터 848은 열정이 넘치지만 매일 슈퍼바이크를 트랙에서 즐기지 못하는 당신에게 훌륭한 선물이 될 것이다. 한결 넓어진 시야와 편하고 여유로운 포지션을 갖고도 폭발적인 슈퍼바이크 심장을 고스란히 간직한 스트리트파이터 848. 현실성을 포기하지 않고도 두카티 스포츠 바이크를 즐길 수 있다는 건 오랜 시간 허리 숙여 달려 스피드로 보상받아야 했던 당신에게 아주 효과적인 대안이다. 두카티가 욕을 먹어가며 스파르티즘을 벗어던지는 이유는 이 쾌감을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고 싶어서다. 이번 주말, 동물 가죽을 두르고 연료 탱크 위에 엎드려 땀 흘릴 계획이 있는 사람에게 이 홀가분한 스트리트 바이크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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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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