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R n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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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이드매거진
댓글 0건 조회 904회 작성일 14-09-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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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반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생각한 근 미래가 현실화되고 있다. 과거 우리가 하얀 도화지 위에 그려왔던 미래 도시가 사실상 조금씩 구현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독특한 현상 또한 동반하고 있다. 여유로웠던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아날로그 천국이었던 과거를 그리워한다니, 독특한 사회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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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갈망하는 이들은 모터사이클리스트 중에도 있다. 하지만 현재 출시되는 대부분 모터사이클은 전자장비 없이 시동도 걸 수 없을 정도로 전자화 되어 있다. 최소한의 전기만을 필요로 했던 과거의 모터사이클과 지금의 모터사이클은 무척 다르다. 기술의 진보를 맛보며 즐거워하는 이가 있다면 그 반대편에서 기계의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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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레트로 바이크, 클래식 바이크라 불리는 카테고리는 영원불멸하다. 꾸준히 찾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이 카테고리가 사라질 일은 없다고 봐도 좋다. 현재가 지나면 금방 과거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때는 BMW 모터사이클의 진보의 아이콘이었던 적이 있다. 모터사이클 최초의 ABS, 공기 역학적인 풀 페어링, 구동력을 제어해 주는 TCS의 도입까지, BMW 모터사이클이 전 세계 모터사이클 기술 발전 대중화에 이바지 한 부분은 말할 수 없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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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nineT는 BMW 모토라드가 추구해 온 상식적인 고성능 모터사이클과 노선을 달리하고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심장은 더 이상 신제품에 사용하지 않는 공랭 수평대향 2기통 엔진이다. ABS는 안전을 위해 기본사양이라지만 TCS나 ASC 등 대부분 BMW 모터사이클에 장착되는 기본 옵션들이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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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혀 실망할 필요가 없다. 엔진은 TCS가 필요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파워가 담백하게 뿜어져 나온다. 정확히 예측할만하고 오히려 한 템포 늦게 반응해 운전자의 마음마저 평안해 질 정도다. 서스펜션은 발전된 텔레레버와 페러레버 대신 텔레스코픽 포크와 같은 원초적인 장비가 적용됐다. 휠은 섬세하고 보기에도 아름다운 스포크 와이어 타입이지만 최신 사양의 튜브리스 휠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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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완벽한 ‘구식’ 사양을 탑재한 R nineT는 철저히 모터사이클의 기본 형태를 추구하고 있다. 덕분에 외관은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 전면에서 보면 완벽한 스탠다드 모터사이클이다. 둥그런 헤드라이트에 도립식 포크가 눈에 띄고 무엇보다 양쪽으로 툭 튀어나온 수평 대향 2기통 엔진의 존재감이 크다. 높은 핸들바와 백미러 등 엔진 말고는 외관상 특이사항이 없다시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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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뷰는 완벽한 카페레이서 형태다. 클래식 바이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단번에 매료될만한 실루엣을 가졌다. 싱글 시트로 교체한 시승 모터사이클은 기본 사양인 일체형 시트에 비해 완성도가 높아 보인다. 우람한 엔진을 매달고 있는 차체와 가느다란 연료탱크, 짤막하게 마무리 된 리어 캐노피 형태의 레이시한 스타일이 전형적인 카페레이서를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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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랭과 유랭 방식을 겸하는 엔진은 오랜 시간 BMW 모토라드가 R로 시작하는 수평 대향 2기통 레이아웃에 써온 방식이다. 덕분에 완성도는 극에 달했다. 아이들링 시에는 좌우로 툭툭치는 듯한 진동이 매력이다. 흔한 V트윈 엔진과는 다르게 안장 사이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살아있는 종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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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링은 1,100rpm에 고정된다. 초기 스로틀 반응은 상당히 묵직하다. 가벼운 전자 제어 스로틀에 익숙해 있다면 옛 기분을 내기 좋다. 기계를 작동하고 매만지는 느낌이 강하다. 시트는 착석감이 좋고 평평한 타입으로 오랜 시간 라이딩에도 피로감이 없다. 마찰력이 좋아 앞/뒤로 거의 밀리지 않는 점도 장점이다. 풋 스텝 포지션은 일반적인 네이키드 바이크와 같다. 무릎이 많이 굽혀지지 않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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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핸들 포지션은 비교적 전투적이다. 탱크 길이가 신형과는 달리 가늘고 긴 형상이다. 팔을 앞으로 뻗어 핸들 그립을 쥐면 하체는 편안하지만 상체는 슬쩍 수그리게 된다. 풍압이나 강력한 가감속에 버티기 좋은 자세다. 평범한 클래식 바이크가 아니라 ‘스포츠 클래식’ 바이크라는 증거가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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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부터 가속감은 부드럽다. 기본 채용된 아크라포비치 순정 머플러도 소리가 작지 않다. 아이들링부터 주변의 시선을 받기 좋다. 부드럽게 가속하면 시속 100킬로미터 쯤에서 3단 기어로 달리게 된다. 폭발적인 가속력은 아니지만 고동감과 어우러져 달리는 기분은 산뜻하다. 톱 기어 시속 120킬로미터 정도로 정속 주행하면 가장 기분 좋다. 진동도 크지 않고 속도감도 도드라지지 않아 평화롭다. 여유를 만끽하며 크루징을 즐기고자 한다면 R nineT는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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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건 어느 속도에서도 급가속을 주문하면 마치 묵직한 포탄이 날아가듯 맹렬히 돌진한다는 거다. 두툼하게 회전하는 엔진 필링으로 레드존가지 길게 밀어붙이면 시속 200킬로미터 이상도 순식간에 도달한다. 포지션 자체가 가속에 잘 견딜 수 있게 되어있어 주행풍도 견딜만 하다. 네이키드 바이크치고 주행풍에 영향을 덜 받는 포지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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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 성능은 즉각적이다. 기본적으로 브레이크 라인에 메쉬 호스를 적용하고 있고 짧은 도립식 텔레스코픽 포크의 작동폭 덕에 피드백이 바로 느껴진다. ABS는 위험한 순간에나 개입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주행시 프론트 브레이크에 ABS가 작동하는 일은 거의 없다. 리어 브레이크는 작동감이 나쁘지 않지만 제동력 자체는 크지 않다. 요즘 등장한 스포츠 바이크처럼 무게가 가볍지는 않기 때문에 보다 제동력이 민감하고 즉각적인 프론트 브레이크를 자주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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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딩 코스에 들어서면 저중심 수평 대향 엔진의 장점이 드러난다. 아래 깔린 무게 중심 덕에 급하게 기울여도 부드럽고 신속하게 스티어링이 반응한다. 좌우로 튀어나온 엔진 헤드가 지면에 닿지 않을까 걱정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 일반적인 포장도로의 경우라면 풋 스텝의 뱅킹 센서가 그 전에 노면과의 간섭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운전자는 풋 스텝이 닿을 때까지 신나게 와인딩을 즐기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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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션 특성은 아주 간파하기 쉬운 설정이다. 딱히 연출을 했다기 보다는 수평 대향 2기통 엔진의 장점이 드러난 것뿐이다. 민감하지 않은 엔진 회전특성은 풀 뱅킹 상황마저도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한다. 일반적 스포츠 바이크라면 예민한 스로틀 조작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지 몰라도 이 엔진이라면 한숨 덜어도 된다. 과감하게 스로틀을 감아도 순식간에 그립을 잃는 일이 없다. 복합 코너에서 반대편으로 차체를 급하게 넘기는 상황도 자연스럽다. 스트로크가 짧은 프론트 포크 특성은 감안해야 하지만 기본적인 차체와 엔진 레이아웃 특성은 푸근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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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특성은 시내에서도 느긋한 마음으로 달리게 해 준다. 언제나 마음먹으면 포탄처럼 가속할 수 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유쾌한 기분이 유지된다. 끈끈한 회전력은 아이들링 근처인 2,000rpm 이상만 돌아도 강단있게 토크를 내어준다. 심지어 톱기어인 6단이 들어간 상태로도 극 저속으로 ‘툭툭’치고나가며 도로를 지배할 수 있다. 공랭 엔진이 구식이긴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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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쉬운 면도 있다. 공랭인 탓에 엔진 열기가 상당하고 수랭 엔진같은 매끄러운 맛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묵직한 대신 날카롭지 못한 회전특성도 못내 아쉬울 때가 있다. 고회전으로 돌리기에는 1,200cc에 달하는 크랭크 질량감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애초부터 R nineT를 슈퍼스포츠로 분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레트로 바이크로 스포츠를 누린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감안해야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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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단단한 설정이다. 요철에서는 진동을 꽤 느낄 수 있고 부드럽고 기분 좋은 승차감이라고 하기는 부족하다. 프론트는 아무래도 낮고 스포티한 카페레이서 실루엣을 만들기 위해 텔레스코픽 포크를 사용한 듯 보인다. 로드스터 R1200R이 쓰는 텔레레버로는 카페레이서 분위기를 재현하기 쉽지 않았을 거다. 리어 서스펜션은 패러레버를 사용해 샤프트 드라이브의 편의성을 함께 누리게 됐다. 조금 무겁긴 하지만 체인 관리로부터 해방될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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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0여 년간 BMW 모토라드라는 이름으로 발매한 모터사이클은 수도 없이 많다.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진 수평 대향 2기통 엔진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숙성되어 왔고 추가로 병렬 4기통 엔진이나 2기통 엔진도 만들어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BMW 모토라드를 대변하는 엔진은 수평 대향 2기통이다. 다른 브랜드 모터사이클에서 찾기 어려운 매력을 분명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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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ineT의 전신인 R90을 타본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반면 현대의 수평 대향 2기통 엔진을 경험해 보면 R90의 필링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원조 R90의 엔진은 아마도 파워는 훨씬 약한데다 필링은 더 투박하고 다루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의 수평 대향 2기통 엔진은 원조에 비하면 훨씬 매끄럽게 회전하고 파워는 더 좋은데다 다루기도 쉽다. 오랜 시간을 거치며 지속적으로 다듬어져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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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nineT가 여타 복원 모델과 달리 깊이감이 사뭇 다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R90의 2014년형이라고 볼 수 있는 R nineT의 존재감은 오랜 시간 지켜온 수평 대향 2기통 엔진의 가치와 비례한다. BMW 모토라드 스스로에게 존재의 이유이자 자존심인 수평 대향 2기통 엔진이 주는 매력은 타 브랜드 어느 고가의 모터사이클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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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의 영혼은 엔진으로부터 나온다고 봐도 좋다. R nineT는 태생적으로 엔진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클래식 스포츠 바이크다. 시승 기자로써 그런 점을 높게 평가 하고 싶다. 그간 BMW가 엔진 외에도 다양한 보조 장비들에 힘을 주었다면, R nineT야말로 상식을 뒤엎고 모터사이클 본연의 즐거움, 즉 날 것의 엔진을 다루는 즐거움을 잘 살려냈기 때문이다. 역설적인 이야기일지 모르나 R nineT라면 BMW 엠블럼을 떼어내도 가치가 충분한 바이크다. 타도 만족스럽고, 안 타도 만족스러운 바이크, 이 한마디로 어느 정도 설명이 될지 모르겠다.

 

글 임성진 기자 사진 장낙규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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