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03] SUZUKI V-STROM 1000A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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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이드매거진
댓글 0건 조회 676회 작성일 14-09-2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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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 바이크란 무엇인가. 모험과 탐험을 서슴지 않고 떠날 수 있는 바이크다. V-STROM은 오랜 시간 많은 모터사이클리스트로부터 그런 부분을 인정받아 왔지만 우린 확인한 적이 없다. 그래서 무작정 떠나기로 했다. 산을 찾아, 물을 찾아.

 

스즈키 V-STROM과 함께 동행해 준 바이크는 베스파다. 과연 함께 길을 갈 수 있을만한 스쿠터인가 봤는데 생각 외로 잘 달린다. GTV250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다. 다만 험로가 등장하면 19인치 휠을 장착한 V-STROM이 언제나 앞장 서 달리고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구조상 스쿠터와 어드벤처 바이크의 차이는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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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투어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꽤 많다. 비록 1박 정도를 계획했지만 당연히 잠자리를 위한 텐트가 필수다. 보온을 담당해 줄 침낭이나 렌턴도 꼭 필요하다. 잠시 앉아 계곡에 발을 담그고 여유를 즐길만한 의자도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주린 배를 채워줄 고기를 굽기 위한 화롯대도 있어야 굶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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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들으면 낭만이 가득한 여정일 수 있지만, 사실 이것저것 준비하고 챙기다보면 신경 쓸 것이 많다. V-STROM은 사이드백을 양쪽으로 장착하고 이것저것 짐을 가득 밀어 넣었다. 용량이 커 보이지 않지만 구석구석 활용하니 텐트 같은 대형 장비를 제외하고는 어지간히 수납되니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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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케이스 대신 평평한 리어 캐리어를 사용해 텐트를 묶기로 하고 단단히 고정하니 이제 좀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목적지까지는 편도 약 3시간 정도다. 양평 부근에 위치한 어비계곡이 우리가 가야 할 곳이다. 아무 목적지 없이 떠나는 것이 더 재밌지만 일단은 얼른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싶어 고민 없이 출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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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떠나는 베스파 GTV250은 도심을 빠져나가는 데 선수다. 작은 차체를 무기로 빠르게 자동차 정글을 헤집고 나간다. 사실 V-STROM은 도심을 빠져나가는 일이 걱정이다. 사이드 케이스를 모두 장착하면 차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막상 사이드케이스를 장착하고 텐트까지 동여맸는데 핸들 폭보다 1~2센티미터 차이 정도다. 이 정도면 평소대로 운전해도 관계없겠다 싶어 베스파가 가는 뒤를 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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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설명으로 V-STROM은 애초부터 전천후 바이크를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투어링 케이스를 모두 장착해도 도심을 통과하는 데 무리가 없도록 콤팩트한 설계를 바탕 했다고 한다. 경험해보니 그 말이 정확히 맞다. 보통 덩치 큰 투어링 바이크는 사이드 케이스를 장착하고 도심을 주파하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다. 그래서 보통 탑 케이스만을 장착해 차폭을 줄이려고 애쓴다. V-STROM은 투어링 케이스를 최소한의 크기로 설계해 기동력이 확실히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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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벗어나기 전 주유를 했다. 2만원어치 주유를 했더니 마지막 칸에서 깜빡거렸던 주유계가 절반 보다 조금 위까지 차오른다. 이제야 안심된다. 여기부터는 고속으로 달리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내심 서울로 다시 복귀할 때 기록할 연비가 기대되기도 한다.

 

서울을 벗어나 달리자 평소 자주 마주했던 국도가 시원스레 뚫려있다. 게다가 날씨가 무척 좋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우리를 마주한다. 하늘은 높고 파란데다 햇살이 따사롭다. 시속 80킬로미터 정도로 크루징하자 톱기어 6단에서 3,000rpm이 채 안 된다. 고동감이 기분 좋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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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 부근에 다다르자 슬슬 험로가 시작된다. 함께 온 베스파는 벌써부터 걱정이다. 휠이 12인치라 빠지면 골치 아파진다. V-STROM이 먼저 답사해 보기로 하고 두두둥 엔진을 울리며 앞장섰다. 생각 보다 흙길이 범상치 않다. 휠이 큰 V-STROM은 프론트 조향만 잘 유지하면 어느 정도 주파가 가능하다. 게다가 트랙션 컨트롤 수치를 높이면 거의 슬립없이 강하게 가속할 수도 있다. ABS도 무척 영리하게 개입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쏙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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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멀어도 진흙탕이 없는 길로 돌아가기로 하면서 중미산을 넘어간다. 타이어에 진흙이 잔뜩 묻어있지만 아스팔트를 밟자 언제 그랬냐는 듯 끈끈한 트랙션을 유지하면서 스포츠 바이크 못지않게 달린다. 신나게 달리다보니 어느덧 정상을 건너 산 반대편에 위치한 어비계곡까지 단숨에 와버렸다.

 

여기부터는 대부분 시멘트가 깔린 바닥이지만 워낙 경사가 험하고 지난 며칠간 내린 비로 물도 많이 고여있다. 오프로드에서는 가능한 한 스로틀을 아끼면 안 된다. 험로가 있다고 주파 중 속도를 줄이거나 브레이크를 하는 것보다 오히려 스로틀을 감아 속도를 내거나 유지하는 편이 균형을 잡는 데 도움된다. 프론트만 잘 살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과감히 스로틀을 감아 거칠게 달려본다. 물 만난 물고기 마냥 펄펄 잘도 달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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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과 2단 만 사용해 계곡 바로 옆까지 달려왔다. 따라오던 베스파를 기다리며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에 자리를 잡는다. 텐트를 치고 안에 침낭도 넣어둔다. 랜턴도 설치하고 캠핑 체어를 펴니 이제 좀 마음이 놓인다. 이미 해가 조금씩 지고 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신발을 벗어 발을 물에 담가보니 ‘악’ 소리 나올만큼 차다. 이제 선뜻 가을이 왔다는 느낌이 든다.

 

모터사이클이 텐트 옆에 있으니 왠지 든든한 마음이 든다. 여기까지 날 데려다 준 것도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짐 실어 어디든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난다. 이곳에는 아무런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조금 전까지 정신 사나운 도심에 있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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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TROM에는 세로형 상/하향 헤드라이트가 장착되어 있다. 그리고 옵션 파츠로 안개등도 장착되어 있어 유사시 컴컴한 계곡을 비추기도 좋다. 이따금씩 깊은 계곡으로 자동차가 들어오면서 한 번씩 우리를 쳐다보고 지난다. 아마도 남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로망같은 것이 꿈틀거릴테다. 그리고 V-STROM이 그 로망을 실현시켜 주고 있다는 생각에 이리 대견해 보일 수가 없다.

 

1,790만원은 물론 적은 돈이 아니다. 평범한 월급쟁이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만한 행복감과 여유를 언제든 내킬 때 즐길 수 있다는 기회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리 값비싸다는 생각이 안 든다. 현실적으로 비교해도 그렇다. 동급 바이크로 이 정도의 호사를 누리려면 최소한 2천 만 원 이상 지불해야 한다. 가격대 성능비로는 V-STROM을 이길 모델이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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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연비를 체크해 보니 리터당 20킬로미터를 육박한다. 오프로드 주행에서는 아무래도 거칠게 스로틀을 여닫은 데다 돌아올 때는 꽤 고속으로 날아왔는데도 이렇다. 연료계는 한 칸 정도 줄었다. 말하자면 1만 원도 채 안들이고 계곡 깊이 캠핑을 다녀온 거다. 물론 밥값은 제외다.

 

함께 다녀 온 베스파 운전자는 아무래도 휠이 12인치에 불과한 스쿠터라서 허리가 아프다고 야단이다. 하지만 내내 V-STROM을 타고 다녀 온 나는 피로감이 거의 없다. 계곡 물 근처에 텐트를 친 탓에 습기 가득한 바닥에서 하룻밤 지낸 것 외에는 고생한 기억이 없다. 서스펜션은 시종일관 적당한 쿠션감을 발휘했다. 오프로드 주행시 스탠딩하며 달렸기 때문에 몸에는 무리가 없었다. 윈드 스크린은 달리는 중에도 간단하게 손으로 밀어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다. 최하로 해두어도 헬멧 위로만 바람이 슬쩍 지나기 때문에 주행풍으로 인한 피로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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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없는 당일치기 여행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막상 떠나려하면 준비할 것도 많고 포기해야할 것도 많아 이래저래 미루게 된다. 인생은 그렇게 낭비하기 너무 아깝다. 지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게 시간이다. 어드벤처 바이크와 함께면 이런 투박한 낭만도 마음대로 즐길 수 있다.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큰 행복감과 연결된다. 그래서 V-STROM이 옆에 있으면 언제나 흐뭇하다.

 

 

글/사진  임성진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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