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V-STROM650XT ABS, 넓은 포용력으로 무장한 월드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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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퍼포즈 모터사이클의 판매 추이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기함급 모델 외에도 미들 클래스 듀얼 퍼포즈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며 넓은 범용성을 무기로 어드벤처 시장의 밑기둥이 되고 있다. 이는 보통 듀얼 퍼포즈 바이크라고 하면 1,200cc급 대형 모델만 떠올리는 일반적인 시각과는 차이가 있다.
▶ 헤드라이트 주변으로 감싸 안은 그릴은 튀는 돌 등으로부터 렌즈를 보호하기 위한 액세서리
스즈키가 V-STROM을 스즈키의 대표주자로 세우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투자할만한 가치가 높은 시장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V-STROM 1000 ABS는 풀 체인지되면서 높은 가격대 성능비, 그리고 합리적인 파츠 구성과 충분하고 신뢰감 높은 동력 성능을 무기로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매번 재고 물량 소진을 아쉬워하는 스즈키코리아의 목소리에서 국내시장 반응도 함께 살필 수 있다.
▶ 정립 서스펜션, ABS 기본 장비한 제동 장치, 튜브리스 와이어 스포크 휠
우리가 이번에 시승한 V-STROM 650 XT ABS는 미들클래스의 듀얼 퍼포즈 바이크다. 기본형은 알루미늄 주조 휠을 사용해 온로드 주파성을 높이고 고속에서의 강성을 확보했다. 다시 말해 온로드 중심의 어드벤처 바이크라는 뜻이다. 반면 XT‘를 추가한 이번 신형 모델은 오프로드에 비중을 크게 높였다. 가장 큰 변화는 주조 알루미늄 휠 대신 유연함이 돋보이는 와이어 스포크 휠을 썼다는 점이다.
오프로드 바이크를 즐기는 사람들은 휠 하나로 바이크의 성격을 대부분 파악해 낸다. 휠의 기본 구성 소재가 무엇인지, 그리고 형태가 캐스팅 타입인지 와이어 스포크 타입인지, 또 사이즈가 몇 인치가 관건이다. 신형 XT는 단지 휠 하나만 바꾼 것이 아니라 엔진 다음으로 노면 주파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바꾼 것이다.
▶ 비크 스타일(부리형 프론트 페어링)은 오프로드 바이크 이미지를 드러내는 연출로 스즈키가 처음 시작했다.
스타일도 살짝 바뀌었다. 다름 아니라 V-STROM의 오랜 선배인 DR시리즈가 만들어 달았던 부리형(비크 스타일) 프론트 페어링을 계승한 것. 작은 부분이나 이것 하나로도 분위기는 물씬 달라진다. 없던 흙냄새가 풀풀 풍기는 느낌이다. 이 부분은 기함급인 1,000버전도 동일하다. 본격적으로 오프로드 성능을 높였다는 표현 중 하나로 봐도 된다.
사실 엔진 및 동력 성능 부분의 변화는 없다. 기본형 모델과 마찬가지로 V형 2기통 수랭 엔진을 썼다. 엔진은 여전히 무척 조용하다. 순정 배기 시스템으로는 박동감을 느끼기 어렵다. 무척 부드러운 회전 질감은 슬쩍 스로틀을 감아보면 바로 알 정도다. 클러치는 와이어 타입으로 슬쩍 장력이 느껴진다. 1단부터 3단까지는 촘촘한 기어비로 토크가 대단하다.
파워풀하다는 느낌과는 다르다. 아이들링 회전수는 약 1,300rpm 부근에서 왔다갔다 하는데, 그 부근에서의 견인력이 무척 두텁다. 끈끈한 토크는 3단까지 이어지는데, 어지간히 기어가는 속도에서라도 아이들링을 끈기있게 유지하며 툴툴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이런 특성은 노면이 불규칙한 흙길에서 저속으로 상황을 살피며 움직일 때 무척 요긴하다. 오프로드에서 최고 출력은 아무 소용없다. 일반적으로 오프로드에서 시속 200킬로미터 이상 달릴 일은 없기 때문이다. 끈끈하고 일관적인 높은 토크가 가장 절실한 것이 오프로드다. 특히 무게 200킬로그램 이상 중량급 어드벤처 바이크로 흙길을 달리는 일에 큰 도움이 된다.
▶ 충분한 파워를 가진 V형 2기통 엔진, 최고 출력 68.7마력에 순간 최대 토크 6.12kgm을 발휘한다.
그래도 배기량 645cc 2기통 엔진은 파워를 충분히 뽑아낸다. 듀얼 퍼포즈의 매력 중 하나는 어느 곳에서도 중간 정도는 한다는 것이다. 온로드에서는 시속 200킬로미터 부근까지 거침없이 가속할 수 있는 엔진이다. 이 엔진은 원래 온로드 로드스터인 SV650에 쓰였던 것으로 중-고속 회전영역의 매끄러운 질감도 발군이다.
▶ 기본 운동 성능은 여느 미들급 온로드 바이크와 다를 바 없다.
프레임은 기본적으로 온로드 바이크용 트윈 스파 타입을 썼다. 강성을 우선한 설계로 기본적인 온로드 주파성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프로드라고 해봤자 사실 본격적 엔듀로 바이크들이 가는 험준한 코스와는 비교하기 어렵다.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듀얼 퍼포즈 모델이라면 이 정도로도 충분한 범용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정립 서스펜션 작동성은 무척 부드럽다. 초반부터 말캉말캉한 느낌은 윗 급인 1,000버전보다 확연히 부드럽고 포용력이 높다. 게다가 강성보다는 유연성이 돋보이는 와이어 스포크 휠의 특성까지 더해져 시종일관 푹신푹신한 승차감을 드러낸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한결 부드럽다. 순수한 고속주파용 온로드 바이크라고 하기에는 어렵고 듀얼 퍼포즈 카테고리 내의 동급 중에서도 무척 부드러운 편에 가깝다.
이러한 특성 또한 오프로드 코스에 진입하자 빛을 발했다. 어지간한 돌덩이는 칼로 삶은 무 자르듯 스리슬쩍 밟고 넘어간다. 그저 스로틀만 감으면 별일 없다는 듯 터프하게 주파하는 모습이 믿음직스럽다. 브레이크 특성 또한 무척 부드럽다. 초기 응답성의 문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부드러운 특성은 적응되면 오히려 ‘솔직하다’는 해석으로 바뀐다. 앞 브레이크의 경우 잡은만큼 서고 더 세게 쥘수록 제동력이 정확히 늘어난다. 뒷 브레이크는 미세한 영역부터 풀 브레이킹까지 작동영역이 꽤 넓고 부드럽게 사용하기 쉽다. ABS(제동장치 잠김방지 시스템)는 전/후 모두 기본사양이다. ABS 개입은 무척 자연스러우며 ‘작동합니다’정도 느낌만 알려주는 정도로 작동시 반발력도 세지 않다.
▶ 동승자용 그랩바가 기본이고, 시트도 넓고 평평해 장시간 주행해도 엉덩이가 편안한 편이다.
시트는 젤타입과 같은 재질감을 가졌지만 막상 앉아보면 일반 시트와 크게 다를 바는 없다. 기본적으로 접지력이 좋아 운전자가 앉았을 때 차체와 일체감을 느끼기 좋다. 연료탱크와 이어지는 부분도 자연스럽고 마감이 말끔해 주행 중 강하게 허벅지로 죄기도 편하다. 핸들바는 높은 위치에 있어 차체를 컨트롤하기 편하다. 다만 이 장르치고 핸들 폭은 조금 좁은 느낌이다. 덕분에 시내 주행 시 좁은 공간을 지나기는 수월하다.
▶ 계기반 구성은 무척 평범하지만 필요한 기능은 다 들어있다.
램프류는 헤드라이트를 포함, 모두 다 정비가 쉬운 벌브 타입이다. LED만큼 밝고 선명한 맛은 떨어지지만 어드벤처 장르에 맞게 언제 어디서든 쉽게 교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계기반은 흰색을 바탕으로 아날로그식 타코미터와 디지털 액정을 포함한 인디게이터류가 설치되어 있다. 시인성은 나쁘지 않지만 경쟁 모델대비 고급구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디지털 액정에 구간별 연료소비율이 나타나는 등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점은 좋다. 계기반 백라이트는 야간 주행을 고려해 좀 더 어둡거나 밝게 조절할 수 있다.
▶ 케이스를 떼면 지지대가 일종의 머플러 가드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액세서리는 대부분 옵션 품목이다. 스즈키 특징답게 기본 가격을 내려 판매하는 대신 다수 쓸 만한 순정 옵션들은 거의 별매 품목으로 제외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투어링 케이스다. 양쪽 사이드 백과 톱 케이스로 구성된 이 패키지는 어드벤처 라이더에게 필수항목이다. 알루미늄 케이스로 구성, 블랙 페인팅이 입혀져 고급스럽고 차체 색상과 일체감도 좋다. 좌우로 폭이 상당히 넓어지며 핸들바 양쪽 너비보다도 크다. 수납공간이 대폭 넓어지긴 하지만 시내 주행 시 사이드 케이스는 떼어내는 것이 좋겠다.
무엇보다도 이 모델이 반가운 이유는 가격대비 효용성이 무척 높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XT의 가장 큰 특징인 와이어스포크 휠은 튜브리스 타이어 타입이다. 이 파츠를 별도로 구매하려 한다면 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급 타 기종은 캐스팅 휠 혹은 튜브타입 와이어 스포크 휠이다. 이 점은 분명히 동급 타 모델에 비해 나은 부분이다.
▶ 기본 채용한 튜브리스 스포크 휠은 와이어 스포크 휠의 충격흡수력과 튜브리스 휠의 정비 편의성을 모아 놓은 고급 파츠다.
국내 모터사이클 관리 환경은 해외와 다르다. 자가 정비 및 차고 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일반적인 모터사이클 운전자는 와이어 스포크 휠의 장점을 알고서도 펑처시 튜브를 교환하는 등 번거로운 정비과정이 두려워 장착을 꺼리는 일이 많다. 튜브리스 타입 와이어 스포크 휠은 이런 번거로움 없이 타이어 펑처 시 일반적인 (튜브가 없는)튜브리스 타이어와 똑같이 다루면 되므로 간편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점 때문에 튜브리스 타입으로 개조하거나 애프터 마켓 제품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XT에는 순정 적용되어 있다는 사실.
스즈키에 따르면 V-STROM시리즈의 전 세계 판매 누계는 약 20만대에 이른다. 그 중 650이 75퍼센트에 달하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통계가 중요한 이유는 전 세계에 판매되는 650cc~800cc 어드벤처 타입 모터사이클 중 스즈키 V-STROM 650이 지속적으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선택받은 미들급 어드벤처 바이크가 바로 V-STROM 650이라는 것이다.
▶ 리어 서스펜션 스프링 프리로드는 손으로 직접 무단계 조절할 수 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탑승자 조건에 따라 조절하면서 타면 승차감 차이가 꽤 난다.
이 모델을 시승하면서 느낀 점은 ‘오랜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받는 것들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타기 쉽고, 조종하기 편하고, 부담 없는 크기를 가졌으며, 많은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끼는 생김새를 갖췄기 때문이다. 뭣하나 주특기라고 할만한 건 없지만 못하는 것이 한 개도 없다. 그런 점이 V-STROM 시리즈의 장점이다. 두드러진 캐릭터가 없는 점이야말로 V-STROM의 캐릭터다.
▶ 핸들 바는 높은 곳에 있다. 적극적인 조종성을 위해 조금 더 넓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좁은 대신 시내 주행시 운전하기는 한결 수월하다.
이 모델은 현재 1,199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스즈키코리아는 V-STROM시리즈를 두고 ‘스즈키가 사활을 걸었다’고 표현할 만큼 중점을 두고 있다. 단기간 많은 선택을 받은 증거 ‘베스트셀러’는 시기가 잘 맞아떨어지면 가능할 수도 있다. 반면 오랜 기간을 두고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는 상품성을 기본으로 기계적 내구성에서 비롯된 신뢰가 쌓여야만 가능한 고지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이룬 V-STROM 650 ABS의 본격 어드벤처 버전 XT는 최근 본 모터사이클 중 가격 대비 가치가 가장 높다. 그 가치 중 가장 중요한 항목 중 하나가 통계수치가 증명하는 기계적 신뢰다. 오랜 시간 함께 해도 질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함께 더해진 결과다.
▶ 타면 탈수록 친숙하고 편안하다. 그래서 마음대로 다루기 좋고 빅 바이크라는 부담도 적다.
V-STROM 시리즈는 단번에 맛을 보기가 어렵다. 무슨말이냐 하면 특성이 너무 무난하고 개성이 부족해 어느 하나 튀는 맛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겪다보면 그런 점이야말로 ‘잘 만들어진 기계’라는 확신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그건 윗 급인 V-STROM 1000도 매한가지다. 첫 인상은 별로지만 타면 탈수록 진국이라는 느낌. 스즈키가 의도한 V-STROM 650 XT ABS의 수더분한 면모가 더욱 우직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 미들급이지만 기본에 충실한 것은 여전히 스즈키답다. 끈끈하고 토크풀한 엔진특성, 거기에 드넓은 범용성을 더했고 훌륭한 가격 대비 가치도 갖췄다.
글
임성진 jin)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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