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08] SUZUKI V-STROM 1000ABS, 겨울의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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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라이드매거진
댓글 0건 조회 694회 작성일 15-02-2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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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TROM과 함께 한지 어느덧 계절이 3번이나 바뀌었다. 어느새 찾아온 겨울은 작년보다는 괜찮았지만 새해가 되면서 점차 기승을 부려 고생했다. 우리 같은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은 추위가 가장 큰 적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깊은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눈이 내리기 때문에 빙판이 되는 영하 날씨에 눈이나 비가 내리기라도 하면 가슴이 철렁한다. 더욱이 출퇴근 용도로 모터사이클을 타거나 생업 수단인 사람들에게 정말 큰일 날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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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 높은 온도로 눈이 잠깐 녹았다.
 
취미로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이라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사무실에서 일에 매진하다가도 창밖으로 눈이 내리는 걸 보면, ‘에이 이번 주말도 글렀네.’하며 아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아무리 못하는 게 없는 V-STROM이라도 꽁꽁 얼어버린 빙판 위를 달리기는 무리다. 그건 어느 두 바퀴라도 마찬가지다.
TCS나 ABS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그런 안전 장비들은 슬립을 막아주는 도우미일 뿐 근본적으로 그립이 나오지 않는 노면에서 어찌할 수는 없다. 말 그대로 그런 노면을 피해가거나 악천후가 계속돼 달릴 수 없는 상황이면 ‘안 달리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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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은 아직 여전한 겨울이지만 이 정도면 달릴 만하다.
 
이래저래 길고 긴 겨울이 이제 막바지에 이른 듯 보인다. 막판에 눈이 실컷 내리고서 영상으로 올라가는 듯 싶더니 이제 낮에는 영상 10도에 이른다. 이 정도면 아무리 눈이 내려도 금새 녹을만한 날씨다. 온기가 가득한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떠나는 겨울을 슬쩍 내려다보며 마지막을 추억할 만 하다. 그래서 달리기로 했다.
 
 

▶ 고프로(GoPro)로 촬영한 영상. 마운트 위치를 바꾸며 추억을 담아봤다.
 
이번 투어링에는 긴 거리는 아니지만 액션 카메라를 적극 활용해 보기로 했다. 고프로(GoPro)라는 이름의 액션 카메라는 많은 이들이 즐겨 사용한다. 이미 세계적 인기를 얻어 많은 유튜브 영상이 이 작은 기계로 하여금 만들어지곤 한다.
이 액션 카메라는 헬멧 또는 차체에 직접 고정해 우리가 달리는 매 순간을 녹화 해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고정 방법은 간단하다. 고프로를 구입하면 다양한 마운트 액세서리를 함께 구입할 수 있다. 헬멧용이나 파이프 연결용, 혹은 흡착식 고무판 등 다양한 소재에 대응한다.
과거 해외 시승 때도 헬멧에 마운트 해 촬영한 적이 있었는데 위치가 너무 높아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차체 마운트 액세서리를 이용해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을 하며 달렸다. 배터리도 꽤 오래가서 완전 충전시 하루 정도는 거뜬히 찍을 수 있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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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찰을 배경으로 한 컷. 아무리 주의한다 해도 모터사이클이 들어갈 만 한 장소는 아니다. 걸어서 들어가는 게 옳다.
 
투어링 코스는 서울 남부를 빠져나와 남한산성을 거쳐 하남, 광주를 거치는 코스다. 퇴촌 방향으로 기수를 틀자 상쾌한 전경의 팔당호가 눈앞에 펼쳐진다. 지난 가을 달렸던 길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좋은 점이 뭔가. 바로 4계절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물론 모터사이클 라이더로써 이 사실이 싫고 불편할 때가 있긴 하지만 1년 내내 같은 정경만 보여준다면 얼마나 심심하고 단조로운 여행이 될지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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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주 전만해도 온통 빙판이었던 길이지만 이제는 흐르는 계곡도 볼 수 있을만큼 깊숙이 왔다.
 
그래도 아직 겨울은 겨울이다. 두툼한 오리털 점퍼를 입고 길을 나섰는데도 속도를 제법내니 쌀쌀한 한기가 파고든다. 윈드 스크린은 손으로 달리면서도 조절 가능하다. 앞으로 밀면 3단계로 높이를 조절할 수 있으며 편차가 아주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장 낮은 단계와 가장 높은 단계는 꽤 구별이 된다. 바람이 찬 겨울에는 가장 높게 해놓고 다니는 것이 보통이다.
히팅 그립 역시 겨울에는 큰 도움이 되지만 오늘 같은 영상의 날씨에는 2단계로만 해도 손에 땀이 난다. 조작을 대부분 손으로 해결해야하는 모터사이클에게 있어 필수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느긋하게 투어링을 즐기고 싶은 날에는 필요성이 도드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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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무라 머플러(JAPAN)는 배기음을 조절하는 팁을 제거하고도 법정 규정치를 넘지 않는다. 박력있는 엔진음을 남에게 피해없이 즐기기 적당하다.
 
퇴촌을 지나 양평으로 방향을 틀어 유명산을 넘는다. 유명산을 넘는 중에는 꽤 크고 작은 비포장도로가 있다. V-STROM은 길을 그다지 가리지 않기 때문에 한번쯤 슬쩍 흙을 밟으며 달리고 싶은 충동이 든다. 일반 온로드 전용 모터사이클로는 무리라고 해도 이 녀석은 충분히 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완전한 흙길은 아직까지도 눈 녹아 질퍽거리는 마당에 들어가기가 영 부담스럽다. 혼자 그런 진흙길을 달리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꽤 낭패다. 왜냐하면 1,000cc 내외의 거구 모터사이클을 혼자 일으켜 세우는 것은 성인 남자 평균 근력으로도 두세 번 이상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체력이 완전히 떨어져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험난한 오프로드 탐험은 최소 2인 1조가 되어 움직이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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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 트인 겨울 산이 보인다. 가슴이 뻥 뚫리는 이 풍경도 올해로써는 마지막이다.
 
청평 가는 길로 달리니 눈이 쌓인 산세가 무척 아름답다. 아마도 이런 전경을 다시 보려면 한 살을 더 먹어야 할 거다. 그리고 다시 이곳에 오면 감흥이 어떨지 벌써 궁금하다. 오랜 시간 우려야 진국이 되는 사골처럼 V-STROM이 그 때도 물론 곁에 있을 거다. 이미 우리는 오래 알고지낸 친구처럼 친숙해졌다. 덩치는 크지만 가장 쉽게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는 모터사이클 중 하나다.
이번 여행 중 가장 큰 도움이 됐던 액세서리 중 하나인 탱크 백을 빼먹을 뻔 했다. 스즈키 V-STROM 전용인 이 제품은 별도 구매한 것인데, 거추장스러운 액세서리 장착을 귀찮아하는 나로써는 꽤 의외의 선택이었다. 얼마 전 습관처럼 달고 다니는 탑 케이스에 카메라 장비 일체를 넣어둔 채 그대로 달렸다가 ‘와장창’ 장비를 몇 개 박살냈다.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 그래서 묘안으로 떠오른 것이 내용물을 직물로 감싸주는 탱크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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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크 백은 직물이라 아무래도 내용물 보호가 잘 된다. 적어도 하드타입 톱 케이스보다 소중한 물건이라면 여기에 수납하는 편이 좋다.
 
이 탱크백은 연료탱크 자리에 클립식으로 고정해 두는 어댑터를 설치하면 언제든지 ‘원 터치’로 해체, 체결 가능하다. 일반적인 가방처럼 지퍼로 간단히 열고 닫을 수 있으며 용량도 꽤 크다. 렌즈를 분리해 간단한 정도의 카메라 장비도 수납되며 그 외에 기타 휴대폰이나 액션 카메라, 배터리나 간단한 식량을 넣기도 좋다. 무엇보다도 모터사이클에서 내릴 필요 없이 원할 때면 언제든지 슥~ 지퍼를 열고 원하는 물건을 꺼내 사용할 수 있는 점이 편하다. 비올 때를 대비한 방수 커버도 함께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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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산거리는 얼마 안됐지만 달릴 때마다 좋은 추억거리만 주는 V-STROM. 시즌이 되면 본격적으로 적산거리가 늘어날 듯.
 
겨울의 마지막, 이제 곧 봄이 온다. 모든 라이더가 선망하는 봄. 이를테면 제대로 달릴만한 시즌이 열린다는 뜻이다. 모쪼록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달릴 수 있도록 염원한다. 봄이면 늘 찾아와 우리를 괴롭히는 황사도 올해는 좀 누그러들었으면 한다. 정 안되면 황사 필터 마스크라도 착용하고 달릴 생각이다. 긴 겨울을 보낸 우리들에게 눈과 얼음만 없다면 달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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