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S1000XR, 쉽고 빠른 온로드 어드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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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슈퍼바이크 S1000RR의 강력한 병렬 4기통 엔진을 이용해 S1000R, S1000XR을 개발해왔다. 이 신 모델 둘은 각각 스트리트파이터와 어드벤처 카테고리를 노리고 있는데, 이번 등장한 S1000XR은 전형적인 온/오프로드 주파 겸용 어드벤처라기보다 온로드 스포츠성이 극대화 된 형태로 ‘로드 스포츠’라 해도 과언 아니다.
생김새는 날렵한 형태의 S1000RR을 어드벤처 형태로 재해석한 모양새. 이 쪽 계열이 조류를 주로 닮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아무래도 프론트 스탠스가 높고 최소한의 방풍성을 갖추는 동시에 새들 케이스 등 투어링을 염두한 적재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필연적인 형상이다. 핸들은 무척 폭이 넓고 높이도 높다. 시트 포지션은 키 175cm 남성 기준으로 양발 뒤꿈치가 뜨는 정도다. 풋 스텝은 자연스럽게 무릎으로 탱크를 홀딩하기 좋은 곳에 있다. 동사의 R1200GS 등 전형적 어드벤처 바이크에 비하면 탑승시 무릎이 굽혀지며 하중이동하기 좋은 연출이다.
앉았을 때 느낌은 시트가 다소 단단하고 서스펜션도 무게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스펜션 댐핑 세팅은 간단히 버튼으로 조절할 수 있는데 로드와 다이내믹이 있다. 초기하중은 1인승차부터 2인승차+화물까지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 D-ESA(다이내믹 전자 서스펜션 조절 장치)를 활용한 모델은 달리면서 노면 추종성을 최적으로 알아서 바꿔주며 환경에 적응한다. 일단은 ‘로드’로 세팅하기로 했다.
시동음은 경쾌하다. S1000 계열 엔진이 그렇듯 두툼한 토크를 상징하는 웅장한 저중역대 음색이 돋보인다. 스로틀 반응은 전자식이라 무척 가볍고 기민하다. 손가락 두 개로도 쉽게 레드존까지 휙휙 오갈 수 있다. 1단부터 기어를 넣고 클러치를 붙이면 전자식 스로틀만의 어색함이 아직 남아있다. 하지만 일단 클러치가 완전히 붙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신세계다. 시프트 어시스턴트가 진화해 기어를 올리고 내리는 과정 모두 클러치레버 조작 없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물론 클러치를 사용해도 무관)
1단부터 풀 스로틀하면 9,000rpm에서 연료분사가 차단된다. 이 때 최고속도는 약 시속 90킬로미터 내외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적산 1,000킬로미터에 도달하지 못한 차량에 대한 리엔진 보호차원의 리미트라고 한다. 시승차 만은 리미트를 해지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아무튼 2단, 3단으로 연이어 풀스로틀 가속해봤다. 5단 9,000rpm에서 시속 200킬로미터 언저리에 다다른다. 6단을 넣으면 그 이상 달릴 수 있지만 별 의미은 없다. 레드존이 11,000rpm부터 시작되는 이 엔진을 가장 달콤하게 느낄 수 있는 건 8,000~10,000rpm 이기 때문이다. 가속력에 대한 느낌은 모든 기어에서 하나같이 ‘부드럽다’는 인상이다. S1000 시리즈의 기존 필링에 비하면 폭력적인 느낌이 대부분 순화되어 양이 우는 것처럼 느껴진다.
절대적인 파워가 낮은 것은 아니나 지나치게 다듬어 놓은 엔진 필링이 오히려 즐거움, 짜릿함 측면에서 보면 아쉽다. 로드 테스트를 하기 위해 중미산 정상을 기점으로 반대편 끝에서 반대편까지 6단 기어를 넣고 스포츠 주행을 시도해 봤다. 모든 코너를 풀 뱅킹으로 돌아 나가며 느낀 점은 부드러운 가운데에도 토크는 확실히 붙어있다는 점이다. 아이들링 회전은 약 1,300rpm인데, 그 회전 이후만 돌아도 마치 전기엔진같이 부드럽고도 지치지 않는 토크가 있다. 이 점은 무척 높게 사고 싶다.
특정 회전역에 대한 소감도 말하자면, 약 4,000rpm부터 6,000rpm사이의 진동이 신경쓰인다. 이 얘기는 6,000rpm을 넘어서면 폭발하듯 가속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안점은 이 바이크가 슈퍼스포츠가 아니라는 점이다. 어디까지나 어드벤처 스포츠 기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가장 많이 쓰는 중간 영역대를 더욱 매끄럽게 매만져졌어야 한다. 반면 해당 영역대 전/후로 거짓말같이 매끄럽게 가속하는 점을 보면 더욱 목마르다. 국도 최대 규정속도 60km/h를 지키기 위해서는 6단 기어 기준 약 3,300rpm으로 달릴 수 있다. 이 영역으로 크루징하면 거의 스트레스가 없다.
누군가 코너링 밸런스에 대해 묻는다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는 것으로 시작하겠다. 코너링 밸런스는 여태의 어드벤처 바이크 중 최고수준이다. 온로드 스포츠 바이크 태생이라는 점이 무색하리만큼 예리하고도 안정감이 높다. 끝없이 한계 뱅킹을 사용하며 풀 가속해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섀시강성은 이미 200마력을 바라보는 슈퍼바이크가 원조다보니 두말 할 나위없이 완벽하다. 강성 면에서 오버스펙같기도 하다. 서스펜션을 다이내믹으로 바꾸고 달리면 문자 그대로 ‘허리 펴고 달리는 슈퍼바이크’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는 크게 감동했다.
S자로 이어지는 연속 트위스트 코너에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프론트 브레이킹은 단단하게 변한 서스펜션에 더욱 높은 한계를 발휘한다. 리어 브레이크는 제동보다는 미묘하게 코너링 중 하중을 조절하기에 좋다. 이제야 비로소 제 실력을 발휘하는 듯한 양상은 저속, 고속 코너가 끝없이 이어지는 와인딩 로드를 기분 좋게 달리기 아주 좋다. 기본 장착된 타이어는 마른 노면 접지력이 충분하며 젖은 노면에서도 배수성능이 뛰어난 브릿지스톤 배틀랙스 스포츠 투어링이다.
코너링에서 빛을 발하지만 기본적인 구성은 편하디 편한 어드벤처 투어링 바이크다. 스텝은 진동을 저감하기 위한 고무 발판이 두텁게 덧대어져 있어 안락함을 추구했다. 윈드스크린은 두 가지 높이로 조절된다. 손으로 밀어서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다. 방풍성능은 운전자 기준으로 가운데의 경우 헬멧 위로 바람이 넘어가지만 어깨 쪽으로는 완벽하지 않다. 크루즈 컨트롤 기능, ABS 작동/해제, 서스펜션 세팅, 히팅 그립 세팅 등 다양한 편의장비는 기본이다. 넉넉한 용량의 화물 적재용 케이스만 장착하면 장거리 투어링 머신으로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최근 등장한 어드벤처 중에서 달리기 실력이 가장 매콤한 녀석인데 때에 따라서는 안락한 투어링도 소화한다니 과연 팔색조 모델이다.
가능하다면 이 모델로 그랜드 투어링을 떠나 볼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부드러운 4기통 엔진으로 논 스트레스 순항하다 와인딩 코스를 만나면 갑자기 슈퍼스포츠 머신으로 돌변하는 상황. S1000XR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고출력 4기통 엔진 덕분에 주행풍을 이용해 식혀주지 않으면 열이 살벌하다. 시내 주행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덥기도 덥지만 그러기에는 펄펄뛰는 성능이 아깝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시원하게 달릴 수 있는 길로 우회하길 추천한다.
그렇다면 가격에 대해 생각해보자. S1000XR 소비자 공시가격은 2,620만원. 원조와도 같은 어드벤처 바이크 R1200GS가 2,900만원, 비슷한 온로드 공격 성향의 로드 어드벤처인 두카티 멀티스트라다1200이 2,590만원이다. 카테고리를 떠나 같은 S1000엔진을 사용한 슈퍼바이크 S1000RR 신형은 2,435만원, 스트리트 파이터를 지향한 로드스터 S1000R은 시리즈 중 가장 저렴한 1,980만원이다. 같은 엔진이어도 성격에 따라 활용 범위와 개인별 가치가 확실히 달라진다. 한 가지 재료로 여러 레시피를 활용해 다양한 맛을 낸 모터사이클. 그 가운데 최신의 화끈한 로드 어드벤처 S1000XR과 그 대안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글
임성진 jin)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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