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동반자로 삼고 싶은 모터사이클, 스즈키 V-STR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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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V-STROM을 타면서 느낀 것은, 참 인간친화적인 모터사이클이라는 것이다. 덩치가 큰데도 마음대로 움직이는 쉬운 조종성은 물론이고 미끄러지지 않아 몸에 쓸데없이 힘을 주지 않게 한다. 연료비도 적게 들고 실제 우리가 많이 쓰는 시속 80킬로미터 주변 영역에서 가장 스로틀 응답성이 좋고 일반적으로 자주 달리는 3,000rpm~5,000rpm에서 힘이 좋다.
기술적인 특징을 잠시 잊어버리고 나서라도, 한눈에 봐도 뭔가 밀림 속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족장 이미지다. 혹자는 딱따구리 같다고도 한다. 아마도 프론트 마스크 인상이 조류 같아서 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트랜스포머 로봇 같은 강렬한 이미지를 가진 신형 모터사이클을 보다가 V-STROM을 보면 참 친숙하다. 쉽게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이 맘에 든다. 다소 투박한 1000도 그렇지만 650은 더 부드러운 곡선이 주를 이룬다.
여하튼 다양한 이유로 V-STROM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스즈키코리아 본사에서도 판매량에 꽤 만족하고 있는 분위기다. 다른 사람들은 V-STROM을 어떤 이유로 선택했을지 궁금하다. 그래서 마침 최초로 열리는 전국 V-STROM 모임에 참가했다.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V-STROM 단일 기종 모임이 꽤 활성화 되어 정기적으로 투어링을 떠나곤 한다. 우리나라는 그러한 모임이 있어도 간혹 지역별로 서 너 대가 모이긴 했지만 전국적으로 모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목적지인 이화령으로 떠났다. 서울에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은 편이다. V-STROM정도 기력이면 두 세 시간 안에 즐기면서 달릴 수 있다. 이화령은 내륙이면서도 주변에 호수가 있어 경관이 뛰어나다. 투어링을 즐기는 라이더들이 종종 들러 가는 경유지이기도 하다.
세 시간 가량 달려 도착한 이곳 이화령 휴게소에는 묵사발이 특히 유명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다. V-STROM이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처음 보는 일이라 눈이 휘둥그레진다. 놀란 것은 우리 뿐 아니라 지나가는 행인들도 마찬가지. 서로가 반갑고 신기한 얼굴이 가득하다. 번호판에는 서울부터 시작해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그야말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지각색이다.
V-STROM650은 최근 XT를 출시하면서 더욱 인기가 높아졌다. 많은 기존 오너들이 액세서리 파츠로 비크(부리)만 추가 구입해 장착하기도 한다. V-STROM1000도 개체수가 꽤 많다. 레드 컬러가 메인이다 보니 수가 가장 많고 흰색이나 개성 있는 각종 데칼로 꾸민 오너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색적인 것은 어드벤처 바이크답게 다양한 액세서리 파츠가 모두 다르다는 것. 투어링 케이스도 개성 있지만 어떤 오너는 모포를 둘둘 말아 바이크에 묶고, 나침반을 핸들바에 달아놓는 등 당장이라도 모험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기본 퍼포먼스에는 불만이 없는지 거의 순정머플러를 유지하고 있었고 간혹 독특한 하이마운트 배기시스템을 장착한 오너도 있었다.
길거리에서 본적이 없어 우리나라에서 혼자 V-STROM을 타는 줄만 알았다던 한 오너는 이런 진풍경이 너무 즐겁다고 신이 났다. 20명이 넘는 오너들은 각각 호기심가득한 눈으로 다른 오너의 바이크 앞에 서서 이것저것 자신의 것과 비교하고 수다 떨기에 바쁘다. 모이고 나서 아무런 일정도 없는데 시간을 잘도 보낸다.
점심 식사는 역시 명물인 묵사발 정식으로 정했다. 묵과 밥이 고슬고슬 푸짐하게 얹힌 이화령 별미다. 밥을 먹고 나서 각자 어디서 온 누구인지 한명씩 소개하기 시작했다. V-STROM 클럽 매니저는 모두에게 “우리 클럽은 단체 라이딩이나 대열 주행을 선호하지 않는다. 인원이 많아지면 경우에 따라 위험하기도 하다. 단지 V-STROM을 타는 사람들끼리 좋은 정보를 공유하는 것, 더불어 안전하고 자유로운 모임을 갖자는 게 취지다.”라고 알렸다.
라이딩 경력이 40년에 이르는 베테랑도 있었지만 이제 대형 바이크를 처음 타기 시작한 초보 라이더도 있다. 그들 모두 한 입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타기가 너무 쉽고 일반적인 라이딩 환경에서라면 뭘 하더라도 부족함이 전혀 없는 모델’이라는 의견, 그것 하나만은 일치했다. 평생 소장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거의 대부분 오너가 ‘추가로 다른 모터사이클을 구매하더라도 지금의 V-STROM은 그대로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가벼운 투어링을 위해 청풍월드를 향해 달렸다. 이곳이야말로 호수가 펼쳐진 투어링 명소다. 말수가 적던 이들도 함께 호흡 맞춰 달리고 나니 환한 얼굴로 이야기 나누는 것을 보면 공감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다음 모임을 기약하는 이들의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반면 이제부터 또 떠나는 라이딩을 기대하며 지도를 꺼내는 모습이 천진하다. 라이딩의 즐거움이 벌써 이들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것이다. 참고로 오너들의 평균 나이는 삼십 대 후반부터 마흔 이상이다. 무엇이 이들의 마음을 이렇게 아이처럼 신나게 하는 걸까.
모터사이클이라는 것을 올바르게 즐긴다면 이보다 더 좋은 취미도 없겠다. V-STROM이 주는 기계적 신뢰와 높은 밸런스가 라이딩 자체를 더욱 즐기고 편안하게 모험을 즐길 수 있게 돕는다. 650과 1000 두 가지 버전이 있지만 어느 한쪽도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둘 모두 친근하고 인간 친화적인 모터사이클이라는 것. 대형 바이크를 처음 타는 사람도 금세 적응하고 ‘내 바이크’처럼 다루게 된다는 점이 같다. 높은 가격 대비 가치를 가진 V-STROM 시리즈는 오너 모두가 ‘아주 잘 한 선택’이었다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우리 주변에 화끈하고 재미있는 모터사이클은 많다. 반면 평생의 동반자로 삼고 싶은 모터사이클을 찾는다면 어떨까? 그런 면에서 본다면 V-STROM은 ‘한 대 가지고 있을만한 모터사이클’ 부문에서 10점 만점이다.
글
임성진 jin)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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