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VSTORM은 현재 두 가지 버전으로 판매되고 있다. 1,037cc 엔진을 채용한 VSTROM1000ABS, 645cc 엔진을 채용한 VSTROM650이 주인공이다. 두 모델은 배기량만 다른 게 아니라 다양한 퍼포먼스 부분에서 다른 점이 드러난다. 특히 650은 최근 XT버전으로 개량되어 본격적인 어드벤처 바이크로의 면모를 드러냈다.

 

▶ 최근 가성비 높은 어드벤처 투어러로 꼽히고 있는 VSTROM650XT

 

세간의 관심도 기존 VSTROM650 보다 XT버전에 쏠리고 있다. 가격 차이는 미미한데 튜브리스 스포크 휠 등 값비싼 장비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특히 새 부리 모양의 페어링이 추가되어 더욱 세련된 인상을 가지게 됐다. 최고 출력은 68.7마력으로 배기량을 감안하면 높은 편은 아니다. 순간 토크도 6.12kgm으로 평이한 수준.

 

 

하지만 VSTROM650XT의 장점은 뛰어난 밸런스에 있다. 어느 상황에서도 모든 파워를 다 쓸 수 있을 정도로 균형감이 좋다. 서스펜션은 말랑하지만 고속 영역에서도 잘 받쳐준다. 저속에서 부드러운 쿠션감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강한 브레이킹과 가속도 잘 받아줄 만큼 튼튼하다. 프레임은 기본적으로 스포츠 바이크용 트윈스파가 들어간다.

 

 

VSTROM1000ABS는 도립 포크와 트랙션 컨트롤 등 다양한 부분에서 앞서 있지만 650XT 또한 큰 매력을 가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함께 달리며 성능을 비교해 보기로 했다. 준비된 동행 차량은 메탈릭 그레이 VSTROM650XT다. 액세서리가 풀 장착되어 늠름하고 큼직한 자태가 돋보인다.

 

 

 

오버 리터급인 1000과 비교해도 지지 않는다. 특히 사이드케이스가 양 옆으로 상당히 벌어저 차폭을 넓혔다. 마치 경형 승용차와도 비슷할 만큼 커졌다. 우측으로 하이마운트 된 배기시스템과의 간섭을 피하느라 그렇게 된 듯하다. 요시무라 사일렌서를 장착한 1000버전 옆에서 시동을 거는데 아무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정숙한 650XT. 레드존까지 방방 돌려도 2기통이라 믿기 어려운 매끈한 필링이 매력이다.

 

 

스타트부터 1000과는 거리가 멀다. 106마력, 10.5kgm의 토크를 자랑하는 기함과 비교하면 한 템포 늦다. 5,000rpm 아래에서 최대토크가 쏟아져 나오는 커다란 망치같은 피스톤을 가진 1000ABS에 비하면 650XT는 거의 매끄러운 4기통의 느낌에 가깝다. 고른 출력특성은 650XT의 셀링 포인트다. 어떤 노면 상황에서도 힘차게 스로틀을 당길 수 있다.

 

 

시속 80킬로미터 전후로 평온하게 달리면 그야말로 럭셔리 투어러 부러울 것이 없다. 진동도 미미하고 느긋하게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인터콤으로 대화를 나누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여유를 갖게 하는 VSTROM의 새로운 면모는 거친 이미지의 어드벤처 바이크임을 잠깐 잊게 했다. 이 정도 속도로 꾸준히 달리면 두 대 모두 최고의 연비를 기록할 수 있다. 참고로 이 속도에서 오버리터급 1000ABS는 리터당 20킬로미터를 훌쩍 넘는다. 650XT는 리터당 30킬로미터 가까이 기록했다.

 

▶ 옵션으로 헤드라이트 가드와 안개등, 탱크/라디에이터 가드가 추가됐다.

 

연료 탱크는 두 대 모두 20리터로 충분하다. 장거리 가도 걱정 없을 사이즈다. 드넓은 유럽대륙에서 테스트한 어드벤처 바이크니 땅이 비교적 좁은 국내에서는 부족하지 않다. 시트 높이는 1000ABS가 850밀리미터로 835밀리미터인 650XT보다도 15밀리미터가 높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막상 시트에 앉으면 오목한 시트 형상 덕분에 1000ABS가 더 발을 딛기 쉽다. 650XT는 시트고가 낮지만 펑퍼짐한 형상 덕분에 정차시 발을 딛기 어렵다. 반면 장거리 주행시 엉덩이가 무척 편안한 장점을 가졌다. 두 대 모두 로우시트 사양이 준비되어 있긴 하다.

 

▶ VSTROM1000ABS의 두툼한 토크는 대포를 연상케 한다.

 

무게는 1000ABS가 228킬로그램, 650XT가 215킬로그램으로 약간 차이난다. 사실 체감 무게는 무엇보다도 높은 위치에 무겁게 자리 잡은 탑 케이스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탑 케이스를 떼고 안 떼고는 운동성에 적잖은 영향이 있다. 하지만 편의성이 대폭 올라가니 오너 마음대로 알아서 선택할 문제다. 시내에서는 대체적으로 탑 케이스 하나로 헬멧 등 걸어다닐 때 귀찮은 짐들을 거의 수납할 수 있어 간편하다.

 

 

▶ 헵코 앤 벡커 케이스 세트는 알루미늄으로 구성되어 있어 강성이 높고 가볍다.
 

1000ABS는 고강성을 목표한 온로드용 캐스팅 휠을 사용해 고속 주행시 안정성을 높였고, 650XT는 유연함이 목표인 와이어 스포크 휠을 썼다. 중요한건 튜브가 불필요한 튜브리스 사양이라는 점. 별도의 개조없이도 일반 튜브리스 타이어를 장착해 사용할 수 있다. 별도 사제품으로 구해다 끼려면 돈이 꽤 든다. 650XT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나란히 달리는 데 전혀 불편함 없는 VSTROM 형제는 한적한 도로를 달리기도 하고 잠시 쉬며 낯선 풍경의 정취를 느끼기도 했다. 멀찌감치 바라본 두 대의 VSTROM은 원 헤드라이트, 듀얼 헤드라이트로 각각 얼굴 표정도 다르다. 라이딩 포지션도 미묘하게 다른데, 각각 비교해서 앉아보면 확실히 1000ABS의 핸들이 양 옆으로 넓고 위쪽으로 올라와 있다. 불안정한 노면에서는 이쪽이 더 컨트롤하기 수월하다. 반면 650XT는 전반적으로 핸들 위치가 낮고 폭도 좁다. 거의 네이키드 바이크와 유사할 정도로 친근한 라이딩 포지션이다.

 

▶ 핸드가드 위로 프로텍션 바를 덧씌우면 전도시 걱정이 없다.

 

일상적인 용도의 콘셉트를 기본으로 어드벤처 특성을 가한 것이 650XT라면 1000ABS는 보다 파워풀하고 적극적으로 모험을 떠나기 위한 준비가 된 바이크다. 네이키드 모델 글라디우스650에서 가져온 부드러운 엔진과 미션을 그대로 활용한 것은 650XT의 친근한 특성을 더욱 부각하는 역할이 됐다. 나란히 놓고 보니 1000ABS는 보다 전문가용 바이크 이미지가 강하다.

 

 

출발부터 ‘두구두구둥’하고 둔탁하고 터프하게 가속하는 1000ABS와 ‘구르릉’하며 부드럽게 회전수를 올리며 레드존까지 빠르게 속도를 올려붙이는 모습은 같은 VSTROM인데도 완벽히 다른 바이크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하루 종일 함께 달리며 느낀 것은 둘 다 흡족할만한 성능을 갖춘 ‘가격 대비 가치’ 높은 모델들이라는 것. 이 정도 능력치의 바이크를 1천 만원 초반, 중반 대에 신차로 들일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메리트가 있다. 어드벤처 바이크에 관심 있다면 반드시 두 대 모두 번갈아가며 비교 시승해 보길 권한다.

 

▶ 두 모델 모두 평균 이상은 해준다. 어떤 선택도 투자 대비 후회는 없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