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벤처 온 스트리트, 스즈키 브이스트롬 1000ABS
페이지 정보
본문
스트리트 바이크라는 건 말 그대로 온로드에서 타는 거다. 거리에서 타는 바이크를 말하기도 하지만 편하게 말해 공도 주행하기 좋은 일상용 바이크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어드벤처 바이크라는 건 모험용 바이크, 즉 물불(?) 안 가리는 바이크다. 어떤 주행조건도 터프하게 돌파할 수 있는 저력을 바탕으로 한다.
그럼 어드벤처 바이크라는 종류는 만능 스포츠맨 같은 존재여야 한다. 이름만 놓고 보면 그렇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은 일이다. 어느 한쪽을 강하게 하면 어느 한쪽을 포기해야하거나 다소 양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모터사이클도 마찬가지로 온로드의 고성능을 살리면 오프로드 주행성이 다소 떨어진다.
가드류는 모두 옵션. 전도시 차체 손상을 최소화한다.
심지어 같은 온로드 영역에서도 고속 주행 능력과 저속 주행 능력 중 어느 하나에 집중하는 경우도 많다. 이를테면 저속보다 고속에서의 정교하고 민첩한 핸들링 성능을 가진 슈퍼스포츠는 아무래도 저속영역이 미약하다. 반대로 주로 저속으로 달리는 대형 엔진의 크루저들은 여건상 고속영역을 오래 달리기 어렵다.
하물며 모든 노면을 박차고 달려 나가야 할 것 같은 어드벤처 바이크의 고민은 이만저만 아닐 것이 분명하다. 개발팀은 가장 처음 기획 단계부터 이 점을 두고 갑론을박 다툴 것이다. 온로드 성능을 슈퍼바이크 못지않게 다듬고 오프로드는 비중을 20퍼센트 아래로 두자던가, 아니면 반대로 오프로드는 랠리 바이크 수준으로 만들되 온로드는 어느 정도 달릴만 하게끔만 만들자 라던가.
어드벤처 바이크도 시중에 나와있는 종류는 많지만 전혀 특성들이 다르다. 스즈키 브이스트롬같은 경우는 태생이 온로드 바이크다. 2002년 첫 등장한 투어링 바이크 카테고리의 V-STROM은 스포츠 바이크 TL1000S와 TL1000R이 모태다. R의 경우 레이서 레플리카버전이고, S는 이를 하프 카울링 버전으로 출시한 스트리트 스포츠 바이크였다. 아무튼 둘 다 아스팔트위에서 뜨겁게 달리는 모델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V트윈 엔진을 튜닝해 좀 더 일상영역에서 편안하게 다룰 수 있는 특성으로 다듬고, 최고출력 중심의 엔진을 저회전에서의 순간 토크 중심으로 바꿨다. 이를 기본으로 650cc 버전인 브이스트롬 650도 발매했다. 거대한 프론트 페어링에 부리부리한 눈매의 대형 트윈 헤드라이트, 그리고 트윈스파 프레임 탑재로 온로드 성능이 좋으며 심심한 듯 끈끈한 엔진 밸런스로 호평을 받았다. 그 인기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아직도 구형 브이스트롬으로 세계를 누비는 투어링 애호가들이 많다.
쓸만한 내구성으로 많은 투어링 애호가들에게 사랑받아온 브이스트롬이 Dr-BIG의 오마쥬를 살려 다시 만든 풀체인지 모델이 지금의 브이스트롬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기존의 브이스트롬 고객들은 ‘굳이 다시 살 필요는 없는데...’하며 기존 바이크를 계속 굴린다는 것이다. 오히려 브이스트롬 신형 모델의 경우 유럽제 어드벤처 바이크의 대안으로 구입하는 신규 오너가 많다. 신형은 가격 대비 가치가 높고 구형을 타는 이들에게 입소문이 좋았기 때문이다.
말이 길었지만, 아무튼 온로드 스포츠 바이크에서 파생된 모델이다보니 섀시나 엔진 구성을 아무리 다시 다듬었다고 해도 본래 특성이 가시지 않는다는 뜻이다. 현행 브이스트롬은 구형과 많이 달라져 오프로드 성능을 끌어올렸다고 하지만 경험해 본 결과 ‘그래도 온로드를 더 많이 달릴테니까 실용적으로 가자’는 식의 의지가 담겼다는 걸 느꼈다.
스즈키 순정 액세서리로 로우시트를 장착할 수 있다. 시트고가 약 2cm 더 낮아진다.
신형은 원 헤드라이트로 바뀌면서 슈퍼바이크부터 이어져 내려온 ‘스즈키다운’ 외눈박이 바이크 식구가 하나 늘었다. 밤에 많이 다닐텐데, 어둡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겠지만 하향과 상향 동시에 켜면 가로등 없는 시골길 야간에도 광량은 충분하다. 시승차량에는 안개등이 있어 걱정이 더 없기도 했지만 순정상태로도 시야확보하기에는 괜찮다. 덩치에 비해 디자인상 헤드라이트 사이즈가 좀 작기는 하다.
온로드 투어링을 지향한 브이스트롬은 근교에 가볍게 놀러다니기 참 좋은 바이크다. 사이드백같은건 모두 떼버리고, 헬멧 하나 넣을 공간이 되는 톱케이스 하나에 의지해 바람쐬러 가는거다. 그런 용도로는 상당히 부담이 없다. 어드벤처 바이크라면 잘 뚫린 6번 국도를 이용해 춘천 닭갈비 먹으러 가면서도 왠지 세트 당 수 백만원 상당의 본격 랠리 슈트에 고글과 오프로드 헬멧을 갖춰야 멋져 보인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웃을지 모르지만 의외로 그런 사람이 많다. 그런 압박감에서 훌훌 벗어나 설렁설렁 타도 될 것 같은 바이크가 바로 브이스트롬이다.
톱 케이스 하나만 장비해도 꽤 수납공간이 여유로워진다.
굳이 오프로드를 가지 않아도 어드벤처 투어링 바이크만의 장점은 여기저기 드러난다. 일단 자세가 편하다. 그러다보니 어딜 가도 허리가 안 아프고 피로감이 적다. 다음으로 핸들링이 쉽다. 직립으로 선 상체자세로 핸들바에 몸무게 의지하지 않고 조향만 하기 편하다. 브이스트롬은 시트고가 어드벤처 바이크 중에서는 꽤 낮은 편이기 때문에 가다 서다 반복해도 스트레스가 덜하다. 로우 시트 옵션도 있어서 2cm 더 낮게 바꿀 수도 있다. 스크린도 제법 커서 주행풍 영향도 적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엔진 배기량이 넉넉한 것도 대형 어드벤처 바이크만의 장점이다. 5,000rpm 내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는 엔진은 마치 할리데이비슨 크루저처첨 여유 있게 달리기도 좋다. 개인적으로 브이스트롬에게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면 잘 조율된 서스펜션을 예로 들 수 있다.
평소에 천천히 달릴 때는 언제든지 팍! 튀어 나가듯 가속하고 꽉! 브레이킹 할 수 있게 준비된 느낌. 빠르게 달릴 때는 아주 평온한 기분으로 항해하는 느낌이 든다. 언제든 앞/뒤에 안정된 접지력이 느껴진다. 이는 비싸고 좋은 서스펜션을 장착해서라기보다, 기본사양의 서스펜션을 오랜 시간을 투자해 테스트하며 섀시와의 궁합을 다듬고 또 다듬은 파인-튠의 혜택이라고 보는 게 맞다. 아무튼 예고치 않은 풀 뱅킹이며, 험로 주행 등을 감행했을 때도 라이딩 실력 외 섀시 및 서스펜션의 덕을 많이 본 것 같다.
아무리 평탄한 온로드 지향이라고 해도 메인스탠드가 옵션인 것은 여전히 불만거리다. 열선이 들어있는 그립, 투어링 케이스, 핸들 프로텍트 가드도 모두 별매 품목. 화가날 것 같기도 하지만 차량 가격이 다른 대형 어드벤처 투어링 바이크에 비해 비교도 안 되게 저렴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필요하면 그 때 달지 뭐~’하는 식으로 너그러워 진다.
스포츠 바이크 같은 구성을 가진 엔진과 섀시. 온로드에서 충분하고 오프로드도 달릴 수 있다.
신형은 머플러 컬러가 무광 검정으로 바뀌어 조금 투박한 이미지를 살렸다. 페인팅은 여전히 레드가 메인이며 실버, 그레이, 블랙도 준비돼 있다. 국내 판매 가격은 1,700만원에서 1만원 빠진 1,699만원으로 여전히 가격대 성능비가 대단하다.
글/사진 임성진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라이드매거진(www.ridemag.co.kr)은 자동차, 모터사이클, 자전거 등 다양한 탈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전문매체입니다. 각 탈것들의 전문적인 시승기부터 국내외 관련뉴스, 행사소식, 기획기사, 인터뷰, 칼럼,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문화 이야기까지 다양한 볼거리들을 제공합니다.
글
임성진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라이드매거진은 자동차, 모터사이클, 자전거 등 다양한 탈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전문매체입니다. 각 탈것들의 전문적인 시승기부터 국내외 관련뉴스, 행사소식, 기획기사, 인터뷰, 칼럼,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문화 이야기까지 다양한 볼거리들을 제공합니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전글짱짱한 감각의 슈퍼스포츠 투어러, 야마하 FJR1300A 15.11.16
- 다음글SYM 피들 롱텀, 커피 한 잔으로 가을을 놓아주다 15.10.3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