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짱한 감각의 슈퍼스포츠 투어러, 야마하 FJR130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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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꿈꾸는 그란투리스모(GranTurismo)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굳이 시간을 내서 투어링을 떠나는 이유는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순간들을 장거리 여정을 통해 느끼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다양한 종류의 감동이나 혹은 고생들이 섞여 있을 것이다.
그런 과정들을 얼마나 더 값지게 보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든든한 파트너. 모터사이클 투어링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두말 할 것 없이 신뢰감 있는 모터사이클이다. 주인공은 나 자신이지만 믿을 수 있는 모터사이클이 없다면 진짜 장거리 투어링의 즐거움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야마하 FJR은 모든 투어링 모터사이클이 지향한 바를 잘 담고 있다. 하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고 ‘플러스 알파’했다. 바로 비슷한 카테고리의 다른 모델에서 찾기 힘든 독특한 스포츠성이다. 야마하는 이를 두고 슈퍼스포츠 투어링이라고 부른다. 한 눈에 봐도 덩치가 상당한 GT에 가깝지만, 개발진은 FJR을 두고 자신 있게 ‘슈퍼스포츠’란 말을 가져다 쓴다.
이유는 타보고 나니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특히 와인딩 코스를 10분만이라도 달려보면 알 수 있다. FJR은 절대 잠 오는 투어러가 아니다. 마치 슈퍼바이크를 타듯 짜릿한 감성을 그대로 전해줬다. 쭉 뻗은 도로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편안한 GT의 느낌 그대로. 양면성을 지닌 독특한 투어러, FJR의 진면모를 이번 기회에 직접 경험해봤다.
시내를 출발하는 코스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웠다. 왜냐하면 이래봬도 1298cc 4기통 엔진을 탑재했고, 방풍성능 강화를 위해 바디워크 전체에 풀 페어링이 덧씌워진 거대한 차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발 착지성은 나쁘지 않다. 시트 높이는 조절이 가능한데, 805mm에서 825mm까지 2cm 조절할 수 있다. 시트가 워낙 넓고 평평하긴 하지만 시내에서도 정차 시 큰 불편이 없다.
그립감이 좋은 연료탱크는 비대하기보다는 스포츠 바이크의 전형적인 형태로 니 그립이 잘 고려되어 있다. 내부는 휘발유를 25리터 실을 수 있는 용량을 가졌다. 연료탱크가 큰 이유는 무급유로 최대한 멀리 가기 위해서다. 장거리 투어러들의 필수사항인데, FJR도 이를 잘 만족하고 있다. 아무리 슈퍼스포츠 투어링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장거리 투어러의 기본은 잘 지켜내고 있다.
1단부터 넉넉하고도 부드러운 토크가 쏟아져 나온다. 최대토크는 14.1kgm으로 1단에서도 클러치 워크만으로 출발하기 좋다. 넉넉한 배기량과 보드라운 감각의 4기통이 조합돼 심적으로 아주 안락하다. 시트는 그립감이 아주 좋아 요철을 밟아도 엉덩이가 잘 미끄러지지 않는다. 핸들 바 높이도 적당하다. 하지만 보통의 대형 투어러처럼 아주 여유로운 자세라기보다는, 평균보다 약간 낮은 위치로 살짝 스포츠성에 대한 긴장감을 주는 정도다.
엔진을 마구 돌려 가속해보면 오히려 이런 라이딩 포지션이 도움이 된다. 가속력이 4기통 특유의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닮아있고, 3000~7000rpm 사이에서 가속력이 아주 두툼하고 기분 좋다. 한 마디로 스포츠 바이크의 ‘짱짱하다’는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 급에서 이런 경쾌한 엔진 반응을 가진 모델은 드물다.
기어는 5단 까지 있다. 오버드라이브 기능을 요구할 수 있는 6단이 빠진 이유는 배기량이 넉넉해 토크가 부족함 없기 때문이다. 굳이 기어를 쪼개 가속력을 키울 필요가 없어 보인다. 물론 6단이 있다면 같은 속도라도 회전수를 좀 더 내릴 수 있으므로 연비 주행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걱정과는 달리 5단으로도 충분히 여유로운 감각이었다. 특히 4기통 엔진은 저회전보다 고 회전으로 갈수록 힘의 밀도가 잘 느껴지기 마련인데, 그런 점과도 궁합이 꽤 맞는다. 필요한 순간 기어를 내리지 않아도 항상 파워밴드 안에서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저속 주행이 필요한 시내에서는 조용한 엔진음을 만끽하며 5단으로 슬슬 달리기에도 괜찮다. 토크가 좋아서 출발할 때는 2단 정도로 출발해도 충분하고, 일단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하면 일찍이 3단, 4단을 넣으며 여유롭게 달리는 맛도 있다. GT식의 여유 부리기라고나 할까. 저배기량 엔진으로 느끼기 어려운 여유다.
시내를 벗어나 교외로 나오자 본격적으로 엔진을 레드 존까지 돌려볼 기회가 생겼다. 1단에서는 이미 100km/h를 넘고, 여유 있게 가속해도 200km/h는 가뿐하게 달려 나간다. 투어링 스크린은 전동식으로 버튼을 조작해 무단 조절할 수 있어 달리면서도 방풍성능을 좌우하기 좋다. 스크린을 최대로 올리면 바람이 몸 쪽으로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반면 최대로 낮추면 온몸에 시원한 주행풍이 느껴진다. 윈드스크린의 형상이 극단적인 부분까지도 잘 고려되어 있음을 느꼈다.
드라이브 모드는 S와 T가 있다. 스포츠/투어링 모드로 해석하면 되는데, 스포츠 모드(S)는 거의 스포츠 바이크 엔진과 같게 느낄 수 있다. 회전수가 아주 빠르게 상승하고 스로틀 응답성도 째깍째깍 올라온다. 엔진 브레이크도 강하게 느껴진다. 반면 투어링 모드(T)는 같은 바이크인가 싶을 정도로 스로틀 조작감이 달라진다. 엔진브레이크가 무척 부드럽게 조절되고, 변속충격도 덜하다. 그리고 가속 감속 과정이 무척 유연하다. T모드로 맞추고 스크린을 최대로 올리면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대형 투어러의 감각과 같다.
장거리 주행에 선물과도 같은 크루즈 컨트롤 기능도 있다. 원터치 버튼 조작으로 끄고 켤 수 있으며 속도를 버튼으로 설정할 수 있다. 원할 때 가속하다가 다시 스로틀을 놓으면 설정해둔 속도로 돌아가 혼자 달리는 모습도 편리하다. 안전을 위해 크루즈컨트롤은 클러치 조작, 브레이크 조작, 또는 핸들의 해지 버튼으로 바로 작동 해제할 수 있다. 마치 승마하는 기분으로 편안히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부가 기능이다. 핸들 그립 히터도 3단계 조절 가능하며 버튼 조작으로 주행 중 간단히 활성화할 수 있다.
엔진을 감싸 안는 트윈스파 형태의 메인 프레임, 그리고 강력한 브레이크와 짱짱한 엔진 성능이 빛을 발하는 와인딩 코스에서는 솔직히 감동스러운 면모를 보여줬다.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움직임이 의외다. 어지간한 스포츠 바이크와 나란히 달릴 만큼 본래의 DNA가 슈퍼스포츠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너워크도 거의 스포츠 바이크와 유사한 특성을 가졌다.
프론트 브레이크는 아주 답력이 솔직하고 서스펜션도 충분히 하중을 받아낸다. 프론트 포크와 리어 쇽은 수동으로 언제든 조절할 수 있게 돼 있다. 속도를 올리며 와인딩 로드를 달리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슈퍼바이크를 타는 듯 한 주행법을 쓰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무게는 289kg으로 스포츠 바이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 바이크는 분명히 GT성격을 가진 장거리용 대형 투어러다. 그러한 테두리 안에서도 이만큼 스포츠 성을 녹여냈다는 게 대단하다는 거다. 왜 개발진이 슈퍼스포츠 투어러라고 부르는지 직접 타보니 알 것도 같다.
옵션 품목인 투어링 케이스에는 양쪽으로 풀 페이스 헬멧이 하나씩 들어갈 정도로 넓다. 폭을 지나치게 넓히지 않는 선에서 잘 구성된 점으로 보인다. 사진에는 캐노피 형태의 수납공간을 가졌지만 안락한 동승자용 텐덤 시트가 기본이다. 사이드 카울에 붙어있는 작은 사이드 패널은 탈부착 식으로 공기저항을 조절하며 몸 쪽으로 오는 주행풍을 조절할 수 있게 배려되어 있다.
종일 이 바이크를 직접 주행해보고 쭉 둘러보면서 다시금 느낀 것은 확실히 기존의 그란투리스모와는 차별화 되었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과거 슈퍼스포츠 바이크를 즐겼던 이들이 나이가 들면서 좀 더 편안한 라이딩 자세로 멀리 가고 싶다거나, 아니면 묵직한 차체를 가지면서도 스포츠성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경우, FJR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FJR1300은 현존하는 스포츠 투어링 중 가장 스포츠에 대한 해석을 적극적으로 한 투어링 클래스다.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파워풀한 엔진, 원한다면 슈퍼 스포츠같은 날카로운 응답성으로 변모하는 드라이브 모드, 그리고 스포츠 바이크 특성을 살리기 위한 솔직한 응답성 위주의 대형 투어러 FJR1300A. 클러치 없이 변속하는 위 사양의 FJR1300AS가 있지만 가격 차이가 상당하다. 시승한 FJR1300A는 현재 판매가격 208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 이 가격에 이만한 구성의 장거리 투어러는 찾기 어렵다. 게다가 당당히 ‘슈퍼스포츠 투어러’라는 명찰을 달 수 있는 독특한 모델이라는 점은 매력을 더한다. 젊고 세련된 감각의 GT를 타고 싶은 이에게 적극 추천한다.
글 임성진 기자
사진 장낙규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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