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 하나로 일상과 레저를 넘나드는 2016 혼다 인테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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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혼다 인테그라를 처음 접했을 때 감상은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로써 너무나 참신했던 구조였고, 외형은 스쿠터이지만 내실은 빅 바이크다운 스포츠성이 잔뜩 묻어 있어 진심으로 즐겁게 시승했고, 동시에 충격적인 경험이 되기도 했다.
혼다가 갈고 닦은 2세대 DCT는 인테그라에 적용되면서 빛을 발했다. 이번 인테그라는 전반적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특장점은 매끄러운 직결감을 현실화시킨 DCT 장비다.
자동차 판에서의 흔하디흔한 DCT가 모터사이클에서는 적용이 쉽지 않다. 일단 차체가 넉넉하고 무거운 자동차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무척 가볍고 작은 모터사이클은 크기나 무게 등 여러 면에서 최적화 해야할 부분이 많다. 성능 면에서는 대부분이 발달된 CVT로도 가능한 퍼포먼스이기 때문에 ‘굳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혼다는 다르게 생각했다. 매뉴얼 미션을 흉내 낸 CVT를 쓰느니, 확실한 기계 감각인 DCT로 매뉴얼 기반의 오토미션을 제공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독특한 발상을 현실화한 것은 단지 혼다가 6휠 브랜드이기 때문에 그런 걸까? 여기에는 브랜드 철학 등 여러 의미가 있지만 일단은 인테그라를 직접 체험해보고 몸소 느끼고자 했다.
흰색 바디를 가진 인테그라의 잘 빠진 몸매는 여전하다. 군더더기 없는 날렵한 모습은 스포츠 바이크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17인치 풀 사이즈의 휠 크기는 옆모습이 아주 당당하다. 스쿠터와 카테고리를 완전히 달리한다는 표현이 맞겠다.
앞모습은 부리부리한 로봇의 눈매와도 닮았다. LED가 빠진 것은 좀 아쉽지만 디자인 면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 1세대가 무릎이 대쉬보드에 잘 닿아 신장이 큰 라이더들이 꺼려했다는 점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다. 하지만 2세대가 되면서 금세 그 점은 고쳐졌다. 지금 신형에 와서는 완전히 개선되어 무릎공간이 충분하다.
키를 돌려보면 여지없이 NC시리즈에서 눈에 익은 길쭉 반듯한 계기반이 반긴다. 신형 계기반답게 컬러 폰트가 적용됐으며 회전수에 따라, 혹은 모드 설정에 따라 색깔을 달리 보여준다. 밤에는 화려하지만 낮에는 큰 티가 나질 않아 아쉽다.
시동을 터뜨리면 정숙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맥동이 느껴지는 직렬 2기통 엔진이 깨어난다. 스로틀을 슬쩍 당겨보면 여느 2기통 엔진처럼 두둥거린다. 스쿠터와 달리 기어는 중립으로 확실히 빠져있어 레드존까지 돌려볼 수도 있다. 이 점이 은근히 매력적이다. 스쿠터위에 앉아있는 기분인데, 철컥하고 기어를 넣었다 뺐다 하는 재미가 있다.
우측 그립 아래 D버튼을 누르면 기어가 물린다. 스로틀을 슥 당겨보면 ‘투투툭’하면서 발진가속이 강하게 느껴진다. 가속 토크는 충분하다. 배기량 745cc에서 나오는 최고출력은 54마력대다. 사실 배기량을 감안하면 ‘겨우?’할 수준이지만 막상 달려보면 그렇지도 않다.
최대 회전수가 6,000rpm부근으로 자동차와도 비슷한 수준의 저회전 엔진이기 때문이다. 1,000rpm 이상만 돌면 중량감 넘치는 가속을 맛볼 수 있다. 한 방이 굵직한 토크 중시형 엔진이라는 점은 인테그라의 또 다른 특징을 갖게 한다.
바로 크루징 성향이다. D모드에서 부드럽게 가속하다보면 금세 6단 톱기어가 물린다. 회전수는 2,000rpm이면 시속 100km를 달린다. 이럴 때 스로틀을 지그시 감아주면, 대배기량 V트윈 크루저같은 고동감을 맛볼 수 있다. 물론 힘이 넘치는 회전수는 아니다. 파워는 약 3,000~5,000rpm이 가장 빠릿빠릿하고 좋다.
D모드를 주로 사용하면 30km/L를 웃돌만큼 연료효율이 좋다. S모드로 엔진을 방방 돌리고 다녀도 20km/L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용하다. 시승 중 계기반에 표시된 평균 연비는 약 23km/L이었다.
반대로 스포츠성도 갖췄다. S버튼을 누르면 스포츠 모드로 바꾸는데, 크게 다른 건 없지만 변속타이밍을 좀 더 빡빡하게 조여준다. 강하고 약한 스로틀 워크에 따라 반응하긴 하지만 풀 스로틀하면 레드존 직전에서 변속할 정도로 의도를 잘 파악한다. 스포츠 모드이더라도 느긋하게 스로틀을 감으면 그보다 훨씬 낮은 3,000rpm에서도 변속한다. 아주 영리한 변속기다.
오른쪽 검지로 버튼을 눌러 매뉴얼 모드로 바꾸면 1단부터 6단까지 수동 미션을 조작하는 즐거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 상태에서 좌측 그립 아래의 +/- 버튼을 사용하면 마치 게임하듯 기어를 올리고 내릴 수 있다. 클러치만 없다뿐이지 감각은 매뉴얼 바이크와 똑같다.
보통은 오토매틱 모드를 사용하게 된다. 굳이 완전 수동식으로 조작할 필요를 못느낄만큼 D(드라이브)모드나 S(스포트)모드가 민첩하게 기어를 바꾸기 때문이다. 오토 모드에서도 원하는 때에 +/-버튼을 누르면 순간적으로 기어를 올리고 내리는데, 금방 알아서 다시 오토 모드로 복귀한다. 즉, 원하는 때에만 개입해서 기어를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섀시는 기본적으로 중심이 낮다. 엔진헤드가 앞으로 크게 기울어 있고, 무게도 자연히 앞-아래로 쏠려있다. 이 점 덕분에 운동특성이 무척 예리하고도 정확하다. 쉽게 말해 핸들링이 간편하고 쉽다. 딱 원하는 만큼 기울이기도 쉽고 중심이 낮아 예측하기도 쉽다. 핸들링 성향에 있어서는 모든 게 다 쉽다고 느낄 정도로 잘 다듬어놨다.
서스펜션은 기본적으로 단단하다. 극저속에서는 잘 모르지만 시속 80km이상 달리면 특성을 드러낸다. 간혹 텐덤 라이딩을 할 때면 뒤에 앉은 이가 방지턱을 천천히 넘어달라고 주문한다. 혼자 달리면 그 정도로 불편하지는 않다.
세팅만 보면 스포츠 라이딩에 적합하게끔 만들어 놨다. 근데 스포츠 스쿠터나 크루징 모터사이클이라 치면 전반적으로 너무 단단한 듯 싶다. 인테그라를 주문하는 사람이 이렇게 단단한 서스펜션을 원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최고 속도는 시속 170km 부근이다. 엔진 회전은 약간 여유가 있지만 힘은 그에 닿질 못한다. 사실상 시원하게 가속 가능한 수치는 시속 160km 정도다. 그 이상 기다리는 데에는 스트레스가 따른다. 약간 아쉬운 건 브레이킹 능력인데, 고속에서 풀 브레이킹을 하면 프론트 싱글 디스크라는 점이 약간 모자라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이즈는 320mm로 대형인데, 캘리퍼는 단동식 2피스톤이다. 뒷 브레이크도 2피스톤 캘리퍼이므로 함께 사용하면 부족함이 없지만 프론트 브레이크만 놓고 보면 좀 아쉽기는 하다.
수납공간은 여전히 협소하다. 메인 러기지 박스는 시트 아래에 있는데, 헬멧은 커녕 소지품 넣기도 빡빡하다. 큰 엔진과 미션, 그리고 17인치의 풀 사이즈 휠이 수납공간을 방해했을 것이다. 그래서 인테그라는 예쁜 디자인의 톱/사이드 케이스를 순정으로 출시했으며 상당한 오너들이 구입 직후 옵션 케이스를 함께 장착해서 출고한다.
인테그라의 대상은 그렇게 한정적이지 않다. 매뉴얼 바이크를 여전히 즐기고 싶지만 빅 스쿠터의 편안함을 깨달아 버린 사람. 아니면 반대로, 빅 스쿠터의 안락함을 놓치고 싶지 않은데 매뉴얼 바이크의 짜릿한 성능이 아쉬운 사람. 이 두 가지 유형 모두 흡수할 수 있다.
아니면 반대로 모터사이클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지만 빅 바이크를 단숨에 경험하고 싶은 경우에도 인테그라를 추천할 수 있다. 큰 배기량에 넉넉한 토크, 까칠하지 않은 성격에 누구나 흐뭇하게 바라볼만 한 외모를 갖췄으니 뭐가 더 부족한가?
게다가 기어는 버튼 하나로 바꿀 수 있어 구두 앞 코를 더럽힐 일도 없다. 찐하게 라이더 행세를 내지 않고서도 매뉴얼 빅 바이크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장거리 투어링도 무리없이 다녀올 수 있는 높은 윈드스크린과 (얼마를 더 내면 장착 가능한) 훌륭한 투어링 패키지가 준비 돼 있다. 스쿠팅과 스포츠 라이딩의 통합을 실현한 인테그라. 이름 한번 잘 지었다.
글
임성진 기자 jin)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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