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 스쿠터의 새 바람, 혼다 엘리트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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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별안간 혼다의 소형 스쿠터 라인업에 엘리트가 추가됐다. 이미 PCX로 국내의 소형 스쿠터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했던 혼다인 만큼 모처럼 등장한 스쿠터에 대해 높은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PCX가 너무 뛰어났던 탓에 혼다 스쿠터에 대한 신뢰가 한층 깊어진 반면에 그늘에 가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엘리트는 태생부터가 PCX와 비교당할 운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부터 말하자면 엘리트와 PCX를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애초에 성향이 많이 다른 기종이고 다른 방향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차량이다. PCX는 섬세한 마감과 높은 출력, 정숙함을 갖춘 럭셔리 스쿠터다. 반면에 엘리트는 도심에서 빠르게 치고나갈 수 있는 엔진특성과 작은 차체, 가벼운 무게가 장점인 스프린터 바이크에 가까운 모습이다.
동시에 200만 원 중반의 저렴한 금액만으로 호화로운 외형과 혼다의 신뢰성을 누릴 수 있는 높은 가성비를 갖추고 있다. 가격이나 성향을 생각해본다면 PCX보다는 오히려 SCR110과 비교를 하는 것이 옳다고 볼 수 있겠다.
첫 시선은 강렬한 헤드라이트에 꽂힐 수밖에 없다. 풀 LED의 화려한 헤드라이트는 이 가격대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옵션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 기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옵션이고 한 단계 높은 가격대의 기종에서도 최근에서야 보편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차량이 저렴하다고 해서 구색 갖추기 식으로 대충 만들어진 LED 헤드라이트는 절대 아니다. 멀리서 보기에도 화려한 헤드라이트는 가까이서 보면 더욱 화려하고 복잡한 형상을 하고 있다. 듀얼 헤드라이트 주변에는 주간등 역할을 하는 면발광 LED가 날렵한 모습으로 배치되어 있고 카본패턴의 카울과 헤드라이트 커버를 복잡하게 꼬아놓은 디테일도 멋지다. 200만 원대의 스쿠터에서 느껴볼 수 없었던 사치스러운 옵션이 아닐 수 없다.
고급스러운 헤드라이트에 반해 방향지시등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매립형 방향지시등은 최근 스포츠 스쿠터에서 유행하는 방식을 잘 살려냈다. 하지만 렌즈 안에 선명히 보이는 노란 할로겐 램프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콘셉트를 다소 해치는 감이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본 것만 같은 디자인의 풀 LCD 계기반도 의외의 사양이다. 경고등을 제외한 오도미터와 시간, 연료상태, RPM 등 대부분의 정보는 모두 LCD 디스플레이에 표시가 된다. 특히 타코미터는 원형 디스플레이를 둘러싼 형태로 좁은 디스플레이 공간을 유용하게 살린 동시에 감각적인 디자인을 뽐낸다.
LCD의 품질은 가격을 생각해보면 놀랍기만 하다. 일반적으로 회색 백라이트의 TN LCD가 널리 사용되는데 반해 엘리트는 더 진보된 방식의 LCD가 사용되어 파란 백라이트에 흰색 글씨로 표시된다. 이 방식은 기존보다 대비(Contrast)가 높아 더 선명하고 보기에도 아름답다.
발판은 상당히 넓어서 편하고 실용적이다. 짐을 놓기에도 편리하고 여러 운전자세를 취하기에도 좋다. 또한 발을 뻗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놓은 점도 만족스럽다. 하지만 운전자 발판과 일체형으로 되어 있는 동승자용 발판에는 다소 의문이 생긴다. 발을 올려놓기에는 너무 작기 때문이다. 발이 작은 여자라고 할지라도 발끝만 살짝 올려놓을 수 있는 수준이다. 커다란 발판이 디자인을 해친다고 생각됐다면 아예 접이식 발판을 장착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봉투나 간단한 짐을 걸어놓을 수 있는 후크가 달려있어 스포츠성만을 강조하고 있는 기종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다만, 후크가 너무 높게 배치되어 있고 간격이 좁아 다소 불편한 감이 있다. 한편 핸들 밑의 글러브박스는 별도의 뚜껑은 없지만 크기가 제법 넓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스포티한 디자인을 살리기 위해 곳곳에 카본패턴을 과감히 적용하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살려내고 있다. 단조로울 수 있는 머플러는 카본패턴 커버로 센스있게 가려두었고 사이드미러나 글러브 박스도 카본패턴으로 마무리해 단조로움을 덜어냈다. 테일라이트나 바디커버, 헤드라이트 등 날카로운 라인 옆에는 언제나 카본패턴의 페어링으로 라인을 한껏 강조하고 있다. 발판과 그 주변 플라스틱 커버의 단차는 조금 아쉽지만 전체적인 디테일은 가격대비 훌륭하다.
시트 역시 가격대에 어울리지 않게 인조가죽과 미끄러움이 적은 기능성 소재를 적절히 배치하고 빨간색 스티치로 깔끔히 마무리했다. 푹신한 착석감도 나쁘지 않다. 정확한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트 밑의 수납공간은 그다지 넓지 않다. 오픈페이스 헬멧 한 개가 간신히 수납 가능한 정도였다.
스프린터 스쿠터답게 앞, 뒤 모두 작은 사이즈의 10인치 휠이 적용되었고 짧은 휠베이스를 가지고 있다. 휠 덕분에 가속력과 연비를 확보했고 휠베이스로 인해 날카로운 코너링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생긴 주행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안전에 문제가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주행 중 작은 요철과 장애물에도 바이크가 요동치고 불안정해지는 것을 보고 있자니 휠 크기가 12인치만 됐어도 더 안정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게다가 10인치 휠의 불안함을 더해주는 타이어의 품질은 아쉽기만 하다.
하지만 엔진 성능 면에서는 흠잡을 점이 거의 없다. 엘리트의 공랭 125cc 엔진의 계보를 따지자면 아시아 등지에서 판매된 SPACY의 엔진을 개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혈통이 그렇다는 것일 뿐 사실상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진 엔진이다. 약 9.4ps/7,500rpm의 출력에 1.1kg-m/6,000rpm의 토크를 발휘하는 엔진은 혼다의 5세대 연료분사 시스템 ‘PGM-FI’과 같은 최근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또한 유로4에 완전히 대응하며 리터당 42km의 높은 연비로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다. eSP엔진만큼은 아니더라도 진동과 소음도 잘 억제했다.
주행성능 면에서는 한마디로 단거리달리기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엔진은 저속에 힘이 집중되어 있고, 110kg대의 가벼운 무게와 10인치의 작은 휠 덕분에 낮은 RPM에서의 가속력과 응답성이 뛰어나다. 약 시속 60km까지는 11마력 수준의 럭셔리 스쿠터들보다 빠른 느낌이다. 스로틀을 빠르게 감아도 울컥거리거나 갑작스럽게 튀어나간다든지 하는 느낌이 없이 안정적이고 깔끔하게 가속한다. 약 70km/h까지 거침없이 올라가는 속도는 80km/h쯤부터 크게 더뎌지기 시작해 90km/h 정도를 사실상 최고속도로 봐야 한다.
브레이크도 큰 불만이 생기지는 않는다. 앞은 디스크, 뒤는 드럼 방식으로 이 등급 스쿠터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조합이다. 프론트 브레이크는 작은 디스크 로터가 주는 인상과는 달리 제동력이 뛰어나고 단단하게 설정되어 빠른 제동에 유리하다. 리어 브레이크는 흔히 느낄 수 있는 드럼 브레이크의 느낌이다. 조작감 제동력도 만족스러웠다. 또한 리어 브레이크를 작동하면 프론트 브레이크가 동시에 작동하는 CBS가 적용되어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엘리트가 쟁쟁한 경쟁자가 산재해있는 저배기량 스쿠터 시장에서 살아남을 만한 메리트를 갖추고 있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스포티한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고급스러운 사양과 마감, 디테일은 저가형 스쿠터라고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한 준수한 수납공간과 뛰어난 엔진성능은 일상용 스쿠터로 아주 적합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혼다 스쿠터라는 이름표도 커다란 무기로 작용한다. 가장 큰 장점은 이 모든 장점을 갖추고도 200만 원 중반대의 실속 있는 가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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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류신영 사진 류신영 임성진 ryu)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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