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SV650을 레이스 트랙에서도 타보고, 일반 도로에서도 타봤다. 가능성이 여러 가지인 모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 스포츠 주행과 투어링, 그리고 이제는 비포장로를 슬쩍 달려봤다. 튼튼한 베이스가 받쳐주기 때문에 가능한 퍼포먼스다.

SV650은 원래 잘 닦여진 포장도로에서 경쾌하게 타는 스포츠 네이키드 바이크다. 하지만 무게가 가볍고, 작고 아담해 여러 가지 커스터마이징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는 모터사이클 시장의 대세인 스크램블러 스타일로 커스텀한 바이크를 소개할까 한다.

평범한 네이키드 바이크가 스크램블러 분위기를 내는 데에는 생각 외로 많은 공이 들어가지 않는다. 어차피 차체 각 부의 수치까지 바꾸는 적극적인 단계까지 파고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므로 가볍게 스크램블러 특유의 가벼운 분위기를 연출해 내면 된다.

하지만 예쁜 겉모습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라이딩 포지션이다. 스포츠 성향의 네이키드 바이크는 핸들 바가 파이프형태로 거의 일직선에 가까우며 폭도 좁다. 그리고 상반신이 가볍게 앞으로 숙는 모습이 연출된다. 스텝은 발을 올려놓고 달리면서 하중을 가볍게 옮겨 싣기 좋도록 살짝 뒤 쪽에 배치되어 있다.

이런 형태를 스크램블러 운전 자세로 바꾸려면 일단 핸들 바의 조정이 필요하다. 시승차는 기존의 핸들 바를 탈거하고 애프터마켓 LSL 제품을 설치했다. 넓이가 넓어진 데다 높이도 살짝 높아졌다. 핸들 라이저 마운트는 SW-MOTECH 제품이다. 핸들 포지션을 잡아보면 확실히 상체가 바로 서 시야가 넓어진다. 또한 양쪽으로 넓어져 저속에서 균형잡기도 좋고 선회시 핸들에 드는 힘도 적어진다. 사이즈가 과하게 커진 것은 아니므로 전체 밸런스에도 잘 어울린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스텝 바다. VALTER MOTO 제품인 이 절삭 가공 파츠는 강성이 높은 레이싱 스텝에 가깝다. 다만 위치를 조절할 수 있도록 타공이 되어 있고, 스텝 표면의 돌기가 아주 섬세하고 촘촘해 부츠가 잘 미끄러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온로드용 제품인 만큼 스탠딩보다는 앉아서 주행할 때 밀착감이 좋다.

다음은 시트다. 기존의 순정품 시트는 원가 절감목적에서 최소한의 접지력만을 가진 평범한 물건이었는데, 단지 겉감만 인조가죽으로 바꾸고 엠보싱 형태로 주름을 잡은 것만으로도 완전히 느낌이 달라졌다. 일단 앞/뒤로 밀리는 것이 적어 강하게 달려도 안정이 됐고, 갈색 컬러는 그냥 세워놓고 보기에도 무척 예쁘다. 

이상 세 가지는 몸에 바로 맞닿아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 나머지는 분위기를 더욱 그럴싸하게 만들어주는 액세서리다. 우선 헤드라이트 가드가 있다. 굵은 돌이 주행중에 헤드라이트 렌즈에 튈 경우 파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리고 그 위에는 짧은 미터 바이저가 금속 질감을 더했다. 매우 작은 사이즈의 LED 방향지시등은 평소에는 하얀색 빛으로 미등 역할을 하다가 방향등을 켜면 주황색으로 점멸한다.

수랭 엔진의 상징 라디에이터에도 EVOTECH 가드가 채워져 있다. 일반도로는 물론 흙길에서 주행할 때 앞으로 튀는 많은 이물질을 효과적으로 막아준다. 라디에이터는 의외로 내구성이 좋지 않기 때문에 외부의 충격에 약하다.

짧은 휀더도 타이어가 당당히 돋보이는 역할을 해주고, 엔진 양 옆의 가드는 VALTER MOTO 제품으로 배기 파이프와 엔진 하부를 보호해준다. 오른쪽으로 솟아 오른 2가닥 사일렌서는 프랑스 스즈키의 SV650 스크램블러 제품에 사용한 제품이다. 소리는 고음에서 카랑카랑하고 박력있다. 짧은 알루미늄 백미러는 리조마 제품이다. 

뒤에 달린 소프트 타입 가방도 여행자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용량이 꽤 커서 간단한 소지품을 충분히 담고도 남는다. 배낭을 매는 방법도 있지만 몸에 하나라도 덜 걸치는 편이 적극적이 라이딩에 도움이 된다. 

타이어는 아쉽게도 순정 상태의 도로용 스포츠 타이어 그대로였다. 흙길은 얼마전 내린 비로 살짝 질퍽해 마음껏 달리기는 어려웠지만 워낙 차체가 가볍고 높아진 핸들포지션으로 어느 정도 즐기기는 좋았다. 

특히 저속부터 꾸준하게 밀어주는 토크가 이런 미끄러운 노면에서 도움이 됐다. 저 rpm에서도 시동이 꺼지지 않고 끈기있게 아이들링 토크만으로도 경사를 오르는 것도 놀라웠다. 원래 클러치 조작을 돕는 기능이기는 하지만 의외로 써먹을 데가 많았다. 

앉아서 주행해보니 라이딩포지션이 넉넉해지고 시야가 넓어져 한치앞의 노면상태를 알 수 없는 조건에서도 그다지 주눅들지 않았다. 스탠딩 포지션은 좀 어색한 감이 있다. 어차피 기본은 일반도로용 바이크이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스텝 위치가 조금 더 앞에 있으면 좋을 뻔했다.  

ABS는 앞/뒤로 기본장착되어 있어 미끄러운 흙길에서도 잘 작동했다. 스크램블러는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 어느 정도는 달려줘야 하는 장르이기에 온로드에서 이미 기본기가 탄탄한 SV650에게는 어떤 조건에서도 중간 이상은 달려주는 기분이었다. 

편해진 라이딩 포지션은 먼 거리를 달릴 때도 무척 도움이 된다. 허리도 덜 숙이고, 좀 더 큰 바이크를 모는 기분으로 달릴 수 있다. SV650 차체가 무척 슬림한 타입이라서, 어느 장면에도 버겁지 않게 신나게 달릴 수 있는 것은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프랑스 스즈키가 추진한 SV650 스크램블러 버전의 도입은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데모 바이크를 보고 따라 만든 시승차이기는 하지만 퀄리티가 상당했고 파츠간 밸런스도 좋았다. 언제든지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된 모습이었다.

한 켠에 세워두고 바라보면 리어시트에 1인용 텐트를 묶어 모토캠핑이라도 떠나고 싶은 심정이 든다. 기존 SV650에 이 정도 노력으로 자유로운 분위기를 내는 데 성공했다. 

이 정도 기본기라면 카페레이서로 꾸며도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역시 베이스가 출중해야 어떤 옷을 입어도 어울린다. SV650은 하얀 캔버스처럼 라이더의 취향에 따라 천의 얼굴을 만들 수 있는 바이크다. 순정 사양에 취향따라 갖은 시간과 금전적인 투자를 해도 여타 미들급 바이크 신차 가격도 안 된다는 점도 메리트다. 보면 볼수록 기특한 모델이다. 여러모로 많이 알려져야 할 바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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